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도론에 의하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16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정신과 물질을 구분하는 지혜
2. 조건을 파악하는 지혜
3. 명상의 지혜
4. 생멸의 지혜
5. 소멸[무너짐]의 지혜
6. 두려움[공푸]의 지혜
7. 허물[위험]의 지혜
8. 염오의 지혜
9. 벗어나려는[해탈하기를 원하는] 지혜
10. 재성찰의 [깊이 숙고하는] 지혜
11. 형성평온의 지혜
12. 수순(隨順)의 지혜
13. 종성(種姓)의 지혜
14. 도(道)의 지혜
15. 과(果)의 지혜
16. 반조(反照)의 지혜
여러 갈래의 지혜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지혜는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자라나는 걸까요?
지혜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판단할 줄 아는 견식/
속인들은 자신에게 이로운 것으로
권력과 재물을 꼽지만
그것들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처럼 허망한 것이지요.
(花 꽃 화 無 없을 무, 十 열 십, 日 날 일, 紅 붉을 홍),
그래서 이해타산(利害打算)에 밝은 것을 가리켜 지혜라고 하지 않습니다.
(利 이로울 이, 害 해할 해, 打 칠 타, 算 셈 산)
지혜는 매우 근본적인 철학적 물음에서 시작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이 명제를 찿으려는 마음이 지혜이고,
이것을 흔들림 없이 탐구해 나가는 과정이 또한 지혜입니다.
그래서 지혜란 어두운 밤길을 비추는 등불처럼
수행을 영글게 만들어 줍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지혜를 [청정도론]처럼 복잡하게 구분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혜란
/본질적인 의문을 내고 그것을 궁구해 가는 사유 체계/
까닭입니다.
[화엄경]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의 과정을
10단계로 구분해 놓고 있습니다.
환희지, 이구지, 발광지, 염혜지, 난승지, 현전지, 원행지, 부동지, 선혜지, 법운지
특히 열 번째 법운지를 터득한 경지를
십지보살(十地菩薩)이라 하여 높이 기리고 있습니다.
(十 열 십, 地 땅 지, 菩 보살 보, 薩 보살 살)
법운지에 이르면
커다란 보배로 장식된 연꽃 위에 앉게 되고
사방에서 보살들이 몰려와 찬양하고 경배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소설엔 실화소설과 추리소설이 있는데
불경에 나오는 얘기는 대부분 판타지입니다.
실상과 많이 떨어져 있고
그렇다고 정교한 철학적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구약]이 고대인들의 원시 관념으로 꾸며져 있듯
[불경] 역시 초보적 철학 지식에 신화적 발상이 가미되어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팔만대장경]을 달달 외운다 해도
철학적 기본 소양 정도를 축적하는 것 외엔 특별한 성과가 없습니다.
모름지기 수행이란
허공을 붙잡고 한판 씨름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허공이 모호하다 하여
여기에 온갖 관념을 입혀 경전을 만들고
수행을 쪼개 등급을 매기다 보면
허공의 본질을 잃게 됩니다.
수행이란
본래 가장 단순한 구조를 찾는 과정이어서
복잡할수록 정도에서 멀어지는 까닭입니다.
그렇다면 [불경]의 복잡한 이론과 사상 체계는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된 것일까요?
유심론을 비롯해서 불교 철학만 해도
도서관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것입니다.
만일 석가세존이 입멸하지 않고
2500년 동안 살아 계셨다면
[불경]은 불과 한두 권 정도면 족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석가세존의 입에서 나올 법문이란 것이
사실상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불교 철학이 방대해진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그건 깨달은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무지를 감추려면
어떡하든 어렵게 만든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면 그 다음 제자가 여기에 덧붙여 더 어렵게 만들고
그렇게 몇 대를 이어가면
너무 어려워서 심오하고 오묘하다는 표현이 붙게 됩니다.
이쯤 되면 어느 누구도 알 수 없게 되니
수행자들은 그 신묘함에 숨어서
붓다 노릇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패턴은 오늘날에도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소식 들었다며 강단에 서는 인물치고
경전을 인용하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왜 경전을 인용하느냐?
바로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숨기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온갖 경전을 읽고 외우고
필사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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