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어릴 때 어머니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어디서 채워야 할까요? (2024.04.05.)

Buddhastudy 2024. 4. 15. 18:33

 

 

8살 때쯤 어린 마음에 평소 느낀 대로

어머니가 저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가 혼이 난 기억이 있습니다.

또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하는 술주정 중 하나가

아버지가 자식들 중 저를 가장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엄했던 아버지는

딱히 저만 편애하는 모습도 없으셨는데

자식을 아끼는 아버지를 불만스러워하는 어머니가 미웠고

만약 아버지가 제가 아닌 다른 형제를 편애했다면

어머니는 그렇게 화를 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된 저는 연애를 포함한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이 공허하고 외롭습니다.

그러다가도 막상 연애 할 때에는 충실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한눈을 팝니다.

하지만 혼자 있으면 더 외롭고 공허한 탓에 연애를 그만두지는 못합니다.

우울증으로 병원에 몇 년째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사랑받지 못한 어린 제가 종종 불쌍하게 느껴질 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나요?//

 

 

질문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 저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상담 치료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질문자는 우울증뿐만 아니라

어릴 때 입은 마음의 상처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약물치료 이외에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방식도 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우울증 약만 타서 먹고 있나요?

아니면 상담 치료도 병행하고 있나요?

 

...

 

그러면 질문자는 먼저 절을 한번 해보면 좋겠습니다.

절을 하면서 이렇게 오히려 참회 기도를 해보세요.

 

어머니 감사합니다.

저를 너무나 아껴주셨는데 제가 어려서 몰랐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어머니를 원망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무조건 사랑해 주세요이러지 말고요.

그 당시 어머니는 본인이 가능한 범위에서 질문자를 사랑했을 겁니다.

사랑의 정도가 내가 원하는 만큼 아니었을 뿐입니다.

어머니도 살아가기 힘들고 바빠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애들한테 악을 쓰고 했겠죠.

내가 어머니에게 바라는 만큼은 아니지만

어머니 수준에서는 할 만큼 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어머니에게 어릴 때 사랑받지 못했다고 하거나

학대를 당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어머니는 동의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최선을 다해서

자식들을 키웠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질문자가 원하는 만큼은 아닌 건 맞아요.

그러나 어머니의 당시 입장과 수준에서는 최선을 다한 겁니다.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육체적, 정신적인 역량 내에서는

그 정도 한 것도 죽을힘을 다해서 한 거예요.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1,000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합시다.

그 사람이 나한테 100을 해줬다고 하면

내가 좀 섭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100의 힘을 가지고

나에게 100을 해줬다면 어떻습니까?

나한테 100을 해줬다는 것은 같지만

후자는 최선을 다한 것이죠.

역량이 100밖에 안되는데도 모두 준 것이니까요.

 

질문자의 어머니는 역량이 적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수준에서는 부모로서 최선을 다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자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어머니는 동의를 못 합니다.

 

질문자의 생각에는

지금이라도 엄마가 뉘우쳐서 나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하면

좀 풀릴 것 같겠지만

정작 어머니 본인은 그런 생각을 절대 못 합니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당시에 할 수 있는데 안 한 게 아니고

자기 깜냥으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질문자의 말을 들으면

오히려 괘씸한 생각이 들 거예요.

내가 온갖 고생을 해서 키워놨더니

겨우 한다는 소리가 그거야?’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질문자가 8살 때 야단을 맞은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 내가 어른이었으면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는데

질문자도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그걸 몰랐던 것이죠.

 

그러다 보니 엄마에게 혼나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입니다.

엄마도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아이가 그런 소리를 하니까 섭섭해서 혼내고 악을 썼던 것이거든요.

이런 식으로 반복이 된 것입니다.

 

아빠가 특별히 질문자를 더 편애해서가 아니라

질문자가 엄마한테 자꾸 야단을 맞으니까 보호를 해준 것입니다.

