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tbsTV 도시의 품격

[도시의 품격] 행운의 나무

Buddhastudy 2019. 3. 25. 20:16


내가 사는 집은

낡고 오래된 아파트 화단

여기에 뿌리를 내린 지

어느덧 40년이 넘었습니다.

 

이 곳에 새 아파트를 짓는다며

이제 곧 사람들은 떠나고

나무들만 남겠죠.

 

아파트 담장 밖에는

자동차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고

아스팔트 열기

매연, 소음 속에서도

초록, 그늘을 만드는 가로수가

 

가로 세로 1미터 이하의 비좁은

콘크리트 안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행운의 나무

 

날씨가 더워서 페트병에 물을 담아 가 나무에게 물을 주고 왔다

나무 돌보미 주**

 

나무 틈새까지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어서 깜짝 놀랐다.

냄새가 났지만 참고 주웠다.

나무 돌보미 김**

 

어떤 가로수는

나의 나무로 입양되고

보살핌을 받고

 

어떤 가로수는

아직 나무는 죽지 않았다

우리, 나무랑 같이 살아요

 

마을 주민들의 노력 끝에

도로 확장 공사에서

살아남았지만

이런 행운의 나무는

극소수

 

나무 때문에 장사가 안 돼요

가게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무참히 잘린 가지

 

긁히고

박히고

묶이고

불법 현수막에

상처 입은 줄기

 

그리고

뿌리로 고스란히 스며드는

쓰레기봉투에서 새어 나온 오물과

도로, 건물을 청소할 때 쓰는

독한 화학 약품

 

어느 날

바람이 슬픈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나무가 쓰러져

사람이 크게 다쳤다고...

 

도시 빌딩의 조경수, 가로수들은

좁은 콘크리트 상자 안에 갇혀 있습니다.

뻗어가는 뿌리는 상하수도관, 전선 등에 가로막혀 썩게 되죠

우종영(나무 의사)

 

사람을 다치게 한

그 나무는

콘크리트 아래서

뿌리가 말라죽고

밑동이 썩어 쓰러진 것이었습니다.

 

마르고 썩지 않아도

아파트 10층 높이로 자란

나무가 쓰러집니다.

재건축이라는 이유로...

 

사람이 지은 건물은 40년이면 철거하지만

나무는 40년이 지나서부터가 제대로 된 나무다.

유현준(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하지만

나무를 이식하는데 드는 비용

한 그루 당 100만 원

옮겨 심더라도

생존 확률을 100% 보장할 수 없는 현실

 

그래도 돈 없어하고 밀어버리기보다

몇 그루라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작가 이인규

 

어느 날

바람이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재건축으로 베어질 나무들이

새로 지은 공원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죽지 않고 살게 되었다고...

 

서울 고덕지구 재건축 지역 나무 2300여 그루

김포 조류생태공원으로 이식

2016.2.24.

 

나에게도 행운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