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남을 도울 때 어떻게 도와야 서로에게 이로울까요? (2023.06.04.)

Buddhastudy 2023. 9. 18. 19:31

 

 

 정토회는 수행공동체입니다.

수행이란

외부에 있는 다른 사람이나 물질적인 충족을 통해서 나의 괴로움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고,

내 안에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물질적 지원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수행의 정신에 맞지 않습니다.

 

정토회의 주된 활동은

나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것입니다.

, 수행과 전법이 정토회의 주된 활동입니다.

 

이것을 여러분들이 꼭 자각해야 합니다.

정토회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정토회의 주된 설립 취지입니다.

 

이러한 정토회의 설립 취지에 대해 이해를 먼저 해야 됩니다.

여러분 중에는 정토회를 마치 자선단체처럼 생각하고

여러 가지 활동들을 제안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토회의 복지 활동은 정토회의 설립 취지에 맞아야 합니다.

 

왜 정토회는 수행을 중요시할까요?

첫째, 부처님의 가르침을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왕자로 태어나서 자랐고, 앞으로 왕이 될 태자였습니다.

물질적으로는 모든 조건이 다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저 사람이 무슨 괴로울 일이 있겠나?’ 하고 부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본인은 정작 많은 고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어떤 물질적인 것을 더 확보한다든지,

지위를 더 높인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고뇌를 풀지 않았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왕자로 태어났지만

다음 왕이 되기 위해, 더 큰 나라의 왕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미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많은 부와 권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못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더 많은 부와 권력을 가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님을 깨달은 겁니다.

 

그래서 진정으로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왕위도 버리고, 많은 재물도 버리고, 사랑하는 가족도 떠나서 그 길을 찾아 나섰고,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발견했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잠은 길거리에서 자고, 밥은 얻어먹고, 옷은 주워 입고 살았지만

자유와 행복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그렇게 살면서도 늘 남을 도와주었습니다.

온갖 것을 다 가진 왕들의 고뇌도 풀어주고

장자와 부자들의 고뇌도 풀어주고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움도 풀어주었습니다.

정토회는 부처님이 가셨던 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둘째, 더 많이 생산해서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욕망 추구의 가치는

오늘날 인류의 대재앙을 초래할 기후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고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를 가져오는 길이기도 합니다.

 

늘 부족해서 껄떡거리는 개인의 괴로움을 해소하는 길이기도 하고

검소하게 생활함으로써

이웃에 어려운 사람들과 나눠 가질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수행의 길이며, 복지의 길이고, 평화의 길이고, 환경을 살리는 길입니다.

그런 길을 가는 수행자들이 모여 있는 단체가 정토회입니다.

 

수행을 기초로 한다는 관점을 딱 갖고 있어야

여러분 자신도 행복하고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수 있지,

남을 도우면서도 욕심을 자꾸 내게 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남을 돕는다고 하면서

소비를 조장하는 모순을 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수행을 기초로 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음식이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에게

마음만 잘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극빈층에 있는 사람은 물질적인 조건이 개선되면 행복도가 높아집니다.

그러나 물질적인 조건에 비례해서 행복도가 계속 높아지는 건 아닙니다.

일정한 수준까지 올라가면

물질적인 조건의 개선이 행복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집니다.

오히려 행복도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맛있는 것을 먹지는 못하더라도

굶주림은 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옷은 아니더라도 몸은 가릴 수 있고 추위는 막을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집은 아니더라도

비가 새는 것은 막을 수 있어야 합니다.

고급 병원은 아니더라도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기초 약품은 있어야 합니다.

대학은 못 가더라도

기초적인 초등교육은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외부와 통신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전기는 들어와야 합니다.

 

이런 일곱 가지는 풍요로움을 누리는 문제가 아니고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기본 조건을 갖추는 문제입니다.

최소한 이런 것들은 개선되어야 행복도를 높일 수가 있습니다.

 

물론 자칫 잘못하면

욕망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기본적인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만

욕망을 부추기는 쪽으로 가는 것은 멈추도록 해야 합니다.

 

욕망을 부추기는 것은

정토회의 설립 취지와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JTS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원칙-

JTS를 설립한 이유는

사람들을 잘 살게 해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본 생활이 안 되는 사람에게 기본 생활은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물이 없는 곳에는 물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식량이 부족한 곳에는 식량을 공급하는 일을 하고

옷이 없는 곳에는 옷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집이 없는 곳에는 집을 지을 재료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약이 없는 곳에는 기본적인 약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학교가 없는 곳에는 학교를 짓거나 학용품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JTS의 역할입니다.

 

지구상에는 아직도 물을 얻기 위해

2km를 걸어 다녀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어떤 곳은 맑은 물이 전혀 없고 흙탕물밖에 없습니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노출되어 있어요.

이 사람들에게는 마실 물을 제공해야 합니다.

음식이 없으면 음식을 제공해야 하고

옷이 없으면 옷을 제공해야 하고

집이 없으면 비를 피할 수 있게 지붕의 재료라도 제공해야 합니다.

 

이런 일을 할 때는

종교가 무엇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그 나라의 정치체제가 어떤지

이런 것은 따지지 말아야 합니다.

 

그가 북한 아이이든, 무슬림 아이이든, 러시아 아이이든

그런 것은 따지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 있느냐 없느냐만 따져서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 아이의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내에서는 사실 할 일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국내 복지 활동을 하기 위해서 너무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상대적 빈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는 절대적 빈곤층이 없기 때문에

기본 정신에 비추어 보면 지원을 하지 않아도 돼요.

그러나 한국은 한국 사회라는 조건에서 상대적 빈곤층이 있습니다.

그래서 JTS에서는 상대적 빈곤층인 최하위층에게

기본적인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그리고 한국 안에서도 복지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곳은 JTS가 돕지 않지만

법률적 미비로 복지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곳은 JTS가 발견해서 지원을 하려고 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행정 관료들의 도움을 받아서

복지 사각지대를 찾으려고 합니다.

행정 관료들이 알려주는 곳이라면

정부가 그 사람들이 빈곤층임을 알고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렇다면 정부가 지원하면 되지 무엇 때문에 JTS가 지원을 해요?

 

정부의 복지 예산은 그런 사람들을 돕는 일에 배정이 다 되어 있어요.

그래서 JTS에서는

행정 관료들도 모르는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서

행정 관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행정 관료들이 알게 되면 정부가 알아서 그들을 지원합니다.

 

그러나 빈곤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녀가 있다든지 해서 정부가 법적으로 지원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JTS가 지원을 해야 합니다.

 

가령 집을 수리해 주는 일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이런 일들을 우리가 자원봉사를 해서 해결해 줄 수가 있습니다.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제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외국인 노동자들입니다.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 정부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합니다.

특히 일자리를 잃고 병든 사람은

정말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아이들은 교육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이런 외국인 노동자가 낳은 아이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엄청나게 겪고 있어요.

 

이렇게 JTS와 정토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 대해 외면하지 말고

늘 주위를 살펴야 합니다.

 

어려운 이웃이 발견되면

서로 도우며 살아가자는 것이

JTS와 정토회에서 하는 복지 활동의 취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