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꾸준히 하는데 별로 올라오는 것이 없다니. 우리의 무의식의 세계는 거기에 축적된 정보가 엄청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이 하나도 안 없어지고 다 창고에 자료를 넣어놨다고 하면 비디오테이프나 녹음테이프 같으면 아마 컨테이너박스로 수만 개 쌓아야 될 거요. 그런데 요즘 칩 그거 있잖아. 그 조그마한데 노래 천곡씩 들어가는 거 있잖아요. 그거보다도 천 배 만 배는 더 정교할거요. 더 작은 부피에 용량이 더 크다 이 말이오. 그런 게 우리에게 있는 거요. 거기 엄청난 정보가 축적이 돼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번뇌가 안 일어난다. 그건 거짓말이에요. 안 일어날 수가 없어. 아시겠어요? 하도 머리가 복잡하니 뭐가 일어나는지 모르는 거지. 살피는 게 약한 거요. 만약에 질문한 데로 안 일어난다면 좋은 거요. 일어났는데 못 알아차리면 어리석은 거고. 그러면 더 예민하게 관찰을 해야 되고, 관찰을 해보고 없으면 좋은 일이오. 그만이오. 왜 걱정이오? “청소하라.” 하니까 쓰레기가 많으면 치우면 되죠. 그런데 쓰레기 많다고 성질 내고 안 치워. 청소하라고 보내놓으니까 청소할 거 없다고 와서 항의해요. 쓰레기통 도로 부어놓고 청소하라고 그래?
청소 할게 없으면 다행이잖아. 쓰레기가 있으면 청소할게 있어서 다행이잖아. 번뇌가 있으면 번뇌를 치우면 되는 거고. 번뇌가 없으면 좋은 일이오. 하도 어질러 놓으니까 “청소하라.” 하니까 자기 방엔 아무 청소할게 없다니까 “왜 내방엔 청소할게 없냐.”고 항의하는 거 하고 똑같아. 청소를 하는 이유는 깨끗 하라고 청소 하는 거 아니오. 그런데 깨끗한데 뭐가 걱정이오? 그게? 좋은 일이지. 또 쓰레기가 많다고 뭣 때문에 걱정이오? 쓰레기 많다고 성질 내고 빗자루 던져버리면 청소가 됩니까? 더 쌓이지.
쓰레기가 많으니까 청소 하라는 거 아니오. 청소를 하다 보면 쓰레기가 줄죠. 줄면 나중에 청소하기가 수월해지지. 우리도 여기 개인 집 방도 그렇고 절도 그렇고 1년에 한 차례 대청소 해보면 청소할게 많습니까? 안 많습니까? 많지. 구석구석에 먼지가 묻어서 걸레를 한번 빨아서 세 번, 네 번 닦으면 벌써 새까맣게 되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렇게 대청소 하고 난 뒤에는 청소하기가 쉽지 않습니까? 그것처럼 처음에는 다 번뇌가 치성하기 때문에 더 복잡해. 똑같아.
이래 가만 놔 놓으면 먼지 별로 없어 보이잖아. 그런데 다 끄집어내서 닦아 보세요. 먼지가 엄청나게 많아. 그것처럼 딱 앉아서 명상을 하면 열 배 백배 더 번뇌가 많이 일어나. 머리가 돌 지경이야. 그러나 어느 정도 흘러 지나가고 청소가 되면 그 다음에 번뇌는 계속 일어나지마는 할만하다. 이거야. 매일매일 먼지가 앉고 매일매일 청소하지마는 매일매일 하면 할 만하지 않습니까? 그런 거와 같다. 이거야. 그러니 정진을 하다가 무심하게 정진이 되면 좋은 거요.
참회거리가 꼭 일어나가지고 눈에 눈물이 나고 엎드려 절을 해야 참회가 아니오. 아무 잘못이 한 일이 없어서 아무 문제도 안 생기면 더 좋은 일이지. 뭐가? 그런데 온갖 못된 짓 해 놓고 지 생각에 빠져서 뉘우칠 줄 몰라가지고 참회할 게 없는 거. 이건 별문제요. 쓰레기가 가득 찼는데 문을 안 열어 보고 없다고 얘기한 거와 같다. 그러니까 일단 문을 열어보고 쓰레기를 치울 것. 어떤 방은 쓰레기가 없으면 좋은 일이오. 또 쓰레기가 있는 거, 쓰레기가 있으니까 청소하지. 방문 받아놨다고 해서 쓰레기가 없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몰랐을 뿐이지.
그래서 명심문에 집중을 해서 정진을 하면 번뇌가 저절로 자꾸 일어납니다. 그걸 갖고 시비하지 말고 내버려두라. 이거야. 알아차리고 그냥 흘러가게 놔두면 시간이 흐르면 점점 줄어줄게 되고 ‘맑아져야지’ 한다고 맑아지는 게 아니라. 저절로 맑아지고. ‘졸지 말아야지’ 한다고 안 조는 게 아니라 저절로 졸음이 안 생기는 거요. 그렇게 공부를 해나가시면 된다. 이런 얘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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