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하루] 제가 죽음으로써 엄마한테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2025.03.19.)

Buddhastudy 2025. 3. 25. 20:02

 

 

저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 시작이 엄마와의 관계입니다.

어렸을 때는 제가 죽음으로써 엄마한테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자라면서는 엄마를 죽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제 마음의 밑바닥에 복수심이 있어서인지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상대방과 싸워서 이기려고만 했는데

몸이 아프고 나서는

제가 덜 힘들기 위해서 갈등 상황을 피했습니다.

그런데 회피하다 보니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깁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로 잘 지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상대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고 대응하는 것을

세상에서는 정당방위로 인정하지만

수행적 관점에서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정당방위의 개념과 복수의 개념은 많이 다릅니다.

저 사람이 나를 한 대 때리고 갔는데,

생각할수록 분해서

다음 날 나도 가서 한 대 때렸다면, 이건 복수입니다.

 

상대방이 때리는 순간에 제지하거나,

혹은 칼로 찌르려고 할 때 막다가 상대방 팔이 부러지는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합니다.

상대가 나한테 위해를 가하는 중에 내가 흥분해서

필요 이상의 폭력을 행사했다면

이때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폭행죄나 살인죄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나한테 위해를 가하는 시점이 아닌 그 이후에

상대방을 때리거나 죽였다면

그때는 살인죄나 폭행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감정적으로 보면

저 사람이 나를 한 대 때려서 나도 한 대 때렸는데

그게 뭐가 잘못이냐?”고 항변하는 마음이 들 수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복수를 인정하는 문화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불법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해서 공권력으로 처벌하게 되어 있습니다.

개인이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 따라 처벌받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법으로 처벌하도록 할까요?

개인적으로 응징을 하면

과잉 보복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내가 한 대 맞았을 때 한 대만 때리면 분이 풀릴까요?

한 대 맞았으면 두 대는 때려야 분이 풀리겠죠.

 

나라와 나라 간에도 그렇습니다.

지금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보면

상대국에서 미사일 한 발을 쏘면 열 발을 쏘잖아요.

이렇게 개인이 사적으로 응징을 하면

과잉 대응을 하기 때문에 법으로 처벌하도록 만든 거예요.

 

질문자가 가지고 있는 마음이, 이런 복수심에 해당합니다.

질문자는 어릴 때 어머니에게 상처를 입은 것입니다.

그래서 복수하고 싶은 거예요.

 

복수를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상대방을 해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을 해치는 것입니다.

 

자신을 해치는 방법으로 자해하거나 자살하는 거예요.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그 마음을 이용해서 복수하는 것입니다.

내가 죽어버리면 엄마가 후회하고 슬퍼할 것을 알고, 그렇게 하는 겁니다.

 

이런 행동은 부부나 부모 자식 사이처럼

아주 가까운 관계에서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서로 잘 모르는 사이에서는

내가 죽는 게 상대방에게 심리적으로 큰 영향이 없기 때문입니다.

복수심에 상대를 죽이는 행동과

내가 자살하는 행동은 똑같은 심리에서 일어나는 행동입니다.

 

지금 질문자의 상태는 트라우마에 해당합니다.

정상적인 심리 상태를 넘어서서 질환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아야 해요.

치료를 받는 게 나쁜 게 아니에요.

보통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본인의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데

혼자서 조절이 안 되는 사람은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첫째, 정신 건강 의학과에 가서 전문가에게 상담 치료를 받아 보세요.

 

둘째, 수행으로 극복하고자 한다면

어머니에게 감사 기도를 해야 합니다.

복수하고 싶은 사람에게 오히려 감사하라니까 어려울 거예요.

 

그러나 치료법은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복수심을 없애겠다는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내는 거예요.

감사하는 마음을 내면 복수심이 없어집니다.

원망하는 마음은 감사하지 않아서 생기는 겁니다.

예수님도 원수를 미워하지 말라고 하지 않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잖아요.

 

원수를 아무리 미워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미워지니까

거기에 대한 처방으로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내면 미워하는 마음은 저절로 없어집니다.

남한테 도움을 받고 싶은데

뜻대로 안 돼서 괴로울 때도 마찬가지예요.

도움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소극적인 방법입니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은 남을 도와줄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남을 도와줄 마음을 내면

도움받으려는 마음이 저절로 없어집니다.

그것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내면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져 버립니다.

 

대승 불교의 수행법도 이와 같습니다.

소승 불교의 수행법은

미워하지 마라.’, ‘화내지 마라.’ 이런 것이라면,

대승 불교의 수행법은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라.’, ‘화내지 않고 방긋 웃어라.’

이렇게 마음을 바꾸는 것입니다.

 

웃으면서 하고 하는데 미운 마음이 생기겠어요?

이렇게 적극적인 마음을 내서 미워하는 마음을 극복하는 것이

수행으로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감사하는 마음이 안 일어난다면 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럴 때는 먼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감사 기도를 하라고 하면

대개는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쓰면서

염주를 집어던질 정도로 저항감이 생깁니다.

나한테 무릎 꿇고 빌어도 시원찮은데, 내가 왜 고마워해야 하냐

감정이 더 미쳐 날뜁니다.

이때 억지로라도 계속 감사 기도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머니에게 받았던 상처가 아물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올라옵니다.

그러면 치유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엎드려 절을 하면서 미운 기억은 떠올리지 말고,

감사한 생각을 자꾸 떠올려야 합니다.

어머니가 나를 먹이고, 보살피고, 돌봐주던 생각을 하면서

감사합니다.’ 하고 되뇌다 보면

마음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병원 치료와 병행하면 더 좋아요.

감사하는 마음이 안 들어도 억지로라도 감사 기도를 지속하면

치유가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하다가 그만두면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부모이기 때문에 감사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이 방법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아주 적극적인 방법입니다.

 

대승 경전인 금강경을 보면,

수보리 존자가

어떻게 하면 괴로운 마음을 없앨 수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까

부처님이

일체중생을 구제하겠다고 마음을 내라.’ 하고 말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금강경에서는 이 부분을 대승 불교의 핵심이 담겼다고 해서

대승정종분(大乘正宗分)’이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가장 적극적인 수행 방법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내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감사 기도를 한번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