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소개팅을 여러 번 해봐도 실패하니까 자존감이 낮아집니다. (2024.10.19.)

Buddhastudy 2024. 10. 23. 19:53

 

 

스님의 주례사 책에서 연애와 결혼이란

두 사람이 각각 반달과 반달이 만나

온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온달과 온달이 만나

더 큰 빛을 내는 온달이 되는 것이라는 내용이

깊이 다가왔습니다.

제가 아직 온달까지는 아니어도 온달에 가까워지는 상현달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서

이제 연애를 하고 싶습니다.

 

소개팅도 몇 번 했습니다.

그런데 매번 소개팅을 할 때마다 인연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호감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편인데,

상대방이 저만큼 표현하지 않으면 혼자 불안해서 조급해집니다.

소개팅을 할 때마다 잘 안 되니 자존감이 낮아지고

이제는 제 마음을 표현하는 게 두렵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은 상대방의 것이라는 게

마음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상대방을 만날 때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만나면 좋을까요?//

 

 

지금처럼 상대방을 갈구한다면

아직 반달도 안 되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달이 되려면

내가 갈구하는 게 없어야 합니다.

갈구하는 게 없이 그냥 만나면 만나서 좋고,

헤어지면 헤어져서 좋고,

그러다가 상대도 좋다고 하고 나도 호감이 가면

서로 사귀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같이 있어도 크게 갈등이 없고,

헤어져도 크게 상처가 없는 관계가 됩니다.

 

반달과 반달이 만나면

겉으로는 온달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가운데 여전히 금이 그어져 있기 때문에

결합이 잘 안 돼요.

 

그런데 온전한 원과 원이 겹쳐지면

가운데 금이 없는 온전한 원이 생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둘 중 하나가 떨어져 나가도

다른 원이 그대로 있습니다.

막상 실천하기에 쉬운 건 아니지만

수행적 관점에서 연애를 바라보면 그렇다는 뜻입니다.

 

수행적 관점을 갖는다는 건

혼자 살아도 괜찮고,

누가 같이 살자고 해서 같이 살아도 특별한 문제가 없고,

또 헤어져도 처음에는 약간 섭섭할지 모르지만

별 문제가 없이 살아가고,

그러다가 다시 다른 사람이랑 같이 살게 되면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지만

며칠 지나면 또 문제가 없이 살아가는 걸 말합니다.

 

이렇게 해야 자기 완결성이 갖추어진 것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과는 같이 못 산다거나,

나는 꼭 다른 사람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건

모두 자기 완결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자기 완결성이 있는 사람은

같이 살아도 괜찮고, 혼자 살아도 괜찮습니다.

질문자가 소개팅을 하러 다닌다는 것 자체가

아직 온전한 원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여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뭘 따로 가서 소개팅까지 해요

 

...

 

사람을 사귀려면

첫째, 나이를 구분하지 말아야 합니다.

서른도 괜찮고, 마흔도 괜찮고, 쉰도 괜찮고, 예순도 괜찮고,

그저 미성년자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사회에서 미성년자는 보호의 대상이기 때문에

미성년자를 상대로 하는 건 범죄에 들어갑니다.

상대의 나이가 많은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됩니다.

 

둘째, 성별도 불문하고, 직업도 불문이어야 합니다.

, 남자 여자인지도 따지지 않고,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도 따지지 않고,

그저 사람이면 됐다고 생각하고 서로 교류를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인간관계를 맺는 데 있어 가장 기본입니다.

 

이러한 인간관계 속에서 두 사람이 연애를 하려면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어야 해요.

()’라는 말이 사랑이라는 뜻이니까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 아주 친한 사이는 친구라고 합니다.

연애를 한다는 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사업상 서로 만나는 사람은 사업 관계이고

이익 관계없이 그냥 좋아서 만나는 사람은 친구 관계이고

서로 성애(性愛)를 가지고 만나는 것이 연애 관계입니다.

 

우선 인간관계가 성립된 상태에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생길 때

연애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연애 관계는 내가 상대에게 감정이 생겨도

상대가 나에 대한 감정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상대가 나에게 감정이 있더라도

내가 상대에 대한 감정이 없어도 성립되지 않아요.

한쪽이 좋다고 해서 성립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좋아해야 성립되는 관계입니다.

