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보고서 추정치에 따르면
2022년 대만의 1인당 GDP가 35,513달러로
일본의 34,358달러,
한국 33,591달러를 제치고
아시아 1위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2025년 GDP 예상
대만 32,859 일본 33,234 한국 37,675)
약 20년 만에 한국을 제치고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설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세계에서 인구 56위, 면적 기준 137위인 대만이
어떻게 경제 성장을 해왔으며,
최근 코로나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 침체 속에서도
급속한 성장을 이루어 부국이 되어가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초기 발전
1949년 중국 본토의 국민당 공산당 간의 국공내전에서 밀린 국민당 사람들은
대만으로 도피해 왔습니다.
200만 명 정도로 군인들도 포함이 되어 있었죠.
당시 금 100톤 정도를 함께 가지고 왔으며
현재 시세 기준으로 하면 약 1조 원입니다.
기축통화인 달러에 비해 신생국가의 화폐 가치는 너무 낮기에
일반적으로 신생국가의 독립 초기에는 물가가 엄청나게 상승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곤 합니다.
하지만 달러만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금을 100톤이나 가지고 있었기에
초기 물가 통제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죠.
당시 들어온 자원은 금이라는 물적 자원뿐만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본토를 장악한 후
쿠데타 등의 위험을 없애기 위해
엘리트 계층을 처형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항 세력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죠.
그래서 숙청되기 전
지식인, 정치인, 사업가 등 주요 엘리트들 6만 명 정도가
대만으로 피난해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지식, 기술 등 능력이 일반인들보다 높은 사람들이었죠.
금 100톤이라는 재정적 자원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춘 개혁적인 엘리트층이 중심이 되어
물가통제, 토지개혁을 성공적으로 시행하여
대만 경제시스템을 안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미국의 원조도 큰 영향을 주었는데요.
중국의 공산화 공산국가인 북한과 남한의 6.25 전쟁이 일어나며
동아시아 공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미국은
한국과 같이 대만에도 경제원조를 지원하였습니다.
1951년에서 1962년까지
대만 국내 투자의 30% 이상이 미국 원조였으니
엄청난 규모죠.
이를 바탕으로 대만 정부는
경제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작은 섬나라가
오늘날까지 오는 데 견고한 토대가 될 수 있었죠.
--Miracle of Taiwan
대만은 토지 개혁을 통해
농민을 지원하고 농업 생산량을 크게 높였습니다.
50년대에서 60년대 초까지
쌀, 차, 설탕, 과일, 섬유 등의 농업 작물을 재배하여 수출하였습니다.
동시에 산업화를 추진하였고
1962년 공업 생산량이 농업 생산량을 추월하며
본격적으로 농업에서 공업 중심으로 전환했습니다.
싼 노동력을 이용한 제조업 부문이 크게 성장하였고
국외 기업들의 투자도 늘어났습니다.
1970년대가 되어 ‘10대 건설 사업’이라는
국가 기반 시설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고속도로, 항구, 공항, 발전소와 같은 주요 시설이 부족하다고 여겨
6개의 운송, 3개의 산업, 1개의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산업 기반을 업그레이드 하였죠.
또한 무역제한 해제, 관세를 낮추는 무역협정 등
자유무역 확대를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이런 과정들로 60~70년대
공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갔습니다.
한편 당시 일본은 1978년에 소련을 꺾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됩니다.
소니, 파나소닉, 도요타, 혼다, 캐논과 같은 일본 대기업들이
승승장구하던 시기였죠.
일본은 엄청난 부자가 되었고
일본 노동자들의 급여 또한
선진국 노동자들이 받는 수준만큼 인상이 되었습니다.
임금이 오른 만큼 제품의 가격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기에
일본은 효율적인 제품 생산을 위해
저렴한 노동력과 산업 기반 시설을 갖춘 해외 생산국을 찾았습니다.
대만은 그런 조건이 될 뿐만 아니라
같은 언어를 쓰는 중국 노동자들과의 소통도 가능하기에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도 활용할 수 있었죠.
