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은 뜨거운 햇살, 다양한 볼거리, 호텔과 쇼핑, 향신료 가득한 음식들, 저렴한 물가 등
여러 가지 매력을 품은 배낭여행자들의 성지죠.
동남아시아 여행의 최대 관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곳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음식점에서는 대마가 들어간 태국 요리
길거리 가판대에서는 대마가 들어간 젤리, 아이스크림, 스무디
심지어 편의점에서도 대마 음료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2022년 6월 9일 태국은 아시아 최초,
세계적으로는 캐나다, 우르과이에 이어
3번째로 대마초를 합법화했기 때문이죠.
물론 의료용 대마에 한해서만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태국이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마약법을 가진 나라 중 하나였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
2001년 2월 9일, 태국의 23대 총리로 취임한
경찰 출신의 탁신 친나왓 총리는
2003년 태국, 라오스, 미얀마 접경지인 ‘골든 트라이앵글’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마약을 퇴치하기 위해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으며
직후 단 3개월 동안에 약 2,500명의 마약 사범이 사망했습니다.
이 정책은 큰 인기를 끌었고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따랐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16년 집권한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으로
그 또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여
마약 범죄자에 대한 즉결 처형권까지 부여하였습니다.
태국은 불과 몇 달 전인 2022년 5월까지만 해도
대마 소지죄로 징역 15년 형을 받는 국가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마약법으로 유명한 태국이
왜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을까요?
--첫 번째는 환경적 이유인데요.
태국은 아편 생산을 위한 최적의 기후와 자연 건을 갖춘 지역으로
한때 미국에서 유통되는 헤로인의 60%가
태국, 미얀마, 라오스 접경 지역인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서 나왔을 정도였죠.
하지만 마약에 대한 강력한 제재 이후 상황이 바뀌어
과거에는 태국이 미국으로 불법 대마를 수출했다면
지금은 미국이 태국에 불법 대마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원산지를 증명하기도 어려워
오히려 가격이 저렴한 미국산 대마가 늘어나고
태국의 토종 대마는 줄어드는 상황이 된 것이죠.
1년 내내 열대기후인 태국은
여전히 대마를 심기 좋은 환경으로
양질의 대마 재배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낮은 임금을 이용하여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된 것이죠.
또한 높은 관광업 의존도와 코로나로 인한 영향도 있는데요.
2019년 기준 태국인 관광업이 GDP의 11.83%를 담당하는
태국 경제에 중요한 산업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인 2020년은
3%대로 크게 하락했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2019년 4분기에만 1천만 명이 넘었던 관광객이
코로나 이후에는 1천 명도 안 되었으며,
최근 들어 회복하였음에도
2022년 1분기에는
50만 명 정도의 관광객들만이 태국을 방문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20분의 1도 안 되는 수치이죠.
의료용 대마를 활용한 치료 및 치료 목적 여행 입국자가 늘어나는 것이
관광산업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코로나 회복기라는 시기적 환경도
대마 합법화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두 번째는 정치적 이유입니다.
아누틴 찬비라쿨 장관은 2019년 7월
태국 부총리 겸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취임하였는데요.
당시 주요 공약이 대마초 합법화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쌀 수출국 중 하나인 태국이지만
농민들이 쌀과 설탕 재배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선거 때 후보자들이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과 공약을 발표하는데
때로는 표를 얻기 위한 급진적인 공약이 발표되기도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찬비라쿨 장관은
대마를 재배한다면
이게 농민들의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죠.
이 공약이 빈곤층과 농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입니다.
당선 후 결국 합법화를 이뤄낸 것이죠.
찬비라쿨 장관은 무려 100만 그루의 대마초를 가정에 나누어 주었고
대마 재배로 새로운 수익 창출을 꿈꾸는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세 번째는 경제적 요인인데요.
먼저 시민들의 입장에서 봅시다.
이 정책을 추진했던 참비라쿨 장관의 제안에 따르면
각 가정에서는 6그루의 대마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그루에서 나오는 대마를
정부에 약 2,225달러에 판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6그루를 모두 팔면 13,350달러를 벌 수 있는데,
태국의 평균 월급이 약 680달러 한화로 약 95만 원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큰 이익이라 볼 수 있겠죠.
또한 대만은 과거 태국에서 민간요법의 식물 약초로 쓰이기도 했고
실제로도 진정 성분이 있어
일부 국가에서는 암 환자들의 구토 증세를 완화시키는 데 쓰이기도 하죠.
비싼 의약품을 사기 어려운 저소득층 시민들은
대마를 사용하여 의료적 혜택을 볼 수도 있겠죠.
기업이나 국가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 정보기관 리포트에 따르면
의료용 대마초의 글로벌 매출은
2021년에 374억 달러로 추산되었습니다.
이 시장이 2024년에는 626억 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 중 아시아는 107억 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태국 내 대마 합법화 추진 관련 인사들은
합법화 후 3년 내 1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대기업들은 대마를 활용한 사업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태국은 2천년대 초
마약과의 전쟁을 동남아 지역에서 선도적으로 시행했었는데
20년이 지난 2022년에는 대마 합법화를 선도적으로 시행하여
앞으로 커질 동남아 대마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의도인 것이죠.
--마지막은 과밀한 교도소 상황입니다.
태국 정부의 표면적 목표는 경제적 부분이지만
숨은 의도는 이 부분이라고 보는 의견도 많습니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많은 마약 사범들이 교도소에 재소하게 되었습니다.
매년 그 인원은 늘어나고 있고
2020년 기준 약 36만 명 중
약 28만 5천 명 정도가 마약 사범이며,
이는 동남아 국가에서 가장 많은 수감자입니다.
비율적으로 보아도 전체 수감자의 80% 이상입니다.
이렇게 늘어나는 마약 재소자들로 인하여
2021년 11월 기준, 태국 교도소의 공식 수용 인원은
11만 명인 것에 반해
실제 수용 인원은 285,572명으로
수용 인원 대비 260% 정도로
과도하게 많은 인원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수치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이런 결과로 태국은 교도소 운영에 막대한 비용뿐만 아니라
열악한 교도소 환경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난이라는 상황에까지 직면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를 주기 위해
수감자와 양형을 줄이고
처벌보다는 치료, 개인과 사회의 건강성을 높이는 쪽으로
정부의 메시지가 점차 바뀌어 갔고
결과적으로 이번에 합법화까지 이루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합법화 이후
대마초 관련 마약 사범 약 4천 명 이상이 석방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도 마약 사범들의 수감률과 수감 기간은 낮아지겠죠.
--
앞서 말한 4가지 이유를 중심으로 하여
태국은 대마를 합법화했습니다.
의료용으로만 사용이 가능하고
음식이나 음료에 들어가는 경우
대마의 주요 성분인 THC가 0.2% 미만인 것만 허용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식당 음식들의 THC 함유량을 어떻게 측정하고 규제할지도 의문입니다.
또 공공장소에서 대마를 피우거나
고농축 대마를 소지하는 사람들을 체포해야 하는데
이는 감옥 수용률을 줄이려는 태국 정부의 생각과 반대되어
실제로 체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용과 기호용 대마를 구분하는 경계도 애매합니다.
이런 애매한 부분 때문에 태국 정부는
추가적인 규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하며
한편에서는 경제적 수익 확대를 위해
기호용 대마 합법화까지 추진 중입니다.
태국의 대마가 과연 녹색금이 될지
여러 부작용을 나눈 악수가 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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