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이 감정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심리학자들도 그렇게 말해왔습니다.
틀렸습니다.
뇌 과학자들은 ‘인간은 감정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우리가 기본 감정이라고 생각해왔던 슬픔이란 감정은
타히티 사람들에게는 없는 감정입니다.
반대로 한국 사람의 ‘정’이라는 감정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감정입니다.
즉 감정은 문화에 따라 다릅니다.
감정이 구성된 것
즉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과학자들은 구성된 감정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자, 이 사진을 한번 보세요
무슨 감정의 표정일까요?
화가 난 표정 같기도 하고, 공포에 질린 표정 같기도 합니다
이 사진은 2022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조규성 선수가 골을 넣은 직후의 표정입니다.
그는 아마도 이때 행복, 기쁨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화가 났지만, 무표정을 할 수도 있고
슬프지만 웃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표정은 사실 우리의 감정을 정확히 나타내지 못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배웠습니다.
‘이것은 행복한 표정이야’
‘이것은 슬픈 표정이야’
우리는 감정을 학습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감정을 어떻게 만들까요?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신체 에너지 예산을 관리해서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언제나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무슨 큰 소리를 들으면 순식간에 몸을 움찔하게 합니다.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을 뇌가 미리 예측하고
신체 반응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뇌는 이런 순간에 신체 외부뿐만이 아니라 신체 내부 움직임도 예측합니다.
혈압을 변화시켜 혈액을 더 빨리 공급하고
심박수를 증가시켜 몸이 힘을 더 내게 합니다.
이를 통해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서죠.
이렇게 내부 움직임에서 생기는 감각을 ‘내수용 감각’이라고 합니다.
내수용은 뇌, 심장, 위장, 방광 혈관, 근육 등등 모든 체내 기관을 뜻하며
이 모든 것을 느끼는 생각을 내수용 감각이라고 합니다.
내수용 감각은 우리 신체가 평소처럼 유지될 때는
우리가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예를 들어
뭔가 잘못 먹어서 배가 아플 때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가 느낄 수 있는데
보통 우리는 이런 내 수용 감각을
쾌감, 불쾌감 같은 단순한 느낌으로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간에서 담즙을 더 많이 만들었네’라고 디테일하게 느낄 수 없는 것이죠
당신이 지금 아무 외부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평온한가요, 기운이 넘치나요, 지루한가요, 아니면 피곤한가요?
이렇게 단순한 기분을 과학자들은 정동이라고 합니다.
정동은 감정이 아닙니다.
당신이 하루 종일 경험하는 몸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느낌을 말합니다.
정동은 당신이 몸의 상태에 느끼는 밸런스라고 불리는 쾌감 혹은 불쾌감의 상태
예를 들면
피부에 와닿는 햇빛에 쾌감
좋아하는 음식이 주는 맛있는 느낌
복통이나 심한 통증이 주는 불쾌감 같은 것들입니다.
정동은 또한 얼만큼 평온한지에 대한 흥분도로 나타납니다.
즉 얼마나 활성화 있는지에 대한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 후에 예민한 느낌
운동을 너무 많이 했을 때의 피로감
잠을 못 자서 느끼는 피곤함은 흥분도가 낮은 비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기분을 결정하는 이 정동이
내수용에 의존한다는 사실입니다.
즉 신체 내부 기관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정동은 불쾌감이나 흥분도가 낮은 비활성 상태로 변화합니다.
우리의 뇌는 내수용에 따른 정동을 항상 느끼고 있는데
이 정동적 느낌은 우리의 신체 예상 관리 상태를 간단히 요약한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 신체 예산 불균형이 발생하면
즉 신체의 문제가 발생하면
정동은 뇌로 하여금 크게 무엇인지 설명을 찾도록 만듭니다.
예를 들어
배가 너무 고파서 신체 에너지가 줄어들면
내수용 감각은 불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가 이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주면
불쾌감에서 다시 쾌감으로 높아지는 정동이 됩니다.
아쉽게도 정동은
마치 의료기기가 우리 상태를 나타내주는 수치같이 정확하지는 못합니다.
예를 들어
당수치 알림 장치가 당이 너무 떨어질 때
‘당수치가 떨어졌습니다’라고 알림을 주는데 반해
정동은 막연하게 기분이 안 좋다는 느낌을 뇌로 전달하고
뇌는 당신을 살리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예측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정동의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는 점입니다.
2011년 이스라엘의 과학자들은
가석방 재판관들이 점심시간 직전에 배가 고플 때에는
죄수의 가석방을 거절할 확률이 뚜렷이 높고
점심시간 이후 배가 부를 때에는
죄수의 가석방을 평소 빈도로 허락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즉 배가 고픈 불쾌한 정동에서는 죄수를 더 안 좋게 본 것입니다.
많은 실험들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화창한 날씨에 사람들은 더 행복하다고 느끼고
비 오는 날의 면접을 보면 면접관은 지원자를 더 부정적으로 봅니다.
이런 현상을 ‘정동 실제론’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세계에 관한 사실로 경험하는 것이
일부는 우리의 느낌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정동의 원인을 모른 채 정동을 경험할 경우
우리는 신체 내부에 대한 경험 외부 세계에 관한 정보로 취급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배가 고파서 느낌이 안 좋은 것을
죄수가 뭔가 안 좋은 사람이라고 느낀 것처럼 말입니다.
