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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THATch] 깨달음 전통의 의식 수준

Buddhastudy 2024. 9. 3. 19:38

 

 

대승기신론은

대승불교의 핵심적 사상을 요약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마음의 본질과 작용,

그리고 깨달은 마음과 깨닫지 못한 마음에 대한

체계적 설명을 통해서 깨달음과 무지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서광 스님

 

이제 본격적으로 깨달음의 단계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앞서 우리는 켄 윌버와 데이비드 호킨스라는 출중한 현대의 학자 겸 구도자를 통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깨달음이 사실상 전우주적으로 통합적인 것이고

의식의 구조와 상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발견과 정의들이

기존의 깨달음 전통을 재해석할 수 있도록 만든

아주 훌륭한 틀이라는 점도 공감했습니다.

 

켄 윌버는 자신의 저서 <의식의 스펙트럼>을 통해서

인류의 거의 모든 종교, 철학에서

의식수준, 존재수준에 해당하는 단계들이 있다는 점과

놀라울 만큼이나 이런 단계들이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그 방대한 내용을 모두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작업이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것만 추려서

우리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정리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뜻이 통하고, 말도 쉽고, 단순하고, 명료한 체계를

그 기준으로 삼고자 합니다.

 

보통의 경우 차크라에 비유되는

힌두교, 베다와 우파니샤드의 깨달음의 7단계나

불교의 화엄 10지 같은 10개의 단계가 많이 인용됩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을 찾아보면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무엇으로 기준을 삼을지에 대해 망설이게 됩니다.

정말 많고 다양합니다.

 

모두 합해 52단계라면 어떻게 할까요?

그렇게나 많다고요?

그렇습니다.

대승불교 <화엄경>에서는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어가는 단계를

십신(十信), 십주(十住), 십행(十行), 십회향(十廻向), 십지(十地), 등각(等覺), 묘각(妙覺)52()로 나눕니다.

우리가 잘 아는 [화엄경]의 선재동자는

53명의 선지식을 찾아가는데

그 과정이 바로 이 대승 52위를 나타냅니다.

처음과 마지막에 문수보살을 친견하게 되니까

다 합해서 52명입니다.

52위에 대한 은유죠.

 

52위는 좀 많아 보이죠?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승불교의 기본서라고 할 수 있는<대승기신론>

저렇게 많은 단계를 단 4개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52위의 내용을 축약해 보여주는 4단계의 깨달음 수준을 차용하면

52위의 내용을 따로 알아보는 것과는 별도로

우리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불교의 의식수준, 깨달음의 단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대승기신론은

마음이 오염되는 과정과

오염된 마음을 정화시키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수행방법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참고하고자 하는 수행과 깨달음의 진전이나

진전되는 단계에 대해

명료한 지침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대승기신론이 깨달음에 대한 틀을 짧게 요약하고

곧바로 깨달음 단계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크게 본다면 대승기신론은

깨달음을 본각- 무각- 시각으로 설명합니다.

원래 우리 모두는 맑디 맑은 진리의 자리에 있고(본각)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기에

무지한 상태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무각)

이를 깨쳐 깨달음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시각)

 

시각 이후의 단계를 크게 4개로 나누는데

그것이 범부각, 상사각, 수분각, 구경각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자주 활용하게 될 개념이니

조금 더 상세히, 그러나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범부각(凡夫覺=불각/不覺)입니다.

시각(始覺)의 첫 단계입니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알고

원치 않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원인인 나쁜 생각을 억제하고 통제하려고 합니다만

아직 마음의 근원에는 먼 수준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입문자입니다.

 

2) 상사각(相似覺)입니다.

이 단계에서 구도자는

모든 현상에는 변하지 않는 실체가 있음을 알게 된 상태입니다.

서구철학식으로 말하면

현상과 본질에 대해 이해하게 된 상태죠.

하지만 아직은 거칠게, 개념적으로 아는 상태라고 해서

비슷하다는 자를 붙여 상사각이라고 합니다.

 

3) 수분각(隨分覺)입니다.

초견성(初見性)이라고 부르며

현상의 동질성에 대한 깨달음을 이룬 상태입니다.

