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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가 멸종하지 않은 이유 (Feat.이끼 그리고 나방)

Buddhastudy 2021. 4. 12. 19:41

 

 

 

아메리카대륙의 중남부에는 나무늘보가 서식합니다.

움직이는 속도가 1분에 4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지구상에서 가장 느린 동물 중 하나죠.

 

100미터를 이동하는데 무려 25분이나 걸리는 이 녀석은

아직도 멸종하지 않고 야생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여기 있는 이 새는 남미수리입니다.

나무늘보의 천적이죠.

여러분들은 나무늘보가 보이시나요?

 

이 발톱이 나무늘보의 발톱입니다.

이 녀석은 코앞에 나무늘보가 있는데 알아채지 못하는군요.

 

이렇게 나무늘보는 특유의 느릿느릿한 움직임 덕분에

포식자의 눈에 잘 띄지 않고

지금까지 멸종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나무늘보가 생존한 이유는 그리 단순하지 않죠.

오늘은 나무늘보가 치열한 야생의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 놀랍고 경이로운 이야기를 해 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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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는 크게 두 종류의 나무늘보가 서식합니다.

두발가락 나무늘보와 세발가락 나무늘보가 그 녀석들이죠.

보다 정확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이녀석들의 뒷발가락은 모두 세 개로 동일합니다.

 

하지만 두발가락 나무늘보는

앞발가락 (인간으로 치면 손가락)이 두 개고

세발가락 나무늘보는 앞발가락이 세 개라는데서 차이가 있죠.

 

이 두 나무늘보는 공통 조상으로부터

대락 2800만년 전에 갈라졌습니다.

그 중 대부분의 나무늘보들은 땅에 살았고

어떤 땅늘보들은 그 크기가 아프리카코끼리보다 크기도 했죠.

(땅늘보 메가테리움_현존하는 세발가락 나무늘보의 사촌)

 

하지만 약 1만년 전, 땅늘보들은 모두 멸종하고

결국 나무에 매달린 이 두 나무늘보들만 살아남았습니다.

 

인간과 침팬지가 한 공통 조상으로부터

대략 700만년 전 갈라졌으니까

2800만년 전 갈라진 이 두 나무늘보가

비슷하게는 생겼어도 얼마나 많이 다른 녀석들인지 대충 감이 오시죠.

 

실제로 이 두 나무늘보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서로 속단위 에서부터 다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이 두 녀석들 중

어떤 녀석이 더 게으르고 느릿느릿할까요?

세발가락 나무늘보입니다.

 

이 세발가락 나무늘보가 진짜 게으른 나무늘보죠.

우선 두발가락 나무늘보의 생활 영역은

세발가락 나무늘보의 생활.. 평균 3배나 넓습니다.

 

두발가락 나무늘보는 잡식성으로..

이들은 과이로가 잎 그리고 곤충과 작은 도마뱀을 먹는다.

세발가락 나무늘보는 거의 완전한 초식동물임.

 

나무늘보의 털에는 이끼가 끼어 있습니다.

이 푸릇푸릇하게 보이는 것들이 전부 털에 이끼가 끼어서 이렇게 보이는 거예요.

 

보시는 것과 같이 세발가락 나무늘보는

두발가락 나무늘보보다 평균 50% 많은 이끼를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나무늘보가 너무 게을러서 몸에 이끼가 끼어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과학자들은 대체 이 이끼가 무엇인지가 궁금했고

그 이끼의 성분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해를 돕기 위해 이것을 이끼라고 말했지만

사실 이 이끼처럼 보이는 것의 정체는

Trichophilus welcheri 라는 예를 들자면 파래와 같은 녹조류의 일종입니다.

 

이 녹조fb는 코스타리카 파나마 프랑스령 기아나 그리고 브자질에 이르기까지

나무늘보가 살고있는 곳이면 살고 있는 지역에 관계없이

거의 대부분의 나무늘보에게서 검출되죠.

 

정말 놀라운 것은 이 녹조류가

나무늘보의 몸을 제외하고 지구 어딘가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Trichophilus welcheri 같이 이전에 발견된적 없는 열대육상 녹조류는

-나무늘보의 털 외의 다른 환경에서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

 

어린 나무늘보의 털은 갈색을 띕니다.

