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이혼을 했는데도 바람피운 전남편이 계속 밉습니다. (2024.03.28.)

Buddhastudy 2024. 4. 4. 19:59

 

 

저는 전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단호하게 헤어질 결심을 하고 이혼을 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한 눈을 파는 그 사람을 용납하기 어려웠습니다.

마음에 상처를 받아서 단호하게 이혼할 결심을 했는데

아직도 상처를 치유할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신혼집에 제가 아직 거주하고 있는데 밤마다 마음이 불안하고

그 사람에 대한 미움과 복수심이 듭니다.

살면서 한 번도 누구를 미워하면서 살아본 적이 없는데

현재는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미워하게 되어 너무 힘듭니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제 마음속에서 놓아주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까요?//

 

 

지금 질문자가 미워하는 사람이 바람을 피운 전 남편이에요?

전 남편의 여자친구예요?”

 

신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란 말을 들어보셨어요?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자기가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내가 누구를 만나서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해서는

자기 결정권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혼을 하는 것은 본인의 권리이지만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것은 남의 인생에 질문자가 간섭하는 거예요.

한마디로 독선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는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니까요.

 

두 사람이 결혼을 할 때는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다른 사람을 만난 것은 약속을 어긴 거란 말이에요.

그건 혼약을 파기할 사유가 되고,

나에게는 혼약을 파기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혼을 하겠다고 법원에 신청할 수가 있습니다.

상대가 약속을 어긴 것이니까 기분은 나쁘지만

원칙적으로는 미련이 남을 게 없는 거예요.

상대가 혼인 상태를 계속 요구할 수는 있지만

상대에게 결격 사유가 있기 때문에

이혼을 할 수가 있는 겁니다.

 

예전에는 이런 경우 간통죄로 형사 처벌을 했습니다.

그런데 성인의 자기 몸에 대한 신체 결정권에

국가 공권력이 관여해서 처벌하는 것은

인권의 정신에 맞지 않다고 최근에 법이 바뀌었어요.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인데

국가 공권력이 그걸 범죄시하는 것은 맞지가 않다는 거죠.

그래서 간통죄가 폐지된 겁니다.

그러나 상대가 약속을 어김으로 해서

내가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통해

정신적인 피해에 대해 보상을 요구할 수는 있어요.

판사가 보기에 그 손해가

천만 원이 될 수도 있고, 오천만 원이 될 수도 있고, 일억이 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았으면

그걸로 끝내야 해요.

 

그런데도 그 사람을 계속 미워하고 있다면

복수하는 방법이 뭐겠어요?

폭력으로 그 사람을 때리면 폭력죄로 감옥에 들어갑니다.

질문자도 다른 남자와 연애할 권리가 있듯이

그냥 다른 사람을 만나면 되지

그 사람에 대해 복수를 한다면 오히려 본인만 초라해집니다.

복수를 하는 방법은

폭행을 하거나 비리를 폭로하는 길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폭행을 하거나 비리를 폭로하면

자칫 내가 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혼을 했으면 그걸로 끝이지

추가적으로 상대방을 징벌할 수 있는 아무런 권리가 없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갖는

신체의 자기 결정권에 해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혼약을 파기하면 되지 미워할 일은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됐다고 그냥 미워하는 것밖에 안 되잖아요.

그러니 오늘부터는 미움을 싹 내려놓아야 합니다.

 

물론 이혼한 것이 아쉬울 수는 있어요.

그때는 감정이 상해서 이혼을 했는데

이혼하고 보니까 밤에 혼자 자려니 허전하고

그 사람의 다정다감한 것도 생각이 나고

그만한 사람을 다시 만나기도 어렵고

그래서 내가 좀 아쉬울 수가 있습니다.

 

어차피 새로운 남자를 만나도

상대가 이혼남일 수가 있고, 사별남과 재혼할 수가 있잖아요.

그러면 전 남편도

내가 새로 만나는 대상에 넣어서 고려하면 됩니다.

고려해 보니까 그때의 기준에서는 이혼을 했지만

재혼의 기준에서는 오히려 전 남편이 더 나을 수가 있어요.

그러면 전 남편도 재혼의 범위에 넣어서 검토를 하면 돼요.

용서를 해주거나 이혼을 물렸다고 볼 필요가 없습니다.

 

예전 결혼은 끝난 일입니다.

새로 재혼할 남자 중에 그 남자를 넣어서 고려해 봤더니

그 남자가 가장 괜찮다 싶으면

다시 잡으면 되는 거예요.

물론 그 남자가 다른 여성에게 이미 마음이 가버렸다면

별개의 문제이지만,

아직 나에게 아쉬움이 남아 있다면

그 남자를 넣어서 검토하는 게 낫다는 겁니다.

 

다음에 그 남자와 다시 결혼해도 이럴 가능성이 또 열려 있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도 이럴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그 남자를 미워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 문제가 있어도 감안하고 사는 게 낫겠다면 같이 살면 되고

도저히 안 되겠다면 이혼을 하면 되지

미워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닙니다.

 

전 남편은 약속을 어긴 것이지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에요.

내가 돈을 빌려서 안 갚는 것은

개인 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민사 재판의 사유는 되지만

형사 처벌은 안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예전에 결혼을 해 놓고 안 했다고 속이고 결혼하면

혼인 빙자 간음죄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돈 문제라 하더라도

사기를 치면 사기죄로 형사 처벌을 받습니다.

그러나 바람을 피운 것은 형사 처벌의 대상이 아니에요.

혼인을 파기할 수 있는 이혼 사유만 됩니다.

 

아직 젊으니까 이 점을 명심하고

서로 쿨하게 헤어지면 좋겠어요.

미워하는 행위는 자기가 자기를 괴롭히는 행위입니다.

바람을 피워도 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어리석은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니 그 사람을 미워하지는 마세요.

미워해서 복수를 하는 방법은 폭행을 하는 길밖에 없어요.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고, 감옥에 가는 길입니다.

 

...

 

미워하지 말라는 것이 용서해 주라는 뜻이 아니에요.

미워하지는 말라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전 남편은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

이미 이혼을 당하는 과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전 남편에 대해 더 이상 나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