흔히 진리를 흘낏 관찰했다고 해서

일견 수준이라고도 합니다.

형상들의 다양한 외형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동등하고 평등하다는 사실을

의식, 무의식수준에서 깨달은 상태가

수분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구경각(究竟覺)입니다.

본질과 현상의 동질성과 차이에 대한 깨달음을 두루 이룩한 상태입니다.

본래면목(本來面目), 등각(等覺)이라고도 하며

아뢰야식(저장식) 수준에서의 깨달음입니다.

불교로 치면 부처의 상태를 이룬 것(成佛)

또는 부처가 되는 자리를 뜻합니다.

 

5) 묘각(妙覺)입니다.

시각 4위를 완전히 넘어 본각과 통합되는 위가 바로 묘각입니다.

앞서 본 10지를 모두 마친 상태를 등각이라고 하고

등각의 지위에 있는 수행자가

마지막으로 남은 한 가지 무명

즉 근본 무명을 끊고 묘각의 지위에 들어간다 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등각의 경지에 도달한 구경지 보살에게는

아뢰야의 미세한 망념이 남아있다.

이것이 참다운 본성을 가려

구경지 보살도

모든 대상을 분명하고 명백하게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마치 얇은 비단으로 눈을 가린 것처럼

마치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보는 것처럼이랗고 한 것이다.

-성철 스님/

 

또한 여러 문헌에서 등각과 묘각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하는데

그 핵심은

등각에서 번뇌를 끊어 이른바 생멸문 전체를 제도하고,

등각에서는 진여문과 생멸문 전체를 하나로 통합시킨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등각에서 인간의 업을 벗어나고

묘각에서는 진리와 하나가 된다.

진리 그 자체가 된다는 것입니다.

 

수분각을 화엄7지라고 하기도 하고, 10지라 하기도 합니다.

내용이 특별히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니

문헌 고증 같은 것은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52위를 간단하게 줄여

다섯 단계로 식별하고자 했고

그것이 바로 대승기신론에서 찾아낸 5단계입니다.

 

5단계는

깨달음 수행의 긴 여정에서

스승과 도반들이 서로 알아볼 수 있는 확연한 차이를 제공합니다.

각 단계 안에서의 진보는

그 미세함이 말할 수 없을 정도나

5단계로는 큰 효용은 없습니다.

다만 해당 단계의 특징을 큰 목표로 삼아 성찰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리고 5단계의 각 수준 중에서

하나의 단계를 달성했다고 해서

그 수준이 계속 보장되는 것은

묘각 말고는 없습니다.

 

나머지 단계들은

거기에 집착하면 주저앉아 진보를 [멈추게] 되거나

방해를 하면 오히려 [퇴보]하거나 하는 특성을 가집니다.

 

인간 의식의 특성이 그렇기도 합니다.

하나의 변화와 진보가

완전히 [자기의 것으로 체득]되는 과정은

참으로 어려운 과정입니다.

완전히 졸업하기 전에는

진급은 물론이고 유급과 자퇴의 가능성이 언제나 있는

그야말로 공짜가 없는

엄격한 학교가 바로 깨달음 공부의 여정입니다.

 

우리는 깨달음 여행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지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지도에 쓸 그림과 기호가 어떤 것들인지 알아보기 위해

의식수준에 대해 이해하고자 했죠.

의식수준에 대한 방위, 등고선, 지형, 지문을 식별하기 위해

몇 가지 개념들을 알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의 목표와 중간 도달 지점, 경과 지점들을 보기 좋게 정리한 것입니다.

 

경과 지점들 사이에 있는 미세한 길과 지형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세분된 것에 마음을 쏟으면 길을 잃을 수 있고

너무 큰 모퉁이 돌만 보고 가면 여행의 의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5개의 큰 지점을 설정한 것은

그 지점들이

깨달음 여행에서 매우 중요한 목표이고, 이정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지점에 대해서는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각각의 지점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그 지점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불각으로부터 구경각으로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표층의식으로부터 심층으로 전개되는

자기의식의 정화과정과 다르지 않다.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