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고민은 외로움인데요
특히 술 먹으면 조금 더 많이 외로워요
멋진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막상 다가오니까 못 다가가겠더라고요
상대방이 생각하는 그런 멋진 사람이
아니 걸 들키는 게 되게 두려워요
그래서 실망해서 상처받을까 겁납니다//
그래서?
술 먹으면 더 외로우면 술 안 먹으면 되고
멋진 사람 만나면 위축되면 멋진 사람 안 만나면 되는데 그게 뭐 어렵다고 그래요?
그러면 술 먹고 외로워하면 되고 멋진 사람 만나 위축되면 되잖아요.
네.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를 맺고 싶으면 자연스럽게 맺으면 되잖아.
겁 좀 내면 되잖아요. 그러면.
뭐 그게 문제라고.
“저는 걷고 싶습니다.” “걸으세요.”
“다리 아픕니다.” “그럼 쉬세요.”
“걷고 싶은데요.” “그럼 걸으세요.”
“다리 아픈데요.” “다리 아픈 거 각오 하세요.”
그런데 뭐 어려워요?
그럼 나도 자기한테 물어보자.
“스님 하려면 너무 힘들어요. 새벽에 일어나려면 졸리고요, 절 하려면 무릎 아프고요, 참선 하려면 허리가 아프고요, 염불 하려면 목이 아프고요, 혼자 살려니 너무 외로워요.”
그럼 자기는 뭐라고 그럴 거야 나보고.
“그만 두면 될 거 아니오.” 그러지.
그만 두려니 이제까지 몇10년을 스님만 했는데, 그만두면 뭐해요?
“그럼 계속 하세요.” 그럴 거 아니오.
그러니까 질문이
밥을 먹고 싶다. 먹어라.
배부르다. 그럼 그만 먹어라.
먹고 싶은데 어떻게 해요? 그럼 먹어라.
그런 얘기나 똑같은 얘기에요.
자기는 심각하게 얘기하지만,
술 먹으면 외로워요. 그럼 술 안 먹으면 되잖아.
먹고 싶어요. 그럼 안 먹으면 되잖아.
외로운데요. 그럼 외로움 좀 타면 되잖아.
뭐 어려운 얘긴데?
그러니까 별 일 아니다. 이 말이오.
별 일 아닌 것을 문제를 삼는 거요.
저도 그럴 거 아니오.
“사람들이 저한테 자꾸 물어요.
결혼도 안했는데 자꾸 결혼 생활에 대해서 묻고, 애도 안 키워 봤는데 자꾸 애 키우는 거에 대해서 묻고, 연애도 안 해봤는데 자꾸 연애에 대해서 묻고. 너무 힘들어요.”
이러면 뭐라고 그럴 거예요?
질문 받지 마세요. 그럴 거 아니오.
“그런데 자꾸 질문하는데요.” “그럼 강연 안하면 될 거 아니냐.”
“자꾸 강연 해달라는데요.” “그래도 안 하면 될 거 아니냐.”
“해 달라는데 어떻게 안 해줘요.” “그러면 하면 될 거 아니냐.”
그럼 그걸 어떻게 해요.
아니 그러니까,
물건을 사고 싶으면 돈이 드는 거고
돈이 필요하면 일을 해야 되는 거고 그런 거지
물건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그러면 안 사면 되지.
사고 싶은데 어떻게 해요? 그래도 안 사면 되지.
그래도 사고 싶은데 어떻게 해요? 그럼 빚내서 사면 되지.
(제가 뒷감당을 하기 싫어서 그런 가요?)
그러니까 너무 좋은 걸 쫓는 거요.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거예요.
자기보다 잘난 사람 만나면 자기하고 잘난 사람하고 비교해보면 자기가 못났으니까 위축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럼 잘나고 싶으면 나보다 못난 사람하고 만나면 되잖아요.
그럼 늘 자랑스럽잖아.
내가 키 좀 커 보이고 싶으면 키 작은 사람하고 만나 같이 걸어가면 되잖아요.
내가 사진 찍었는데 예쁘고 싶으면 못생긴 사람하고 같이 사진 찍으면 되잖아요.
주로 고목나무 앞에서 찍는다든지, 꽃 앞에서 찍지 말고, 꽃이 더 예뻐 보이니까.
스님한테 물으면 야단맞는다고 얘기하는데, 야단친 게 아니고요,
세상살이가 어쩔 수 없다는 거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요.
자, 여기 병이 하나 있죠? 이 병이 이 마이크대하고 비교하면 병이 커요? 마이크대가 커요?
병은 마이크보다 커요? 작아요?
그러면 이 뚜껑보다는 커요? 작아요?
병은 마이크보다 커요? 작아요?
뚜껑보다는? 마이크보다는?
그럼 이 병은 커요? 작아요?
얘기 들어보니 정신이 멀쩡하네.
이 병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아요.
즉,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고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다만 그것일 뿐이에요.
그런데 이걸 내가 인식을 할 때,
이 마이크대하고 비교해서 인식할 때는 작다고 인식이 되고
컵뚜껑하고 비교해서 인식을 할 때는 크다고 인식이 되는 거요.
