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1차 만일결사를 회향하면서
1,250명의 순례단과 함께 부처님 당시를 재연해 보았습니다.
1,250명이나 되는 대중이 어떻게 이 공간에 다 지냈나 싶었는데
기원정사 전체 규모를 봤을 때
충분히 인원을 수용하고도 남았습니다.
이번 순례단은 500명인데
지금 여러분이 앉아 있는 모습만 봐도
나무 두세 그루 밑이면 충분하잖아요.
금강경에 차제걸이(次第乞已)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차제걸이란
차례로 걸식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냥 걸식하면 되는데 왜 차례로 걸식했을까요?
처음부터 차제걸이를 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 걸식을 마치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둘러앉아서 공양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둘러보니까 아난다의 발우에는 하얀 쌀밥이 가득하고,
마하가섭의 발우에는 적은 양의 꽁보리밥이 들어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걸식을 어떻게 하는지 물으셨습니다.
아난다가 대답하기를
가난한 집에 걸식을 가면
그들이 보시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번뇌를 일으키게 만드니
차라리 부잣집에만 가서 걸식한다고 말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다에게 훌륭하다고 칭찬하셨습니다.
이번에는 부처님께서 마하가섭에게 물으셨습니다.
마하가섭이 대답하기를,
가난한 집은 복을 지을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 걸식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복을 짓게 해주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마하가섭에게도 훌륭하다고 칭찬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두 사람을 다 칭찬하신 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행자는 부자와 가난한 자를 분별해서 걸식하지 않아야 합니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줄 사람이든 안 줄 사람이든, 무엇을 주든,
분별하지 않고
그냥 차례대로 밥을 빌어야 합니다.’
이렇게 밥을 주든 안 주든
많이 주든 적게 주든
이것을 주든 저것을 주든
그것은 그들의 마음이고
나는 다만 밥을 빌 뿐이라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바로 차제걸이입니다.
걸식할 때는
‘칠가식(七家食)’이라고 해서
순서대로 일곱 집까지만 돈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일곱 집까지 돌았는데 아무도 밥을 주지 않는다면
빈 발우를 가져와야 하고,
음식의 양이 적으면
적은 대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왜냐하면 일곱 집까지 갔는데 아무도 음식을 주지 않는다면
그들도 먹을 음식이 없거나
아니면 나쁜 소문이 돌아서
음식을 주고 싶지 않은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먹을 음식이 없어서
수행자들에게 음식을 못 준다면
현재 사람들의 삶이 어떤지를 이해할 수 있고
나쁜 소문이 돌아서 음식을 안 준다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스스로 반성해야 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일곱 집 이상은 걸식하지 않는 것을 칠가식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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