80년대 이후 일본과 관계가 개선되며
일본 기업들을 비롯한 국제적 기업들의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경제붐이 일어났고
대만은 한국, 싱가포르,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알려졌죠.
우리나라의 한강의 기적과 비슷한 의미로
이 시기 급격한 성장을 [타이완의 기적]이라고 불렀습니다.
--반도체 공화국
80년대 초기에는
주로 일본 기업의 하청을 받아
제조만 하는 형태의 기업이 주를 이루었으나
점차적으로 독립적인 기업체들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나아가 대만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산업에서의 쌀]을 찾고 있었죠.
당시 일본이 반도체 산업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그를 통해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모습을 보며
반도체의 잠재력을 확인한 대만은
반도체를 ‘산업의 쌀’로 삼고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하여 대만은 대만의 실리콘 밸리 격인 신주 과학 공업단지를 세우고
정부 주도의 반도체 산업지능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에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사에서
25년간 재직하며 부사장까지 지낸 모리스 창에게
대만 반도체 산업 지능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고
모리스창은 정부의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52세 텍사스 인스트로먼츠를 그만두고
대만 정부와 반도체 산업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었던 모리스 창은
당시 텍사스 인스트로먼츠에서 함께 일하던 연구원들이
퇴사 후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고 싶어 했지만
반도체 생산 설비 설치를 위해 드는 막대한 투자 비용이
큰 장애물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신생 반도체 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막대한 자원을 들여 생산 설비를 구축하지만
생산한 만큼 충분히 판매하지 못하면
대규모 적자에 빠지게 되는 시스템이었죠.
이런 생태계를 기회로 보고 모리스 창은
기존의 틀을 깨고
반도체 업계에서 행해지던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담당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의 형태가 아닌
다른 기업의 설계에 따라 위탁 생산만 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1987년 TSMC를 설립했습니다.
최초의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의 형태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죠.
TSMC 출연에 따라 생산시설이 없거나
생산시설 구축에 어려움이 있는 반도체 회사들은
생산시설, 전문인력, 낮은 임금으로 경쟁력을 갖춘 TSMC에 위탁 생산을 맡겼고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그만큼 위험도 많은데
생산 설비 투자 비용이 들지 않으니
위탁 기업들도 위험을 줄일 수 있었죠.
이런 상황이 되다 보니
반도체 설계에 뛰어난 실리콘밸리의 기술자들은
위험 부담이 적어진 만큼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는 기업들을
‘팹리스’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업체는 퀄컴, NVIDIA, AMD, 미디어텍 등이 있습니다.
이런 팹립스 기업들이
파운드리 기업인 TSMC와 함께 성장해 나간 것이죠.
이것이 성공으로 이어져
반도체가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과 민간 투자의 핵심적 요소가 되어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만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60% 정도나 되는
수출 중심 국가입니다.
한국도 수출 의존도가 높다고 하는데
2021년 기준 35.8%입니다.
대만은 57.6%로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죠.
수출이 대만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축이 반도체로
전체 수출액의 3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1천억 달러를 돌파하였고
2021년에는 1555억 달러까지 올라갔죠.
반도체 산업의 성공으로
큰 경제성장을 이룬 ‘반도체 공화국’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의 성장
대만은 코로나 시기인 2020년 3.4%,
2021년 6.6%의 경제성장률을 보였습니다.
특히 코로나 직후인 2020년은
전 세계 평균 마이너스 3.3%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았는데요.
오히려 더욱 높은 경제성장을 이룬 것이
2022년 3분기
아시아 1인당 평균 GDP 1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큰 요인이 될 것입니다.
그 요인이 무엇인지 본다면
우선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방역에 성공하였습니다.
섬나라의 이점과 적극적인 봉쇄 정책이
초기 코로나 확대를 막았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IT기술을 활용하였는데
인터넷으로 마스크 잔여 수량을 확인하는 정책도
대만에서 먼저 시행한 것이었죠.
그 결과 2020년에는 두 자릿수
즉 10명 이상의 1일 확진자가 나타난 날이 19일밖에 되지 않았으며
그래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이후에도 아주 성공적으로 코로나를 관리했습니다.
