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 가지 질문을 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불교대학 수업을 진행하는 중에
학생들의 나누기를 듣다 보면
제가 감정이입이 너무 잘 되어 슬픔에 빠지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모두 울게 만들고
분위기도 무겁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데
이럴 때 저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질문드립니다.
두 번째 질문은 ‘컴퓨터를 잘 못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소임을 받으면 조금 두려운 마음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안 하면 되는데 소임자를 찾으면 손은 또 잘 듭니다.
그렇게 해놓고는 또 걱정을 살살하면서 저를 괴롭힙니다.
지난번 입재식 때 스님께서 ‘부탄에 봉사할 수 있는 일거리를 많이 찾아 놓을 테니
여러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해라’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때도 ‘굴삭기 자격증을 한번 취득해 볼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또 저를 살살 괴롭히고 있더라고요.
이런 저를 어쩌면 좋을까요?//
불교대학 학생들이 살아온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학생들의 어려운 처지를 들으면
슬픔을 느낄 수도 있지요.
그렇게 느끼는 걸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수행자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들떠서 흥분해도 안 되고, 너무 슬픔에 잠겨도 안 되고,
우울해져도 안 됩니다.
현실은 그렇게 안 되더라도 그게 목표입니다.
불교대학 진행자는 안내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눈물이 나려고 하면
호흡을 다시 가다듬고, 항상 감정을 가라앉히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질문자가 아무 역할이 없으면
그냥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주위 사람들이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진행자의 역할을 맡았을 때는
덩달아서 같이 울고 남까지 울리고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자기를 잘 살펴서
감정에 흥분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좀 못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시간을 내서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면 됩니다.
배우지는 않고
자꾸 ‘나는 잘 못한다’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배우기 싫다는 얘기입니다.
컴퓨터를 못하는 게 아니고 컴퓨터를 배우기가 싫은 겁니다.
물론 처음에 갑자기 컴퓨터로 업무를 하라고 하면
‘제가 그건 잘 못합니다’ 하고 말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저는 그 일은 못합니다’ 하고 말한다는 것은
그걸 배우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소임을 하는 데에 필요한 기능들만 먼저 배워서 해보면 됩니다.
스님의하루 제작팀이나 영상미디어팀처럼
컴퓨터로 엄청난 편집을 하라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불교대학을 진행할 수 있는 정도의 기능만 익히면 됩니다.
어떤 소임을 하겠다고 손을 들었으면
‘이번 기회에 소임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자’ 하면서
학습하는 쪽으로 마음을 내야지
두려워한다고 기술이 익혀지는 건 아닙니다.
그 기술을 익히기가 정말 싫다거나,
학습해 보니 도저히 적성에 안 맞는다면,
그 소임을 맡는 것을 자제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전법회원을 뽑는다고 할 때 손을 번쩍 들고 싶지만
직장에서 저녁에도 일해야 해서 도저히 시간을 못 낸다면
손을 들면 안 되겠죠.
손을 들어놓고는 ‘도저히 시간을 못 냅니다’ 이러면 안 되잖아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두고
자꾸 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굴삭기 기술을 익힌다, 벽지 바르는 기술을 익힌다
페인트칠하는 기술을 익힌다, 목공 기술을 익힌다
이런 일들은 시간만 내면 할 수 있는 일들이에요.
두북수련원에도 목공 교실을 열어서 목공을 가르쳐 줍니다.
부탄에 가서 봉사하는 일들은
전문적인 일이 아니라
그냥 톱질하고 대패질하고 부엌 가구를 짜주고 하는 정도입니다.
요즘에는 어지간한 일들을 다 집에서 본인이 하지 않습니까?
한번 전문 기술자를 불렀다 하면 몇 십만 원씩 달라고 하니까요.
그러니 본인이 기계를 사다가 수리를 하는 수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특히 미국에는 전문 기술자의 인건비가 비싸니까
집집마다 온갖 기계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간단한 수리조차 전부 전문 기술자를 불러서 해결하다 보면
결국 못도 하나 칠 줄 모르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여러분이 부탄에 봉사를 가게 되더라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간단한 수리만 할 줄 알면 됩니다.
만약 큰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한다면
그건 자원봉사자가 할 일이 아니고
전문 기술자가 해야 할 일이에요.
그러나 여러분이 하는 봉사는
담벼락에 페인트칠을 하듯이
그런 정도의 솜씨만 있어도 가능한 일들입니다.
물론 부탄에도 목수를 비롯하여 전문 기술자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JTS가 부탄에서 하고자 하는 것은
자원봉사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우리 동네는 내가 가꾸고, 내 집은 내가 수리하자’ 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가서 조금만 도와주면
마을 사람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월급을 주고 전문 기술자가 다 만들도록 하면,
나중에 고장이 나도 마을 사람들이 수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자원봉사자들이 가서 도와주되
장기적으로는 자원봉사자가 필요가 없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배워서
스스로 마을을 개발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JTS의 목표입니다.
이런 제안을 해도 마을 사람들이 처음에는 엄두를 못 내요.
왜냐하면 그런 일은 전문 기술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부탄에 가서 직접 보니까
전문 기술자가 없어도
누구나 간단히 배워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가서 직접 고치고 수리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해서
마을 주민들이
‘아, 우리가 해도 되겠네’ 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자원봉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욕심을 내면 안 돼요. 좋
은 일도 욕심을 내면 괴롭습니다.
내가 가진 능력보다 과한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다 욕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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