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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인간이 화성에 갈 수 있는 이유와 못 가는 이유

Buddhastudy 2022. 5. 4. 20:05

 

 

 

1920년대, 로버트 고다드가 액체로켓을 실험하던 때만 해도

인간이 달에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에게 달탐험은

과학과 SF의 경계에 서있는 불확실한 미래였습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은 화성이 그 경계에 서 있는 듯합니다.

화성에 경쟁적으로 탐사선을 보내고

민간업체까지 화성행 로켓을 실험하는 시대이지만

인간이 정말로 화성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가득합니다.

 

왜냐하면 화성은 달처럼 며칠 만에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로켓기술과 화학연료로 화성까지 가는 데는 7개월에서 9개월이 걸립니다.

왕복으로는 2년 이상이 걸리는 긴 여행입니다.

 

과연 인간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우주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실제로 화성행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면 어떤 문제에 부딪힐까요?

그리고 위험과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화성에 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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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이런 질문들에 답해보면서

화성으로 가는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과학과 SF의 경계를 오가면서 유인화성탐사의 가능성과 한계점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중력

화성으로 가는 여행길은 낭만과 거리가 멉니다.

화성여행은 아주 오랫동안 무중력 상태의 좁은 공간에 갇힌 채

각종 우주적 위험들과 사투를 벌이는 고행길입니다.

 

NASA의 연구에 따르면

우주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는

현재 알려진 것만 34가지나 됩니다.

그중 많은 위험요소가 중력과 관련있습니다.

 

우리 몸은 지구 중력에 맞게 진화해왔습니다.

세포에서부터 골격구조까지

1G에 적응해온 몸이 0G에 장기간 노출되면 건강에 좋을 일이 없겠죠.

 

무중력 상태에서 인간의 몸에 찾아오는 생물학적 변화들은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인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인들은 대부분 6개월 이상 장기 미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이 무중력을 만나면 제일 먼저 근육이 약해집니다.

근육을 잡아주던 1G의 힘이 사라지면서 온몸의 근육이 위축돼 탄력을 잃습니다.

 

다음은 골밀도가 감소합니다.

세포에 가해지는 중력이 없어져서 뼈에서는 칼슘이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인들의 골밀도는 한 달에 최소 1%씩 줄어들었습니다.

지구에 사는 노인의 골밀도가 1년에 1%씩 줄어든다는 사실과 비교해보면

결코 가볍게 볼 일은 아닙니다.

골밀도 감소는 장기적으로 골다골증이나 신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근육과 뼈가 약해지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면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합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인들이

매일 2시간씩 의무적으로 운동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운동이 모든 근육을 단련시키지는 못합니다.

운동 효과는 팔다리 근육과 주요 골격근에만 집중됩니다.

그외 수백 가지 근육들은 운동이 되지 않습니다.

 

지구에서는 중력이 이 근육들을 운동시켜주지만

우주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우주에서는 얼굴과 손가락에 있는 모든 미세 근육들이 약해집니다.

힘줄과 인대도 약해집니다.

 

덕분에 척추가 늘어나고 키가 3에서 5센티미터 정도 커집니다.

키가 커져서 좋아라 할 우주인도 있겠지만

대신 허리통증으로 고생해야 합니다.

요통은 우주인들의 만성질환입니다.

 

중력이 없으면 눈도 침침해집니다.

우리 몸의 순환계는 1G에 맞는 힘으로 혈액을 뇌까지 올려보내도록 진화해왔습니다.

그런데 같은 힘으로 0G에서 펌프질을 하면 혈액이 거칠게 솟구치게 됩니다.

온몸에 유체가 과도하게 흐르고 눈에 많은 유체 압력이 가해집니다.

시신경에 염증이 생기고 미세혈관이 손상됩니다.

 

실제로 우주인의 3분의 2 이상이 궤도에서 몇 달을 보낸 뒤 시력 감퇴를 호소합니다.

1.0이던 시력이 0.2까지 떨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감퇴된 시력은 지구에 귀환한 뒤 회복되기도 하지만 영구적으로 손상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많은 문제들이 무중력 때문에 발생합니다.

 

무중력 여행이 이처럼 건강에 안 좋다면 해결책은 없을까요?

 

*인공 중력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공중력을 만드는 것이겠죠.

 

SF영화를 보면 인공중력 우주선이 종종 등장합니다.

먼 미래의 우주선이나 외계인들의 우주선에는 중력장 생성장치 같은 게 있어서 탑승자들이 둥둥 떠다니지 않습니다.

 

영화제작비 측면에서 아주 유리한 설정이겠지만

중력장과 같은 기술은 현대물리학의 한계를 뛰어넘은 가상의 기술일 뿐입니다.

현실 세계에서 인공중력을 구현하려면 원심력이 최선입니다.

양동이를 빙글빙글 돌려서 물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바로 그 원리를 이용하는 겁니다.

 

영화 마션의 헤르메스 호에는 가운데 회전하는 허브가 있어서 탑승객들이 편안하게 우주여행을 합니다.

우주여행이 이처럼 편안하니까

마크 와트니를 데리러 다시 화성에 가자는 소리도 나오지 않을까요?

 

헤르메스 호처럼 거대한 우주선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지구 궤도에서 조립해야 하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합니다.