내가 상대를 좋아해도 연애 관계가 성립할 확률은 50% 미만이고,

상대가 나를 좋아해도 성립할 확률은 50% 미만입니다.

서로가 좋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확률 0.50.5를 곱하면 0.25가 되는 것처럼,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할 때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할 확률은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25% 밖에 안 됩니다.

네 번을 시도하면 그중 한 번만 성립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상대를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립되는 게 아닙니다.

 

인간관계에서 나이와 성별이 불문이듯이

연애 관계에서도 나이와 성별이 불문이 될 수 있습니다.

연애는 아직 특별한 가족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애는

국경을 초월할 수도 있고, 연령을 초월할 수도 있고, 신분을 초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은 조금 달라요.

결혼은 성별을 초월하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동성끼리의 연애까지는 가능하지만

동성끼리 결혼을 하려면 사회적으로 저항을 받게 됩니다.

 

, 연애는 나이를 불문하고 가능하지만

결혼할 때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날 경우

여러 가지 저항이 따르게 됩니다.

 

연애는 국적을 불문하고 가능하지만

국적을 뛰어넘는 결혼은

가족 간에 여러 가지 저항이 따르게 됩니다.

 

연애는 신분을 초월해서도 가능하지만

신분을 초월한 결혼은 많은 저항이 따르게 됩니다.

 

인도의 경우에는

신분을 초월한 연애로 인해 목숨을 잃을 때도 있습니다.

특히 신분 계급이 높은 여자가

신분이 낮은 남자와 대학을 다니면서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면

여자의 오빠들이 남자를 죽일 때도 있습니다.

이것을 명예 살인이라고 하는데

아직도 인도에서는 이러한 명예 살인이

매년 수천 건 이상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만큼 신분을 초월한 결혼이 어렵습니다.

 

종교가 달라도 연애는 가능한데

종교가 다른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것은

주변의 저항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애는 상대방과 나만 좋으면 되는데,

결혼을 하게 되면

남자의 어머니가 곧 여자의 어머니가 되고,

여자의 어머니가 곧 남자의 어머니가 되기 때문에,

나이, 성별, 종교 등의 차이가 있을 때는

가족 내에서 반대가 따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가족 안에서의 동의나 합의가 필요합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갈등이 생길 때는

당사자가 가족 안에서 합의가 되는 결혼을 할 것인지

두 사람의 결혼을 위해서 가족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도 감내할 것인지를 두고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결혼도 하고 싶고, 가족 관계도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여기서 번뇌가 많이 생기게 되죠.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상대방과 나이가 스무 살 차이가 난다면

아무래도 가족들의 반대가 많을 것이고

-동성끼리 결혼을 한다고 해도

가족들의 반대가 많을 것이고

-신분제 문화가 남아 있는 곳에서

신분이 다른 사람들이 결혼하려고 해도

가족들의 반대가 많을 것이고,

-국적, 민족, 종교, 빈부 차이가 나도

가족의 반대가 생기게 됩니다.

 

가족의 반대가 심하면

당사자도 가족의 영향을 받아서 망설이게 돼요.

그래서 연애와 결혼을 동일하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범하는 실수가

연애와 결혼을 동일하게 생각하는 점입니다.

연애와 결혼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연애는 좋아하는 감정이 가장 핵심이지만,

-결혼은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의 동의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동의보다

내가 좋아하는 감정이 우선이라면

그때는 가족 관계가 단절되는 것도 각오해야 합니다.

 

가족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살다 보면 때로는 단절되기도 하는 것이 가족 관계인데

오랜 시간을 가족 관계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단절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런 관계의 단절은

비단 결혼뿐만 아니라 여러 경우에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개종을 한다고 해도

기존의 종교 친구들과는 어느 정도 관계가 단절된다고 봐야 합니다.

-국적을 바꿀 때도 민족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게 됩니다.

 

그런 것처럼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는 경우에도

관계의 단절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선택해야 합니다.

그걸 알고 선택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당사자 둘이서 좋아하는 감정만 생각한 채로 결혼을 결심했는데

막상 부모가 반대하니까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겁니다.

그럴 때 부모가 반대해서 결혼을 못 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하나마나한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그건 부모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결혼의 성격이 그런 줄 미리 알고

내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가족이 반대를 해도 나는 결혼을 하겠다거나

가족이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결혼을 안 하겠다거나

이 사이에서 내가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자기가 결정을 못해서 생기는 일을 두고

누가 반대해서 못한다고 하는 건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스무 살이 안 된 사람이 결혼을 하고자 할 때는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모의 승낙을 얻어야 합니다.