하지만 어미나무늘보의 털엔 녹조류가 끼어 푸른색을 띄는게 보이시죠.

그 말인즉슨, 이 녹조류가

 

-오직 나무늘보의 털에서만 발견된 Trichophilus welcheri

-아마 어미로부터 자식에게 직접 전달된 것임.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녹조류가

두발가락 나무늘보나 세발가락 나무늘보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나무늘보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난다는 것으로 미루어봤을 때

 

이 녹조류는 두 나무늘보가 갈라지기 전, 지구 자연 어딘가에 존재했고

이들의 어떤 공통조상에게서 묻어와

2800만년을 거쳐 지금의 나무늘보에게 전해져 왔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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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류는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그렇다면 이 녹조류는 대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나무늘보의 털에 낀 녹조류 때문에

나무늘보가 위장효과를 얻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나무늘보가 지금까지 살아 남을 수 있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Trichophilus welcheri... 나무늘보의 위장효과... 준다고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이 현상은 자세하게 조사된적 없고

-널리 알려진 견해를 입증할 증거는 거의 없음.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엔 이릅니다.

이 녹조류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20143Jonathan N. Pauli

나무늘보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 연구했습니다.

 

놀랍게도 나무늘보의 위장에서는 미처 소화되지 않은 녹조류가 발견되었죠.

이것은 나무늘보가 녹조류를 먹었다는 강력한 증거였습니다.

더 신비로운 사실은 나무늘보가 이 녹조류를 키운다는 겁니다.

 

세발가락 나무늘보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똥을 싸기 위해 바닥으로 내려온다는 것이죠.

이것은 목숨을 건 일입니다.

 

나무늘보는 걷는데 사용하는 근육이 부족하여 땅에서 걷지 못합니다.

기어다녀야 하죠.

 

나무늘보가 배변을 위해 나무에서 내려오면

온갖 포식자들이 나무늘보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이때 다른 동물에게 습격당해 죽는 나무늘보가 굉장히 많습니다.

나무늘보는 왜 이런 위험한 행동을 하는 걸까요?

 

나무늘보는 나무에서 내려와 항상 같은 자리에 구덩이를 팝니다.

구덩이에 볼일을 보고 그 배설물을 나뭇잎으로 덮어놓죠.

그리고는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나무늘보의 털에는 수많은 나방이 살고 있습니다.

나무늘보가 덮어놓은 배설물과 나뭇잎이 함께 섞이면

나방은 나무늘보의 몸에서 내려와 그곳에 알을 낳습니다.

그럼 알에서 나방 애벌레들이 부화하겠죠.

애벌레들은 나무늘보의 배설물을 먹고 그것을 양분으로 삼아 나방으로 성장합니다.

 

애벌레가 성장해 나방이 되면

그 나방들은 다시 날아 올라와 나무늘보의 털로 들어가죠.

나무늘보의 털에는 녹조류도 많지만 수많은 박테리아와 진핵생물같은 다양한 생명체들이 서식합니다.

 

평균 100여마리의 나방들이

나무늘보의 털을 오가며 살아가고 죽고 썩어가는 그 과정에서

나무늘보의 털엔 질소수치가 증가합니다.

이렇게 질소수치가 증가한 나무늘보의 털은

녹조류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이죠.

마치 나방이 비료와 같은 역할을 하게되는 겁니다.

 

이 녹조류 안에 사는 나방은 때가 되면

다시 나무늘보가 힘들게 해놓은 배설물로 내려가 알을 낳죠.

나무늘보는 위험을 감수하며 꾸준히

자신의 몸 안에 이끼 농장을 키우고 있었던 겁니다.

 

때문에 이 녀석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굳이 바스락거리며 물이나 먹이를 찾지 않아도 됩니다.

(녹조류는 소화가 빠르고 수분, 지질함량이 높다)

 

수분과 지잘함량이 높고 소화도 잘 되는

이 녹조류라는 비상식량이 있으니까 말이죠.

 

바로 이것이 나무늘보가 2800만년이 넘는 세월동안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하나의 강력한 이유가 될 수 있었던 것이고

 

나무늘보와 나방 그리고 녹조류의 기묘한 공생관계는

세상에서 가장 게으르다고 여겨지는 생명체조차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