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부처님이 돌아가시면 누구를 스승으로 모셔야 합니까? (2024.01.27.)

Buddhastudy 2024. 2. 20. 20:01

 

 

또 아난다가 부처님께 묻습니다.

'우리는 늘 부처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수행 정진을 해왔는데

부처님이 계시지 않으면

누구를 스승으로 모셔야 합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대답합니다.

'나의 가르침인 경과 율을 스승으로 삼아라.'

 

특히 부처님께서는 율을 많이 강조하셨습니다.

계율을 청정히 지키면

나와 멀리 떨어져도 항상 나와 같이 있는 것과 같고

계율을 지키지 않으면

내 옆에 있어도 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붓다의 가르침을 행하는 게 중요하지

절을 짓고 불상을 만들고

이런 모양이나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이계위사(以戒爲師)’라고 합니다.

즉 계를 스승으로 삼아라고 하셨어요.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한 명씩 부처님께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그렇게 하지 못하고

다섯 명씩 열 명씩 가족 단위로 인사를 드렸어요.

 

밤이 깊어서야 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부처님은 마치 불이 깜박깜박 꺼져가듯

마지막 생명을 유지하는 상태였습니다.

 

제자들은 부처님이 편안하게 생을 마칠 수 있도록

모두 조용히 물러나 있었습니다.

그때 그 늦은 시각에 어떤 늙은 영감이 지팡이를 짚고 왔어요.

 

내가 고타마를 좀 만나야 되겠소.’

 

이 사람은 수바드라라는 사람으로

불교도가 아니라 이교도인데

세존이니 여래이니 부처님이니 하는 존칭도 쓰지 않고

그냥 부처님의 이름을 불렀어요.

 

고타마를 좀 만나야 되겠다.’

안 됩니다.’

내가 좀 물을 게 있소.

오늘 안 물어보면 기회가 없으니까 꼭 물어봐야겠소.’

 

아난다는 부처님을 생각해서 안 된다고 했고,

수바드라는 꼭 물어야겠다고 고집했습니다.

한동안 둘이 옥신각신 했어요.

 

부처님께서 이 소란을 듣고

아난다여, 그 사람을 들여보내라.

그는 나를 귀찮게 하러 온 게 아니고

물을 게 있어서 온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수바드라는 부처님의 처소에 들어가자마자

예를 취하거나 법을 청하는 게 아니고

대뜸 시비조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많은 스승이 있는데

각자 다 자기주장만 옳다고 하고

남의 주장은 틀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타마는 그들이 다 누군지 아십니까?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 것입니까?

아니면 그들은 다 틀렸습니까?

나는 도대체 모르겠으니 나에게 알려 주시오.’

 

부처님께서는 그 얘기를 다 들으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그들을 다 알고 있다.

마음속에 탐욕이 있고, 성냄이 있고, 질투가 있다면

그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진실하다고 할 수가 없느니라.

그러니 수바드라여, 그런 말들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나는 출가한 지 50년이 지나도록 쉬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해 왔다.’

 

그러면서 바르게 보아라,

바르게 생각하라

바르게 말하라

바르게 행동하라

바르게 생활하라

바르게 정진하라

바르게 집중하라

바르게 살펴라,

이렇게 여덟 가지 실천 덕목인 팔정도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시비하지 말고

다만 수행 정진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수바드라는 그 말을 듣고 탁 깨달아서

저도 부처님의 제자가 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수바드라여, 이교도가 수행공동체 안에 들어오려면

3개월은 지켜봐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출가를 하면 행자 생활을 3개월 해야 한다는 규칙이

여기서 나온 거예요.

사실 부처님은 제자가 되기를 청하는 사람에게

오라, 비구여하고 말하면 끝이었는데,

기록에는 당시 부처님이 수바드라를 수행자로 받아들이기 위해

3개월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수바드라는

받아만 주신다면

저는 3개월이 아니라 3년이라도 기다리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사람이 바로 부처님의 마지막 제자

수바드라라고 경전에 기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