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내는 제가 대답하지 않으면 무시한다고 여겨
대답을 꼭 요구합니다.
반면 제가 아내에게 질문을 했을 때
아내가 응답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답답해서 계속 물어보다가
결국은 다툼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저는 어릴 적 남들보다 배움이 더뎌
사람들의 말투나 감정, 표정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 이야기만 계속 하다보니
상대방은 제가 그들을 무시하고 화를 낸다고 느끼고
관계가 악화되곤 했었습니다.
아내는 제가 대화를 이어가는 감각이 남들과 다르다고 하며
그로 인해 잘못 이해하고서 화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내는 제가 말이나 행동의 실수로 자신의 기분이 상하면
제 모든 노력들을 부정하는 식으로 말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무시 당하는 느낌이 들어
분노가 치밀고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반복적인 다툼으로 인해 아내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하며
해결책을 스님께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결혼 전 저의 몰상식한 분노의 태도를 겪고도
저의 딱한 처지를 보고 결혼해 준 아내는
저에게 구원자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냥 쓴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느껴
스님의 고견을 구하고자 이 자리에 왔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자기 스스로를 조금은 아는 것 같네요.
자기가 자라온 환경이나 배경 속에서
다른 사람의 얘기를 내 식대로 듣고, 내 식대로 행동함으로 인해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게 충분히 자각이 되었다면
아내에게 솔직하게 얘기해 보세요.
“내가 자란 배경으로 인해, 나에게는 이런 성향이 있다.
당신이 말하면 내 귀에는 들리지만
당신이 말한 의도와 내가 이해하는 내용에
차이가 있는 걸 발견했다.
내가 나쁜 의도로 당신 말을 안 듣거나 반대로 하는 게 아니다.
당신이 의도를 담아서 말을 했는데
내 귀를 통해서 내가 이해가 될 때는
그 의도와 내가 이해한 게 서로 다르다.
이런 게 종종 나타남으로 해서 우리는 결국 오해를 하게 됐다.
이게 갈등의 원인이 되니까
당신이 말할 때 조금 정확하게 말을 해주고
나도 반드시 당신이 말할 때 어떤 의도인지 한번 확인해 보겠다.”
상대방이 말하면 그 의도를 확인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 뜻이 이런 뜻입니까?’ 했는데
‘그거 아닌데’ 그러면
‘제가 잘못 알아들었습니다’ 하면 됩니다.
상대방의 표현이 잘못됐다고 하지 말고
‘내가 잘못 알아들었습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얘기해 주십시오’
이렇게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저도 같이 사는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면
제가 말한 의도와 상대가 받아들이는 이해 사이에
격차가 생길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의 결과가 엉뚱하게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상대가 자꾸 잊어버리거나 상대가 잘못 이해할 때는
말하는 사람도 가능하면
말로 하기보다 문자로 정확하게 얘기를 하고
한 번 더 확인 작업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듣는 쪽에서는 자기가 들은 것을 반드시
‘그 말씀이 이런 뜻입니까?’ 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하면
관계가 개선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말을 안 해줬다’, ‘제대로 안 들었다’
이렇게 상대의 잘못을 탓하게 되면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서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보면 어떨까요?
서로 남남일 때는 말을 잘 못 알아듣고 갈등이 생겨도 그만이지만,
부부로 살면 매일 부딪치니까 서로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이 답답해지니까
이렇게 사느니 헤어지는 게 낫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게 된 게 아닌가 싶거든요.
질문자는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자라온 환경을 아내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아내와 오해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
서로 확인하는 작업을 1년 동안 해보자고 제안해서
개선의 방법을 찾아보면 어떻겠나 싶습니다.
길은 두 가지예요.
‘나는 개선하기가 싫다.
내 말을 잘 못 알아듣거나 내 마음을 잘 모르는 사람하고 같이 살 수가 없다.
나는 헤어질래’ 이런 길도 있고
‘이왕 같이 살았고 애들도 있으니까
우리가 상호 노력을 해서 개선을 해보자’ 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 보는 길도 있습니다.
...
그러니까 특별히 상대를 못 믿어서도 아니고, 나빠서도 아니고,
이런 원인에 의해서 그 결과가 말도 하기 싫은 상태에 이른 것입니다.
어떤 말을 해도 또 잘못 알아들을 것 같으니까
서로 물어도 말을 안 하는 지경에 이른 거죠.
같이 살지 말자는 결론이 날 수도 있는데
이 정도 가지고 헤어지기에는 너무 경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질문자가 먼저 아내에게 사과를 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가서 헤어지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아내에게 물었는데 대답을 안 하면
자기가 답답하듯이,
아내도 질문자에게 물었는데 대답을 안 하면
마음이 답답한 겁니다.
우선 개선을 해봅시다.
서로 물으면 대답하기
대답하기 싫으면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아니고
대답하기 싫다는 표현이라도 하기
이런 노력을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아, 지금 대답하기 싫구나’ 하고 기다리면 되는데,
아예 말을 안 하면
상대가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싫어서 그런지, 아직 못 알아들어서 그런지
구분이 안 됩니다.
대답을 안 해도 좋습니다.
대신 지금 말을 안 하고 싶다는 의사를
서로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정토회에서도 상위 조직에 문서를 올렸는데, 대답이 없으면,
사람들의 심리는 문서를 못 받아본 건지
받았는데 대답이 없는 건지
승낙을 안 해주겠다는 건지 답답해 합니다.
그래서 3일 안에는 무조건 답장을 준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그 답장은 결론을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아직 못 읽어봤다든지
아직 결정이 안 났다든지
아직 문서 공유를 못 했다든지
어떤 답장이라도 3일 안에는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답장을 안 준다는 것은
아예 못 봤다는 얘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다시 한번 문서를 올려보면 됩니다.
그런데 그걸 보고도 3일 안에 대답을 안 했으면
대답을 안 한 사람이 문제가 있는 것이고
3일이 지나 아무 대답이 없는데도 재답변 요청을 안 했다면
요청을 안 한 사람이 문제가 되는 거죠.
이렇게 개선해 보려고 해도 잘 안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장치가 필요한 겁니다.
그것처럼 상대와 말하기 싫을 때는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 하고
답변이라도 주는 걸 서로 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부인한테 이런 것조차 요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항상 질문자가 부인이 하는 말에 대해서
‘당신이 말한 것을 내가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나요?’
하고 한 번 더 물어봅니다.
말로 갈등이 생기면
문자 메시지를 보내봅니다.
그다음에 자기가 말한 것에 대해서는 확인 작업을 해봅니다.
‘내가 이런 말을 했는데 당신 이거 이해했어요?’ 하고 확인해 보고
답변이 없으면 며칠 있다가 다시 확인 작업을 해봅니다.
이렇게 노력을 해봅니다.
첫째,
먼저 자기의 상황을 정확하게 고백합니다.
‘내가 자란 환경이 이래서 소통에 문제가 있다.
이걸 감안해서 당신이 협조를 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얘기하는 겁니다.
둘째,
개선을 위해서 이렇게 해보자고 제안을 합니다.
그래도 안 되면 아내의 처분을 따르는 식으로 한번 해보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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