누가 야단을 맞으면

너무 야단치지 마라하면서 한쪽에서 좀 보호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그런 아빠의 모습에 엄마는 화가 더 나서

또 성질을 부리게 되었겠죠.

 

질문자는 어린 마음에

아빠는 나를 보호해 주고, 엄마는 나를 학대한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엄마에 대해 미움이 생긴 것입니다.

 

보통은 아버지가 야단을 치고 엄마가 보호해 주니까

대부분 아버지에 대해서는 별로 감사함이 없고

엄마에 대해서만 감사함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도 아버지가 특별히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역할이 서로 달라서 그랬던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내가 어려서 엄마의 그런 힘듦을 몰랐구나!

어머니 나름대로는 힘껏 한다고 한 게 그거였구나!’ 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머니, 제가 어려서 몰랐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저를 힘껏 사랑해 주셨는데

제가 그걸 모르고 엄마를 미워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기도하다 보면

언제 엄마가 나를 사랑했어, 나를 미워했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염주를 던져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꾸준히 기도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자신의 삶이 힘든데도

어린아이를 버리지 않고, 화를 내면서도

아이를 돌보았던 엄마의 깊은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 옵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렇게 되면

내 속에 있는 상처가 다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울증 약을 먹으면서, 필요하면

상담 치료를 받으면서,

꾸준히 기도하는 것을 겸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트라우마가 있으면 한 사람하고 오래 못 사귑니다.

사랑을 찾기 위해 주변을 계속 기웃거리게 됩니다.

처음에는 나를 사랑해 주니까 좋았다가도

조금이라도 내가 원하는 만큼 사랑을 못 받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한눈을 팔게 됩니다.

 

거기서 또 사랑을 구걸하다가 또 조금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사람을 찾게 되면서 방황하게 됩니다.

보통 남자나 여자가 바람기가 있다고 평가를 받는 일도 알고 보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행동입니다.

모르고 보면 나쁜 사람인데

알고 보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죠.

 

엄마에 대한 상처가 좀 치유가 되면

사랑을 갈구하는 껄떡거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치유하지 않고

누구로부터 흠뻑 사랑을 받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갖게 되면

죽을 때까지 충족이 안 됩니다.

이미 나는 흠뻑 사랑을 받은 존재다이걸 자각해야

더 이상 구걸하는 행위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

 

만약 질문자도 결혼해서 아이가 둘이 있는데

남편은 술 먹고 딴짓을 한다면 어떨 것 같아요?

힘들어 죽겠는데 아이는

엄마, 나 사랑 안 하지?’

이렇게 채근합니다.

그러면 질문자도 성질이 날 수밖에 없어요.

 

엄마가 그렇게 위대한 사람이 아닙니다.

질문자와 똑같은 수준의 사람이에요.

혼자 살기도 힘든 젊은 여성이 결혼하자마자

마음에 안 드는 남편과 살면서 아이도 키워야 했을 때

얼마나 살기 힘들었겠어요.

힘든 속에서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데

조그만 아이까지 엄마의 마음을 몰라주고

뭔가 부족하다고 하니까 성질을 냈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엄마의 수준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내가 원하는 만큼은 엄마가 못해 준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 해주지 않았다고

엄마가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내가 커서 보니 내 나이 때 엄마는

그 수준에서도 나를 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했구나!’

이렇게 이해해야 합니다.

 

엄마가 정말로 자기 인생만 생각했다면

아이도 버리고 남편과 헤어져서 다른 곳으로 가버렸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을 생각해서 자신을 희생하며 살았던 거예요.

딸이 그걸 몰라주고 자꾸 딴소리를 하니까 성질이 나는 겁니다.

 

그러니 엄마 나름대로는 사랑의 표현이 좀 서툴렀는지는 몰라도

최선을 다했구나!’ 하고 생각하면

질문자의 마음속에 있는 상처가 치유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