그러니까 크다 작다는 물병에 있는 게 아니고, 이 존재에 있는 게 아니고,
인식, 내가 사물을 인식할 때 크다고 인식하고, 작다고 인식하고, 새 거라고 인식하고, 헌거라고 인식하고, 좋다고 인식하고, 나쁘다고 인식하는 거지, 인식상의 문제이지,
존재 자체는 큰 것도 없고, 작은 것도 없고, 새것도 없고, 헌 것도 없고,
다만 그것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자기는
잘난 사람도 아니고 못난 사람도 아니고 훌륭한 사람도 아니고,
자기는 그냥 다만 자기일 뿐이에요.
그런데 자기가 이렇게 키 큰 사람하고 비교하면 작은 사람이 되고
작은 사람하고 같이 있으면 자기가 큰 사람이 되고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하고 같이 있으면 젊은 사람이 되고
자기보다 나이 적은 사람하고 같이 있으면 자기가 나이 많은 사람이 되고
그러니까 자기가 생각할 때 자기보다 잘난 사람하고 있으니까 자기가 못난 사람이 되는 거요.
자기가 못나서 못난 사람이 되는 게 아니고
자기가 자기를 못난 사람이라고 인식을 한다. 이거요.
왜?
자기가 잘난 사람을 자꾸 좋아하니까.
제 말 이해하셨어요?
자기 스스로 자기를 열등하게 만든 거요.
자기 존재가 열등한 게 아니고.
그러니까 못난 사람하고 다니면 내가 잘난 사람이 되고
잘난 사람하고 다니면 못난 사람이 되라는 게 아니고
본래 사람은
잘난 사람도 없고, 못난 사람도 없다.
이게 핵심이오.
아무나 만나도 된다. 이거요.
그러니까 잘났니, 못났니, 그런 거를 따지지 마라.
잘난 거 못난 거 없어요.
본래 없다잖아.
이 병이 잘났어요? 못났어요?
그러니까 그냥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을 뿐이지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이 아니라는 거요.
그건 인식상의 착오, 오류다.
그러니까 이 둘을 비교해서 내가 이것을 작다고 인식하는 게 인식상의 오류가 아니고
비교해서 작다고 인식될 뿐이지, 물병 자체는 그냥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닌데
내가 작다고 인식을 하다보면 이 물병 자체가 작은 줄 착각한다.
내가 못난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자긴 못난 사람이 아닌데.
자기보다 키 작은 사람하고 늘 같이 다니면
자기가 키 큰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자기는 키 큰 사람도 아니고 키 작은 사람도 아닌데
인식이 몇 번 그렇게 반복되다보면
마치 존재 자체가 작은 게 있고 큰 게 있는 줄로 착각한다.
지금 착각 때문에 그렇게 힘드는 거요.
그리고 외로움이라는 것은
다람쥐가 산에 산다고 외롭다 하지 않고
풀이 길거리에 산다고 외롭다 하지 않죠.
그러니까 혼자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게 아니라
마음의 문을 닫고 있으면 남녀가 껴안고 있어도 외로운 거요.
여기 얼마나 많은 부부들이
한 이불 밑에서 빨가벗고 껴안아도 외로워요.
이 세상에 제일 높은 장벽이 뭔지 알아요?
큰 성벽보다 더 한 장벽이?
바로 남편 등 쳐다볼 때에요.
토라져서 누워있는 남편 등 쳐다볼 때가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장벽이에요.
그러니까 몸을 껴안고 있어도 마음의 문을 다고 있으면 외롭고
깊은 산 속에 혼자 살아도
마음의 문을 열고 있으면 외롭지 않다.
외로움은 누가 주는 게 아니고
내가 내 마음의 문을 닫고 있기 때문에 외롭다.
네.
그러니까 기도를 하려면
“외롭지 않게 해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는 게 아니고
누굴 만나서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식은
사람을 만나면 귀찮아져요.
헤어지면 또 외롭고.
그래서 또 만나면 귀찮고.
그래서 왔다갔다 왔다갔다. 이렇게 사는 거요.
방황하고 산다.
그래서 같이 있어도 귀찮지가 않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가 않아야 한다.
사람들하고 이렇게 아무리 대화해도 그게 너무 귀찮지가 않고
혼자 며칠 있어도 외롭지가 않아야 된다.
그래서 물은
경사지면 빠르게 흐르고
직각으로 떨어질 때는 폭포가 되고
웅덩이 고일 때는 고요한 호수가 되고
그러니까 인연을 따라서
그냥 이루어지는 거요.
그런데 자꾸 내가 ‘이래야 되겠다. 저래야 되겠다.’ 자꾸 이런 생각을 하니까...
‘만나야 되겠다.’ 하는데 사람이 없으면 외로워지는 거고
‘혼자 있어야 되겠다.’ 하는데 사람이 있으면 귀찮아지는 거요.
같이 있을 때는 같이 있어서 좋고
혼자 있으면 혼자 있어서 좋고
이렇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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