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미국에 온 지 한 5년 정도 됐습니다.
처음에는 취직을 못하고 힘들게 있다가 어렵게 취직을 하였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인정을 받아서 지금은 매니저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매니저 일을 하다 보니까 직원들 관리가 무척 힘듭니다.
팀원 중에서 어떤 사람은 그냥 시간만 때우다 가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분도 있습니다.
여러 직원들을 보면서 제 안에 온갖 마음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걸 보게 됩니다.
특히 그냥 시간만 때우거나 다른 분한테 일을 미루는 사람을 보면 너무 화가 납니다.
또 그 사람의 일을 제가 커버해야 되는 상황이 될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 실력이 뛰어난 후배들을 보게 되면
저도 모르게 막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혹시나 내 자리를 놓치게 되지나 않을까 두려움이 생깁니다.
이렇게 마음이 막 널뛰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제가 어떤 마음으로 제 위치를 잘 다져갈 수 있을까요?//
그 회사가 자기가 세운 회사예요?
남이 세운 회사예요?
일을 해주고 월급을 받는 거죠?
그럼, 월급 값만큼만 일하세요.
그게 뭐 어렵나요?
욕심이 있어서 그렇다기보다는
회사를 자기 것이라고 자기도 모르게 착각하고 있어서 그런 겁니다.
회사에서 직원이 일을 안 하고 농땡이를 치면
누가 뒷수습을 해야 됩니까?
사장이나 지도부에서 뒷수습을 해야 되잖아요.
질문자가 그것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을 이유가 없잖아요.
질문자가 일을 조금 더 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일 좀 더해주면 어때요?
매니저가 되었으니 당연히 그런 책임을 져야죠.
일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때
그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매니저라는 직책을 만들어놓은 겁니다.
그런 책임을 지는 것이 싫으면
밑으로 내려가서 주어지는 일만 하면 되죠.
그리고 밑에 똑똑한 사람이 있으면
질문자의 직위를 위협한다는 말도 맞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해결책이 없잖아요.
직원이 나보다 더 똑똑한 걸 어떡합니까?
그렇다고 그 직원이 질문자의 매니저 직위를 지켜주기 위해
있는 실력을 숨기고 살 수도 없잖아요.
그리고 농땡이 치는 사람들이 있으면
질문자가 일을 조금 더 해야 하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내 밑에 있기 때문에
질문자가 매니저의 직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그들은 최소한 매니저의 직위를 위협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니 그들도 좋은 면을 갖고 있잖아요.
그래서 아무 걱정거리가 없어요.
질문자가 약간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법륜스님을 좋아하는데
누가 법륜스님을 욕하면
마치 나를 욕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막 흥분을 하게 됩니다.
질문자의 심리는 이런 심리와 비슷합니다.
내가 회사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으면
마치 회사가 내 것처럼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일을 안 하는 사람이 미워지게 되는 거예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직원들이 농땡이를 치도록 내버려 두라는 의미가 아니에요.
나는 내 역할을 성실히 하면 됩니다.
그러나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감독해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위에서 할 일입니다.
만약 나에게 그것을 체크하고 감독하는 직책과 인사권까지 준다면
그 일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됩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그 일을 하라고 나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니까요.
그 사람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냥 사실대로 적어서 보고를 올리면 됩니다.
‘저 사람에게 불리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어도
일을 안 했다면 사실대로 적어야 합니다.
그 일이 내키지 않는다면
‘저는 남을 평가하는 것은 싫습니다. 제 일만 하겠습니다’ 하고 건의하면 됩니다.
일을 안 하는 사람이 보기 싫으면
‘저는 일을 안 하는 사람을 보면 꼴 보기가 싫어 매니저를 못하겠습니다’ 하고
매니저 직위를 내려놓으면 됩니다.
질문자가 현재의 위치에서 월급값을 못하면서 월급을 받고 있다면
그것은 빚입니다.
서류상으로는 빚이 없더라도
인생의 빚을 지는 것이 됩니다.
반대로 월급보다 일을 더 많이 하면
복을 짓는 것이 되고요.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모든 직원은 본인이 일한 것보다
월급을 많이 받고 싶어 해요? 적게 받고 싶어 해요?
모든 사장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좀
적게 주고 싶어 해요? 많이 주고 싶어 해요?
이것이 인간의 심리예요.
이것을 나무랄 수가 없습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어쨌든 물건 값을 조금 더 받으려고 하고
물건을 사는 사람은 시세보다는
낮게 사야 ‘조금 싸게 샀구나’ 하면서 기분 좋아합니다.
이런 인간의 심리를 잘 아는 사람은
직원들에게 항상 자기가 원래 주려고 한 것보다 월급을 조금 더 줍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이익이 크니까 회사를 안 나가려고 하겠지요.
그러면 누가 갑질을 할 수 있을까요?
사장이 갑질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월급을 적게 주면
직원들이 자꾸 한눈을 팔 게 됩니다.
그래서 조금만 야단을 쳐도
‘그 정도 월급 주는 곳은 다른 곳도 있다’ 하면서
그만두어 버립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조금 더 주어야
사장의 말에 힘도 실리고
직원들이 사장의 눈치도 보게 되는 겁니다.
반대로 직원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본인이 갑질을 하려면
월급을 조금 적게 받아야 합니다.
사장이 조금만 뭐라고 해도 회사를 그만둔다고 말하면
사장이 깜짝 놀라 붙잡게 됩니다.
노동자이기 때문에 항상 종속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장이기 때문에 항상 갑질하는 것이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월급을 많이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속박을 받게 되는 겁니다.
노동자라도 월급을 적게 받으면
갑질을 할 수 있습니다.
오늘 같은 날에도 점심 식사 후에
‘저는 법륜스님 강의를 듣기 위해 일찍 퇴근하겠습니다’ 하고 말해도
사장이 뭐라고 할 수 없어요.
잘못 건드렸다가 그 직원이 나가버리면 큰일이거든요.
그래서 그 정도는 봐주게 되는 겁니다.
이런 원리를 알아야 인생을 지혜롭게 살 수 있어요.
물건을 빨리 팔려면 시세보다 값을 약간 내려야 됩니다.
조금 비싸게 팔려면 시간을 많이 기다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비싸게 주고 살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급한 사람이 가끔 있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예요.
원리가 그렇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다만 이런 원리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초조하고 불안하고 남을 욕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원리만 알면 그에 맞추어 살기만 하면 됩니다.
실력이 부족한데 좋은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항상 눈치를 보면서 을로 살아야 됩니다.
반대로 내 실력보다 조금 못한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목에 힘주고 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직장은
내 실력으로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장이 조금만 뭐라고 해도 그만둔다고 말하면
사장이 나를 붙잡습니다.
친구들을 두루 넓게 사귀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밥을 사든지 차를 사든지 내 지갑을 좀 풀어야 됩니다.
사람은 넓게 사귀고 싶고 지갑을 풀기는 싫고,
그런 것을 욕심이라고 합니다.
욕심이란 앞뒤가 모순관계에 있는 것을 뜻해요.
욕심을 버리라는 말은
무언가를 하고 싶은 생각을 버리라는 뜻이 아니라
모순관계에 있는 것을 버리라는 뜻입니다.
밥값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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