그러나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은 부모의 승낙이 없어도 됩니다.

결혼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돼요.

 

그런데 본인이 결혼도 하고 싶고,

부모의 승낙도 얻고 싶으면,

번뇌가 생깁니다.

이미 성인이 된 사람은

무슨 선택을 하든 부모의 승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부모한테 돈을 좀 얻거나

아파트라도 하나 얻으려고 하면

부모한테 잘 보여야 하니까 그때는 승낙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해관계의 문제이지

결혼 자체만 두고 보면

굳이 부모의 승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반대해서 결혼을 못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독립되지 못한 사람하고는 결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사람하고 결혼하면

오히려 나중에 골치가 더 아픕니다.

 

왜냐하면 어떤 결정도 본인이 하지 못하고

가족들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하려면

가족 관계를 딱 정리하고

결혼을 하겠다고 결단을 내리든지,

아니면 서로 좋아하는 감정은 있지만

결혼은 그만두자고 결론을 내리든지,

이렇게 입장 정리를 분명히 해야

나중에 후회 없는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사귈 때 처음부터 결혼할 상대를 구한다고 접근하면

100명을 만나도 다 안 될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이 접근을 해도 처음에는 경계를 하는데,

보자마자 결혼하겠다고 접근을 하면

얼마나 부담이 되겠습니까?

 

상대방이 내 결혼 상대가 되려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나도 상대의 결혼 상대가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잖아요.

결혼은 고사하고 처음부터 연애를 하겠다고 덤벼도

그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연애를 하려고 미팅을 하고,

결혼하려고 소개팅을 하는데,

사실 그렇게 목적을 정해두고 사람에게 접근하는 건

상대방의 인격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아무런 목적 없이 사람을 만나야

서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서로 좋아하면 연애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서로 동의하면 결혼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

처음부터 연애를 하겠다거나 결혼을 하겠다고 접근하는 건

벌써 의도가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질문자도 누가 나랑 연애하자하면서 접근하거나

처음부터 나랑 결혼하자이렇게 접근하면 기분 나쁘지 않겠어요?

 

그러니 내가 회사만 다니다 보니 사람 만날 일이 없으니까

이런 자리에 나가서 사람 한번 만나보자이렇게 생각하는 게 좋아요.

만나다 보면 친구가 될 수도 있고

하루 만나는 걸로 끝날 수도 있죠.

 

지금 질문자가 하는 고민은

성립될 확률이 매우 낮은 목표를 설정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벌도 아니고, 전생의 업보도 아니고

소개팅을 주선해 주는 업체가 좋지 않아서 생기는 일도 아닙니다.

처음부터 매우 낮은 확률을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에요.

 

주변에 보면 가끔

단 한 번의 소개팅으로 결혼에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런데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계산해 보세요.

매우 낮습니다.

소개팅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가끔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지

성사가 될 확률은 매우 낮아요.

 

그러니 소개팅이 성공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히 나쁜 것도 아니고,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 질문자는 당첨될 확률이 매우 낮은 복권을 사놓고는

스님, 저는 열 번이나 복권을 샀는데 왜 한 번도 당첨이 안 되나요?’

이렇게 묻는 것과 같아요.

처음부터 확률이 매우 낮은 일에 도전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에요.

 

...

 

갈수록 이런 고민을 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것 같네요.

요즘 같이 좋은 시절에

왜 사람을 의도를 갖고 만나려고 해요?

어떤 사람이 나한테 어떤 의도를 갖고 접근한다면

기분 나쁘지 않겠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보고 접근을 한다거나

성적인 관계를 위해 접근을 한다거나

연애하자고 접근을 한다거나

결혼하자고 접근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계 설정이 되는 것이지

모르는 사람끼리 어떤 목표를 설정해서 접근하는 건

가게에 있는 물건을 사는 것과 똑같습니다.

 

저는 인간관계를 맺을 때

이렇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앞으로 소개팅에 나가더라도 너무 목표를 내세우지 말고

그냥 사람 만날 기회도 없고 심심하니까 한번 만나본다.’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또 사람을 만나기에는 오늘과 같은 자리가 좋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