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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김치 얘기를 해드릴게요.
김치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유산균이죠.
이게 요구르트의 유산균과 비교하면, 차원이 다릅니다.
균은 뱃속으로 들어오면 위산에도 견디고 담즙산에도 견뎌서
장에 정착할 수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우유 속에서 자란 말랑말랑한 요구르트 유산균과
짜고 매운 김치 속에서도 당당하게 살아있는 김치 유산균
이게 쨉이 되나요.
Q. 김치를 담그고 얼마쯤 돼야 유산균이 많아지나요?
김치통 속은 유산균들의 우주입니다.
그 안에도 사계절이 있어요.
유산균이 뭐 영원불멸의 존재도 아니니까.
때가 되면 얘들도 장렬하게 죽습니다.
꽃이 활짝 피고 나면 그다음엔 꽃이 지는 거,
이게 우주의 진리 아니겠어요?
Q. 세균에 관해 물어봤는데 왜 우주 타령이세요?
유산균이 가장 많아질 때는 언제냐고요?
김치는요, 갓 담갔을 때는 김치 1g 당 1만 마리 정도의 유산균이 생긴대요.
그리고 일주일 이상 잘 숙성시키면 1g 당 많게는 1억 마리까지도 늘어난다고 합니다.
김치의 유산균 수는 어떤 재료를 넣고, 어떤 온도에서, 어떻게 보관했는가에 따라서 달라져요.
김치의 시원한 맛, 감칠맛을 만드는 류코노스톡과 바이셀라 종류의 균은요
온도가 4-5 정도이면서 공기를 잘 차단할 때 잘 자랍니다.
반면에 신맛을 만들어내는 락토바실러스균은
15-20도 정도이면서 공기가 잘 통할 때 잘 자랍니다.
만약 김치를 담그고 온도가 10도 이상 되는 데다가 뚜껑 열어주고 놔두잖아요?
그러면 락토바실러스 유산균만 팍 늘어나면서 시어빠진 김치가 되고요
그렇게 강한 산성 환경이 만들어지면
이 유산균들도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쇠퇴합니다.
하지만 4-5도의 온도에서 공기를 적절히 차단하면서 저온숙성을 하면 더 길게 갑니다.
김치의 시원한 감칠맛을 내는 태표적인 유산균의 이름은
바이셀라 코리엔시스인데요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유산균은 4도씨에서 12주간 있었을 때 숫자가 가장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12주.
Q. 묵은지는요?
묵은지에도 유산균이 많나요?
담근지 12주쯤에 전성기를 맞이했던 유산균은요
그 이후부터는 점점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발효시킬 재료가 줄고, 그간 계속됐던 발효로 인해서
산성 물질이 많아지면 결국 자기들도 견디기 힘들어지죠.
그러면 김치가 시어지고, 물러지고, 심하면 골마지가 피기도 합니다.
유산균이 나뭇잎처럼 떨어지는 거죠.
부산대 박건영 교수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요
묵은지의 유산균 수는 1ml 당 1천만 개 정도라고 합니다.
잘 익은 김치는 1ml 당 1억 마리 정도거든요.
그러니까 묵은지가 되면 유산균 수가 1/10 수준으로 떨어지는 겁니다.
묵은지는 묵은지 특유의 맛이 있는 거지
오래 묵었다고 해서 꼭 더 좋은 건 아닙니다.
Q. 아, 그렇군요.
그럼 묵은지는 영양가가 별로 없는 건가요?
아니오,
유산균 수가 적다는 말이지, 영양가가 없다는 말은 아니에요.
묵은지는 맛있잖아요.
그럼 됐죠.
유산균은 죽어 없어지지만, 유산균이 김치를 발효시키고 난 뒤의 발효산물,
즉, 글루탐산과 같은 감칠 맛 나는 아미노산,
그리고 시큼한 맛의 유기산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
그리고 그 밖의 기능성 발효산물들도 여전히 남아 있죠.
어쨌거나 유산균만 생각한다면
김치 담근지 2-3개월 정도의 김치가 최고라는 것.
Q. 그럼 김치찌개는 어떤가요?
끓이면 소용 없나요?
찌개를 만들 때 열에 의해서 유산균은 다 죽습니다.
그러나 유산규의 세포성분은 남습니다.
최근에는 죽은 균,
즉 사균도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꽤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 잘 익은 김치건
묵은지건
또 김치찌개건
거기에 있던 유산균은
죽어서도 우리 몸에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자, 우리 김치,
믿어줍시다.
기왕 먹는 김치
먹을 기회가 생기면
즐겁게 생각하고 드시면 되겠어요.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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