건강·의학

[이재성 박사의 식탁보감] 고등어 잘못 먹으면 큰일 나는 이유, 예방하는 방법

Buddhastudy 2020. 3.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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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가을 배와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약한 시어머니한테서 나온 말이겠죠.

 

이 말이 나온 이유는

고등어가 가을에 제일 맛있기 때문입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 고등어는 자신의 몸에 지방을 도톰하게 채웁니다.

그 지방이 고소한 맛을 내는 거예요.

 

고등어의 지방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합니다.

이게 혈액을 맑게 해주고, 몸의 염증을 없애주고 혈관을 튼튼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심장혈관질환, 중풍 예방에 좋고요

어린이들한테는 두뇌발달에 좋고, 노인들한테는 치매 예방에 좋아요.

또 비타민D가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이게 면역력을 높여주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도 좋죠.

이 고등어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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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님은 고등어 자주 드시나요?

 

으흠, 제가요, 솔직히 톡 까놓고 말씀드리면

생선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좋다고 제가 그렇게도 자주 말하는 이 등푸른생선을 정작 저 자신은 잘 안 찾아 먹습니다.

아내가 해주면 그제서야 먹지, 제가 찾아 먹거나 해 먹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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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망입니다.

 

이유가 있어요. 제 기억 속에.

어렸을 때 고등어를 먹고 나서 엄청나게 고생했던 있거든요.

얼굴이 팅팅 붓고, 시뻘게지고, 머리 아프고, 온몸이 가렵고, 토하고, 배 아프고...

아주 그냥 죽는 줄 알았어요.

 

그 식중독의 기억이 저의 잠재의식에 남아서 생선비린내를 아주 싫어하게 된 거 같아요.

 

신선하지 않은 고등어는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급식을 먹었던 사람들이 단체 식중독에 걸렸다는 뉴스 중에요

고등어 같은 생선이 원인이었다는 소리를 간혹 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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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생선 중에 왜 고등어는 그렇게 식중독을 일으키나요?

 

고등어의 살 중에는 혈합육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피와 합쳐진 살이라는 뜻인데요,

바로 붉은 살 부분을 말합니다.

바로 이곳이 고등어의 향미를 만들어내는데요

여기에 히스티딘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등어가 죽잖아요?

그러면 고등어에 있던 세균들이 고등어의 살을 부패시키면서

이 히스티딘이 히스타민이라는 물질로 바뀝니다.

이게 바로 알레르기,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이죠.

 

고등어는요, 잡히자마자 썩기 시작한다는 말이 있어요.

아주 빨리 상하는 생선입니다.

성질이 더러워서요.

잡히면 그냥 에잇, 죽어버리자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낚시꾼들은요, 고등어를 잡으면 바로 머리를 따고 배를 갈라서

내장과 피를 싹 빼내고 얼음통에 바로 넣는다고 합니다.

 

고등어를 썩게 하는 것은요,

고등어 내장에 있던 세균과 효소가 하는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얼른 분리시켜야죠.

 

마트나 시장에서 고등어를 유통할 때 말이죠.

이걸 머리 내장 다 붙어있는 채로 통째로 유통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건지 모르겠어요.

내장이 붙어있으면 이게 상하기가 쉬운 거거든요.

살만 발라내서 유통하는 게 더 안전할 거 같은데 말입니다.

 

자반고등어, 즉 소금으로 염장을 해서 유통시키기도 하죠?

물론 소금을 치면 부패가 좀 더뎌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며칠씩 시간이 지나면 결국 히스타민의 양은 점점 더 늘어나게 되어있습니다.

소금에 절였다고 안심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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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혀 먹으면 되지 않나요?

 

아뇨, 익힌다고 히스타민이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익히면야, 세균은 죽일 수 있죠.

하지만 세균이 만들어 낸 독소나 이런 히스타민 같은 건 없어지질 않아요.

구이를 해 먹건, 조림을 해 먹건, 고등어찜을 해 먹건

히스타민이 많이 만들어진, 그러니까 좀 맛이 간 고등어를 먹으면

식중독이 생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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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군요.

식중독의 증상은 어떤가요?

 

식중독의 증상은 먹고 나서 한 시간 이내로 바로 나타납니다.

얼굴이 빨개지고, 머리가 아프고, 어질어질하고요

피부에는 두드러기가 나고 가렵고, 복통, 구토, 설사가 생깁니다.

 

심하면요, 혀가 붓고, 목구멍도 붓고요,

그래서 호흡곤란까지 생길 수도 있어요.

 

제가 겪어봤다니깐요.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이게 뭣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방금 전 고등어를 먹었다면 그것 때문인 걸로 알아차리세요.

빨리 병원에 가셔야 하고요.

고등어 먹고 나서 이렇다고 얘기하면 의사가 항히스타민을 처방해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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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고등어의 히스타민 문제는요

고등어가 죽고 나서 날 것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젭니다.

잡은 지 얼마 지났는지, 어떤 온도로 유통되었는지가 중요한데

문제는 우리가 그걸 알 방법이 없어요.

 

시장이나 마트에서 우리가 보는 건

얼음 위에 얹혀 있는 고등어의 모습인데요

이게 잠시라도 상온에 방치되었던 거라면 그동안 히스타민은 막 만들어졌을 겁니다.

 

우리나라에는 수산물의 히스타민 농도 기준이 있어요.

1kg 200mg 이상 히스타민이 검출되면 그거 안되는 거예요.

근데 우리가 그걸 알 방법이 있냔 말이죠.

 

오늘 히스타민이 150mg인 고등어가요

하루가 지나서 내일이 되면 200mg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500mg이 될 수도 있고요.

알 방법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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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쩌라고요?

 

그래서 살 때부터 싱싱한 고등어를 고를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얼음 위에 고등어가 쫙 깔려있다.

그중에서 한두 마리 고르겠다.

이럴 때의 체크포인트입니다.

 

1, 일단 고등어 눈깔, 이게 맑고 투명한 느낌이 있어야 합니다.

2, 아가미를 한번 들여보세요.

아가미 속이 새빨간 선홍색을 띠고 있다면 이건 신선한 겁니다.

3, 살을 눌러보세요.

탱탱한 느낌이 있는게 좋은 거구요, 안쪽이 물러지지 않은 것이 좋은겁니다.

4, 배때기를 보세요.

배때기 색깔이 은백색으로 잘 빛나고 있는지.

만약 은백색과 더불어서 무지갯빛으로 보인다면 진짜 반짝이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면 아주 신선한 거예요.

 

, 그리고 배때기에 점박이처럼 짙은 색 반점이 쫙 있는지도 한번 보세요.

만약 점박이라면 이건 망치고등어라고 하는 애일 수 있어요.

이건 별로 맛이 없는 고등어 종류입니다.

이 망치고등어를 참고등어하고 같이 섞어서 같은 값에 팔고 있으면요

그 가게는 그냥 지나치도록 하세요.

 

5, 냄새도 맡아보세요.

생선이니까 어느 정도의 비린내가 있긴 하겠지만, 비린내가 좀 많이 나는 것 같다...

그러면 내려놓으세요.

 

여러 마리의 생선 중에서 내가 고르고자 하는 것, 이 다섯 가지의 기준에 맞춰서 골라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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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마트에서 진짜 그렇게 깐깐하게 골라서 사 먹나요?

 

우리 집은요, 그냥 살이 이미 발라져서 진공 포장돼서 냉동으로 유통되는 고등어를 시켜 먹습니다.

제 아내가 고등어 킬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