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엄마와 자주 다투어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2024.07.17.)

Buddhastudy 2024. 7. 25. 19:42

 

 

저는 엄마와 자주 다툽니다.

제가 보기에는 엄마가 좀 감정적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주로 사소한 일로 다투는데

그로 인해 엄마도 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엄마와 제가 어떻게 하면

다투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어떤 상황에서 다투는지

예를 한번 들어보세요.

 

어떤 오해인지 예전에 있었던 일 하나를 예로 들어서

구체적으로 말해보세요.

 

엄마와 다툼이 있었던 당시에는 그 일이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질문자가 화를 내거나 말다툼을 벌였을 겁니다.

그런데 지나놓고 보니까 무슨 일인지 기억도 안 난다고 한다면

그게 중요한 일입니까? 중요하지 않은 일입니까?

 

앞으로 다툼이 생길 때마다

이 일도 지나놓고 보면 별로 안 중요 할 거야하고 생각해 보면 어떻겠어요?

질문자가 순간적으로 확 화가 일어날 때

내일 생각해 보면 이 일도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닐 거다 싶으면

조금 진정이 되지 않을까요?

 

질문자가 엄마와 많은 갈등을 겪으며 산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되돌아보니까

어떤 갈등인지 특별히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질문자가 어떤 일에 감정이 동요될 때도

며칠 지나놓고 보면 별일 아니겠구나하고

미리 예상할 수가 있잖아요.

그러면 엄마와의 감정 대립이 덜 일어나게 될 겁니다.

 

여행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밤에 호텔에서 잘 것인지, 여관에서 잘 것인지

아니면 민박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당일에는 굉장히 중요한 일로 다가올 겁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서 그날을 떠올려 보면

그날 밤에 어디서 잤는지가

지금의 입장에서 보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오늘 저녁 메뉴로 불고기를 먹을 것인지, 비빔밥을 먹을 것인지

국수를 먹을 것인지, 샌드위치를 먹을 것인지

아니면 안 먹고 그냥 잘 것인지 하는 것도

오늘 저녁에는 중요한 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서 되돌아보면

몇 년도 몇 월 며칠의 저녁으로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가

지금 내 인생에 하등 중요하지 않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모의고사나 기말고사를 좀 잘 보면 기쁘고, 잘 못 보면 괴롭지만,

지나놓고 보면 당시에 75점을 받았든, 80점을 받았든, 85점을 받았든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특히 고3 수험생이 대학 입시에 좌절하고, 재수를 앞두면

고민이 많아집니다.

친구들은 다 대학 가서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를 사귀고

대학 생활을 하는데,

자기만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으려니까

뒤처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30년쯤 지나 50대가 되어서 되돌아보면,

재수해서 일 년 늦게 대학 들어간 일이

그렇게 큰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시야를 좀 길고 넓게 가지고 보면

지금 눈앞에 일어난 일이 사실 큰일이 아닙니다.

 

항상 우리의 시야가 짧은 시간, 찰나

그리고 나 자신에게만 초점이 맞춰지니까

감정이 주체가 안 되는 거예요.

조금만 시야를 길고 넓게 가지면 아무 일도 아닙니다

 

그래서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화가 날 때 화가 나는 것을 알아차리고

슬플 때 슬픈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놓고 보면, 슬퍼할 일도 아니고, 기뻐할 일도 아니고

괴로워할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눈앞의 상황에 사로잡혀서 매몰되지 않도록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흔히 요즘 말로 (feel)이 꽂힌다하고 표현하는데,

필이 꽂혀서 순간적으로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악을 쓰고 주먹을 휘두르지만

막상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별일이 아닌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도 좀 시야를 넓게 가지기를 바랍니다.

시야를 넓혀서 생각해 보면

엄마는 질문자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입니다.

 

질문자를 낳아주고, 먹여주고, 키워주고, 학교에 보내준

고마운 사람이에요.

그런데 시야를 좁게 해서 보면

엄마는 사달라는 것도 안 사주고

잠자는데 깨우고

게임도 못 하게 간섭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20년쯤 지나서 지금을 떠올려 보면

엄마가 게임 못 하게 하고

오토바이 사달라고 했는데 안 사준 일이 뭐 그렇게 중요하겠어요?

일어난 욕구에 필이 꽂히면

세상 이치에 깜깜해져서 단 하루도 못 살 것 같이 괴로워집니다.

 

그러나 조금 시야를 길고 넓게 해서 보면

인간 세상에 일어나는 대다수의 일이 다 별일이 아닙니다.

 

여러 일들을 겪을 때마다

지나놓고 보면 별일 아니다하는 관점으로 살아가기 바랍니다.

엄마하고 잘 지내야 한다는 생각도 따로 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이치를 바르게 알면

결과적으로 잘 지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치를 모르니까 갈등 속에 사는 것입니다.

질문이 남았으면 더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