즉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신체적 느낌이 계속 뇌로 전파되어
곧 당신이 느끼고 행할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입니다.
정동이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내수용 감각이 불쾌감에 가깝고
흥분도가 낮은 비활성화에 가까운 정동이라면
우리가 보통 말하는 부정적 감정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대로 내수용 감각이 쾌감에 가깝고
흥분도가 높은 활성화된 정동이라면
긍정적인 감정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더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당신이 몸에 안 좋은 음식들을 많이 먹어서
장이 안 좋은 상태에 있으면
이때 당신의 내수용 감각은
불쾌감과 비활성화된 정동을 느끼고
이로 인해 당신은 짜증을 내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를 낼 가능성이 커집니다
당신이 아무리 신나는 파티에 있다고 해도
당신의 배가 아프면
불쾌한 정동이 되고 당신의 감정은 좋지 않은 상태가 되어
파티를 즐기지 못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따라서 우리가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우리의 정동을 관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내수용 기관들을 건강하게 관리해야 하고
우리의 신체예산 관리를 위해 에너지를 좋은 상태로 유지해야 합니다.
반대로 평소에 부정적 감정들
즉 분노, 짜증, 화, 슬픔, 우울 등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내수용 기관들이 건강한지 체크해야 합니다.
수면이 충분해서 뇌 상태가 괜찮은지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서 장이 건강한지
다른 어디 아픈 곳이 있어 내가 감정이 안 좋은 건 아닌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합니다.
과거에 내 신체가 이런 상태에 있을 때 그다음에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과거 경험을 토대로 현실을 만들어냅니다.
이때 정동의 영향을 받아 의미를 구성하게 됩니다
뇌의 입장에서는
신체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감각들 중에서
어떤 감각을 중요하게 판단해야 할지 불확실합니다.
뇌에게는 이것을 해소해주는 통제신경망이 있습니다.
수많은 감각들 중에서 어떤 감각이 가장 중요한지 선택해주는 역할을 말합니다.
이 통제신경망도 감정을 구성하는데 관여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누구와 심하게 다투었는데
지금 가슴에 통증을 느낀다고 해봅시다.
뇌에서는 이것은 심장마비 증상인가
불안을 느끼는 것인가
무슨 의미일까
수백가지 사례가 만들어집니다.
통제신경망은 그중에 가장 적합한 사례를 뽑아
당신의 지각과 행동을 결정하게 합니다.
통제신경망과 내수용 신경망은
이렇게 감정의 구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네트워크로 구성된 우리의 뇌는
정보가 허브를 위주로 다른 신경망으로 효율적으로 전달되는 시스템입니다.
이 두 핵심 신경망에는
뇌 전체에 걸친 소통을 위한 대다수 주요 허브가 포함되어 있어서
뇌회로의 수준에서 정동으로부터 자유로운 결정은 있을 수 없습니다.
즉 우리의 모든 생각과 감정은 항상 정동의 영향을 받습니다.
또 이런 주요 허브는
뇌 안에 많은 정보 흐름을 동기화하는데 기여합니다.
과학자들은 아마도 이것이 의식 형성의 전제 조건이 될 것으로 보는데
이런 허브 중 하나만 손상을 입어도 뇌는 큰 혼란을 겪습니다.
우울증, 공황장애, 조현병, 자폐증 등은
모두 이런 허브 손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직 과학자들은
뇌가 하는 신체예산 활동이 어떻게 정동으로 바뀌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만 확인을 한 상황입니다.
모든 문화의 사람들이 정동을 느낀다고 해도
사실 이것은 사람마다 차이를 보입니다.
감정은 개인이 구성하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내수용 변화와 이에 따른 정동적 느낌을 상황과 관련시켜 설명합니다.
즉 감정 표현을 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편안하게 휴식하는 동안 만들어진 정동적 느낌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행복감은 다른 사람들은 다르게 느낄 수도 있는
당신이 의미를 구성해서 만든 결과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갓 태어난 아기가 장난감을 보며 웃는 것을 보면
행복해야 한다거나, 재미있어 한다거나, 기뻐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그 사람들이 아기의 웃음에 부여한 의미일 뿐입니다.
아기는 단지 쾌감에 가깝고 높은 흥분도에 활성화된 정동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이후 아기가 자라면서 양육자를 통해
그것이 행복 혹은 기쁨이라는 감정과 연결되는 학습 과정을 통해
그렇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느낌을 행복이라는 단어와 연결시키면서
개념을 만들고 그 감정을 구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아기가 불쾌하고 흥분도가 낮은 비활성화된 상태에서 장난감을 보면
아기는 그 장난감을 부정적 감정과 연결시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분명한 것은
환경과 문화가 사람마다 너무도 달라서
감정은 사람마다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모두의 뇌는 각각 자기의 감정을 구성하기 때문입니다.
감정은 사회적 실재입니다.
그 의미를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존재합니다.
시대에 따라서 문화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행복은 다를 수 있습니다.
슬픔도 기쁨도 우울함도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슬픔이 타히티 사람들에게는 없고
한국 사람만 정을 느끼는 것입니다.
힘든 시기를 같이 겪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공유된 감정이 있듯이
우리는 얼마든지 새롭게 긍정적 감정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선택하여 만드는 좋은 환경과 문화는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의 감정에 큰 영향을 주고
우리는 그 감정에 또다시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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