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지난주에 광화문 가봤어? 아니 태극기 들고 나온 사람들 개 많았거든? 특히 연세 많으신 분들, 그 사람들이 박근혜 탄핵 반대하잖아. 박사모. 매주 토요일마다 나와 가지고 한 손엔 태극기, 한 손엔 성조기 들고 박근혜를 지켜야 된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또 뭐더라?
“애국 보수! 빨갱이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키자!” 이런 소리도 많이 하고 그러잖아.
입만 열면 빨갱이 빨갱이. 아니 도대체 왜? 애국한다는 사람들이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든 박근혜를 그렇게 감싸고 도는 걸까? 아니 그럼 시위할 때 태극기까지는 이해를 하겠어. 근데 성조기를 왜 들고 나오냐고. 진짜 아무리 봐도 우리랑 생각하는 게 너무 달라. 너도 이해 안 되지?
그런데 내가 어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까, 그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한 번 들어봐.
일단 그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들이 살아온 배경을 봐야 돼. 지금의 노인들은 전쟁에서 살아남았거나 전생 후유증을 안고 살았던 사람들이지. 전쟁은 진짜 존나 무서운 거야. 무조건 니편 내편 갈라서 저 새끼를 안 죽이면 내가 죽는 거거든.
그래서 대부분의 노인들에게 ‘북한, 공산주의, 빨갱이’ 이런 말들은 무조건 죽여 없애야 되는 대상인거지. 뭐 이분들의 정치, 사회에 대한 인식도 뭐 별 거 없어. 그냥 ‘빨갱이들과의 싸움’이 세계관 그 자체야. 평소엔 얌전하던 어르신들도 빨갱이라는 말이 나오면 과격하고 극단적이게 되는 것도 결국 전생이 남긴 트라우마인 거지.
자, 그런데 전생 때 북한 빨갱이들한테 나라가 다 넘어가게 생겼는데 미국이라는 센 놈이 우릴 지켜줬네? 아, 미국이 우리의 구원자다. 애초에 우리나리랑 미국이랑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가 없는 거야. 이 사람들은. 그래서 시위할 때마다 성조기도 들고 나오는 거고.
자, 그럼 이 사람들이 박근혜를 왜 그렇게 빨아제끼는 걸까? 박근혜가 도대체 뭘 잘했다고? 다시 과거로 가서, 전쟁에서 살아남은 청춘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어. 우리나라 존자 가난했거든. 검정고무신 봤잖아?
그렇게 다 같이 못살고 못 먹을 때,
“닥치고 내 말만 따르면 니들 쌀밥 먹게 해줄게.” 이렇게 나선 사람이 박정희. 박근혜 아빠. 박정희는 자기의 권력이 무너지지 않게끔 아주 권위적으로 정치를 했어. 북한 빨갱이하고 싸워야 된다는 명분으로 말 안 듣는 놈들 끌고가서 고문하고 죽이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면서 그렇게 사람들 입을 닥치게 만들었지.
노인들의 빨갱이 공포증이 심해지고 굳어진 것도 바로 이때야. 이때 태극기는 반공과 권위주의의 상징이었지. 부부싸움 하다가도 국기하강식 하면 국기에 대한 경례! 딱! 그니까 이 분들에게 태극기와 성조기하면 권위주의적 국가의 상징, 그리고 빨갱이 때려잡는 부적인거지.
그런데 박정희가 18년 동안 독재를 하면서 경제성장 이거 하나만 존나게 팠어. 그때의 대한민국은 어, 스타크래프트 같은 건데, 박정희가 커맨드센터에 있고, 에스12 존나게 굴려서 수출 존나게하고, 장사 존나게 하고, 경제성장 존나게 하고 이런 거야.
그래서 그때는 모든 국민들이 하나의 SCV였어. 나라를 위한 일꾼으로서만 의미가 이는 존재. 그런데 SCV가 처지가 좋냐? 맨날 미네랄 가스 캐면서 어떤 애는 또 위험하게 정찰 가다가 터져서 죽고, 박정희 때도 마찬가지였어.
아동노동, 노동착취 비일비재했는데, 일단 성장이나 하고 보자. 이 마인드였지. 그리고 베트남 전에 파병 갔던 군인들? 그 사람들 고엽제(독극물) 존나 맞으면서 싸웠는데 제대로 된 보상도 못 받고 그랬잖아.
그런데 중요한 게 뭔 줄 알아? 실제 대우는 X같았어도 립서비스를 막 해줬다는 거야.
‘산업의 역군! 경제 성장의 영웅!’ 뭐 이러면서. 말하자면 존재의 이유를 확인시켜 준 거지. 그래야 잔말 않고 열심히 일 할테니까.
그래서 박사모가 박근혜만 보면 그렇게 가슴이 찡한 거야. 자기네들 쌀밥 먹여준 박정희하고 자기네들의 리즈시절이 막 새록새록 떠오르거든. 그래서 기어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까지 만들지.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인간을 그냥 박정희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을 만들어 놨으니까 나라가 이꼬라지 나는 건 당연한 거지. 그래서 이 사람들은 지금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거야. 박근혜가 워낙 똥을 많이 싸질러서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다 무너지게 생겼거든.
자기가 믿었던 세계, 나라가 시켜서 희생한 청춘, 이런 것들이 송두리째 부정당할 위기에 처해 있으니까. 마음속으로는 엄청나게 비참하고 슬플 거라고 지금. 그래서 박정희의 딸, 박근혜에게 그렇게 끝까지 감정이입을 하는 거야.
자, 그런데 박정희가 자기들을 이용하고 동원했지만, 사실은 제대로 보상 안 해줬거든. 박근혜도 마찬가지야. 선거때 노인들 표 얻어서 집권했지만, 뭘 해준 게 있어 도대체. 아직도 노인빈곤율은 OECD에서 최고고 우리나라가 대선 때 공양했던 기초노령연금? 취임하자마자 바로 엎어버렸잖아.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이 드신 분들의 그런 절박함을 자기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는 데나 쓰려고 하고 있고, 증오와 극단주의를 부추기면서 말이야. 이런 새끼들이 진짜 나쁜 새끼들인 거지. 그래서 이제는 뭐, 나이 드신 분들이 왜 그렇게 거리로 나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지?
그러니까 많이 이상하긴 해도 그 사람들도 알고 보면 딱하고 불쌍한 사람들이야. 진자 나쁜 새끼들은 따로 있는 건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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