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

[이재성 박사의 식탁보감] 우엉이 찬 음식? 몸이 차다는 사람에게 정말 안좋은 음식일까?

Buddhastudy 2020. 3. 18. 20:31


지난 15회부터 우엉에 좋은점에 대해서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근데, 우엉 얘기하면 꼭 나오는 질문이 있어요.

우엉은 찬 음식이라고 하던데, 몸이 찬 사람이 먹어도 되나요?” 라는 질문입니다.

오늘 이거 답해드려야죠.

 

...

여러분, ‘도대체 음식이 차다는 것이 무슨 소리인가?’ 생각해보셨나요?

아이스크림, 빙수 이런 거 찬 음식이죠?

여기서 차다는 것은 온도가 차다는 말이죠.

그런데 우엉이 차다는 말은 뭔 소리래요?

 

, 여기서 차다는 것은 음식의 온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죠.

찬 음식이라는 표현이요, 두 가지 측면에서 혼용되면서 사람들이 헷갈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첫째, 어떤 음식이 소화가 잘 안 되면서 설사를 잘 유발하는 음식이면

그 음식을 차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부작용 측면에서 차다고 하는 겁니다.

 

둘째, 어떤 음식이 몸 안에 생긴 열과 화를 내려주는 속성이 있으면 그것도 찬 성질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효과 측면에서 차다고 하는 겁니다.

좀 구분이 되시나요?

 

, 그럼 우엉은 어떤 속성 때문에 차다는 말이 나오게 되었나...

그것은 우엉이 열을 가라앉혀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 여기서 말하는 열은 체온이 올라가서 열이 펄펄 나는 그런 열을 말하는 게 아니죠.

한의학에서는 뭔가 빨개지고, 부어오르고, 가렵고 이런 증상을 열()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요즘 말로는 염증이지요.

 

염증이란 외부에서 뭔가 해롭다고 생각되는 물질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왔을 때

우리 몸이 그것과 불꽃 튀게 싸울 때 생겨나는 반응입니다.

이 염()이라는 한자가 그래요.

불 화자가 두 개가 붙은 게 불꽃 염()자입니다.

 

면역세포, 백혈구들은 우리 몸을 지키는 경찰과 군인 역할을 하거든요.

나쁜 놈이 들어오면 불티나게 싸웁니다.

그 불꽃의 표현이 바로 염증인 겁니다.

 

, 우엉의 씨는요, 우방자라고 하는 한약재인데요

이 약재는 피부가 가렵고, 진물이 나는 염증, 두드러기, 인후염과 같은 증상에 씁니다.

피부에 알러지 반응이 있을 때 쓰는 약재지요.

우엉씨는 약재입니다.

아크티인(arctiin)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요,

이게 항염증 작용, 그리고 항암 작용도 있거든요.

이건 약재라서 음식으로는 먹지 않습니다.

 

근데 우엉도요,

이 약재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비슷한 속성이 있고요

염증을 가라앉혀주는 효과가 좀 있어요.

그래서 우엉을 찬 음식이다, 이렇게 말하게 된 겁니다.

 

, 그런데 우엉은요, 밥상위에 올라오는 식재료입니다.

밥상위에는 아무거나 올라오지 않아요.

수백 년간 먹어오면서 큰 탈이 나지 않았던 재료가 밥상 위에 올라오는 겁니다.

경험치가 쌓인 것들만.

그래서 밥상 위에 올라오는 식재로는 대부분 그 성질이 중도 성향입니다.

 

만약 어떤 식재료가

찬 성질이 있다...’고 하면 그저 약간 그렇다.

따뜻한 성질이 있다고 해도 그저 약간 따듯한 성질이 있나보다,

뭐 이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어느 한 가지 음식만 딱 먹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 민족은 여러 가지 반찬을 가지고 골고루 먹는 그런 식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음식가지고는 잘 탈이 나지 않는 거예요.

상하지만 않았다면 말입니다.

 

우엉은 평소 밥반찬으로도 먹는 음식인데, 그거 먹으면 큰 부작용이 날 것처럼 생각하지는 마세요.

그렇다면 애시당초 밥상위로 올라오지도 못했습니다.

 

우엉이 찬 음식이라고 하니 우엉을 먹으면 체온이 떨어지고, 몸이 차가워질까?

그런 염려는 하덜 마세요.

우엉은 병적인 염증을 가라앉혀주는 효과가 있는 거지,

몸의 기운을 차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역기능을 나타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엉을 먹으면 가스가 많이 찬다고 하는 분들이 있기는 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우엉에 들어있는 이눌린을 비롯한 섬유질을 처리할 수 있는 균들이 그분 장 내에 별로 없어서 그럴 겁니다.

이런 분들은 꼭 우엉뿐만이 아니라 연근, 도라지, 더덕, 마 같이 다당류가 많은 뿌리채소를 먹으면 역시 그럴 수 있어요.

 

어째거나 우엉같은 채소를 먹고 나오는 방귀는 냄새가 그렇게 독하지는 않습니다.

고기나 달걀 먹고 나오는 방귀는 아주 독하죠, 단백질 방구.

하지만 탄수화물 먹고 나오는 방귀는 좀 구수합니다. 괜찮은 방구.

 

그래도 만약에 우엉을 먹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스가 많이 나온다면

그런 분들은 우엉을 조금씩 드시는 것으로 시작해 보세요.

먹다 보면 차츰 익숙해집니다.

그뜻은 섬유질 처리 능력이 있는 균들이 장내에서 점점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장내 세균은 내가 먹는 내용물에 따라서 그 세력이 달라집니다.

내가 먹는 것이 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