2016년 5월부터 집권한 차이잉원 총통이
친기업 쪽으로 정책을 펼치고
코로나 직전인 2019년부터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대만으로 복귀할 시
산업단지 부지나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등의
강력한 리쇼어링 지원 정책을 펼쳤습니다.
지금까지도 성공적으로 리쇼어링은 이루어져
대만 정부는 2022년 1월까지
255개 이상의 대만 기업이 리쇼어링하였고,
미중 갈등에 따른 위험성도 낮출 뿐만 아니라
약 8만 개의 대만 내 일자리 창출을 이루어냈으며
외국으로의 인력 유출도 막는 등
여러 긍정적 효과로
대만 내부 경제의 안정성을 더욱 높여갔습니다.
성공적인 코로나 방역
미쇼어링에 따른 내부 경제 안정화와 더불어 중요한 부분은
역시 반도체 분야의 성장입니다.
코로나 시기 세계 경제는 어려워졌지만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사회에서 it기술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PC, 스마트폰, 그래픽 작업과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사용되는 GPU,
차량용 반도체, 이미지 센서, 디스플레이 등
IT 전자제품들의 반도체 수요는 늘어났으며
최근에는 AI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따라
다각화된 새로운 형태의 반도체 수요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반 자동차의 평균 200개의 차량용 반도체가 사용됐다면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약 2,000개의 반도체가 필요한 것이죠.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따라
기업들은 제품의 목적에 맞게 반도체를 설계하고
반도체 생산을 파운드리 업체에 맡기는데
세계 1위의 파운드리 기업이 바로 TSMC인 것이고
이것이 대만의 부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대만의 반도체 기업이 TSMC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22년 1분기 기준 스마트폰 AP 시장 점유율 1위인 미디어텍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인 UMC를 비롯한
크고 작은 여러 반도체 회사들이 있습니다.
물론 한국도 반도체 강국이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코로나 이후 대체로 하락기였습니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비메모리 두 분야로 나누어지는데
한국의 주력 산업은 메모리 분야로
메모리 반도체의 특성상
경기 및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특징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가
PC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4G, 8G, 16G 등
용량으로 주로 확인 가능한 RAM입니다.
의류로 비교하면 기성복이라 할 수 있는데,
규격만 맞다면
갤럭시, 아이폰, 화웨이 등
브랜드에 무관하게 범용적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만큼 대량으로 생산하기에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큽니다.
2022년에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그에 맞추어 대량 생산하였으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플레이션 등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그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도 줄어들어
재고량이 많아지다 보니
결국 가격이 하락하여 최근 영업이익도 줄고 있는 상황이죠.
코로나 이후 대체적으로 가격 하락세를 보여왔고
그에 따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이익도 줄어든 것입니다.
하지만 대만의 주력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파운드리입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의류로 치면 맞춤복이라 할 수 있는데,
애플사가 설계하고 TSMC가 제조한 애플의 A16 바이오닉 AP는
오직 아이폰 14프로 시리즈에만 탑재되고 있는 것이 그 예입니다.
비교적 가격 변동성이 적고
현재 세계 시장 규모도
메모리보다 비메모리가 2배 이상 큽니다.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의 이익은 감소하였고
대만의 반도체는 성장을 해왔으며
TSMC가 2022년 3분기 미국의 인텔
한국의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코로나로 인한 세계적 경제 침체가 온 상황에서도
반도체 분야에서 큰 성장을 이룬 것이
국가 경제력으로 이어져
곧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1인당 GDP 1위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대만이 어떻게 부국이 되어 왔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대만은 우리나라처럼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도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안정적 경제 기반을 갖추고
주어진 상황에서 인적 자원, 무역,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하여 산업을 추진하고
동시에 적극적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투자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의 부국이 된 것이 아닐까요?
물론 GDP 지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들도 많이 있습니다.
여전히 전체 GDP 수치가 평균 임금이
한국보다 훨씬 낮으며
높은 실업률, 지나치게 높은 파운드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존도
미중 갈등에 의한 불안정성 등이 존재하죠.
우리나라와 지정학적 경제적으로도 연관도가 높은 대만이기에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변화를 지켜본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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