항공우주공학자이자 미국 화성협회 회장인 로버트 주브린은

좀 더 경제적인 인공중력 우주선을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주브린의 아이디어는 영화 스토어웨이에서 비슷하게 구현되었습니다.

발사체의 상단부가 균형추로 사용되고 균형추는 캡슐과 연결됩니다.

캡슐과 균형추의 거리가 1500m일 때, 분당 2회전이면 지구의 중력과 비슷한 중력이 만들어집니다.

분당 1회전이면 화성의 중력과 비슷한 중력이 만들어집니다.

2회전에서 1회전으로 점점 줄이면서 운항한다면

화성 착륙후 곧바로 화성 중력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 같지만

현재 NASA의 화성 프로젝트에는 인공중력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인공중력 기술에 대한 확신이 없고 추가적인 비용이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인공중력 기술은 일본 과학자들이 딱 한 차례 실험한 적이 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일본 모듈에 회전 장치를 설치하고 쥐를 집어넣은 실험입니다.

쥐들은 인공중력으로 만들어진 1G 상태에서 35일 동안 잘 살아남았습니다.

나름 성공적이라 할 수 있지만 후속 실험이나 연구계획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열심히 운동하면서 화성까지 가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방사선

우주에서 중력보다 더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위험은 방사선입니다.

우주는 고요하지 않습니다.

우주는 태양에서 방출된 입자들이 수시로 불어닥치는 사나운 공간입니다.

 

만약 여행 중에 태양폭풍을 만난다면

탑승객들은 거의 40렘의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40렘은 전신 CT촬영을 40회 했을 때 노출되는 방사선 양과 같습니다.

비록 치사량 수준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암 관련 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다행히 태양폭풍은 도착 하루 이틀 전에 감지 가능합니다.

태양폭풍의 속도가 빛보다 빠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폭풍 경보가 울리면 하던 운동을 멈추고 차폐시설로 피하면 됩니다.

차폐시설은 두꺼운 금속이나 물로 둘러싸인 구조물이 좋습니다.

특히 물은 태양 방사선을 잘 흡수합니다.

 

현실적으로 무거운 차폐시설을 설치할 여력이 안된다면

물탱크 뒤 식료품 저장실이나 주방을 임시 대피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임시 대피소만 잘 활용해도 방사선 노출량이 5렘 정도로 줄어들 겁니다.

5렘이면 좋지는 않지만 끔찍한 정도는 아닙니다.

 

참고로 5렘은 미국 노동자의 방사선 노출 한계치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사실 미국에서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게 불법입니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가능합니다.

 

무중력과 방사선 외에도 우주여행의 위험 요소는 많습니다.

수술이나 복잡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심리적 고립감이나 탑승객들 간의 갈등 같은 정신적인 문제는

물리적 위험보다 더 심각합니다.

화성여행은 자칫 총체적인 의학적 난국이 될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

그렇다면 화성여행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인공중력, 차폐시설, 의료지원 등이 없어도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빨리 화성에 가는 겁니다.

여행 기간이 짧을수록 위험에 노출될 확률도 줄어드니까요.

 

화성까지 7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했지만 이론상으로는 40일 만에도 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06년에 발사된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 호는

41일 만에 화성의 공전 궤도를 지나쳤습니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감속입니다.

멈추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빨리 갈 수 있습니다.

 

혹시 뉴호라이즌스 호처럼 빠르게 날아가다가 화성에 다 와서 급감속을 하면 어떨까요?

이 방법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그 정도 급감속을 하려면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기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양의 연료가 필요합니다.

둘째, 거대한 중력가속도로 인해 탑승객들의 몸이 짜부라져버립니다.

빠르게 날아갈수록 감속은 몇 달에 걸쳐 천천히 해야 합니다.

 

NASA를 비롯한 연구기관들은 화성여행 기간을 6개월 미만으로 줄이는 아이디어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지구-화성간 순환선입니다.

순환선은 지구와 화성을 주기적으로 공전하는 우주선입니다.

두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기 때문에 연료가 거의 필요 없습니다.

가속이나 감속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구에서 발사된 유인 우주선은

지구 근처에서 순환선과 도킹을 하고, 화성 근처에서 분리해서 착륙합니다.

순환선을 구현하려면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기술과

고속 순환선에 정확히 올라타는 도킹 기술이 필요합니다.

 

둘 다 아직까지 구현할 수 없는 기술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화성에 주기적으로 가게 된다면 순환선은 뛰어난 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화성에 가는 이유

유인화성탐사는 아직 많은 부분이 완성되지 않은 단계입니다.

위험 수준이 높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달탐험과 지구 저궤도 사업이

관광, 자원채굴로 수익이 가능한데 비해

화성은 아직까지 수익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화성 접근 비용이 낮아질수록 화성의 투자 가치도 높아질 것입니다.

 

화성은 달보다 거주 가능성이 높은 곳입니다.

미래의 화성은 본격적인 태양계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가 될 수 있으며

소행성들의 자원을 유통하는 무역기지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유인화성탐사가 많은 시도 끝에 실패로 끝난다 해도

그 과정에서 얻는 이득은 클 것입니다.

우주개발은 직접적인 이득보다 파생기술로 얻는 이득이 더 큰 사업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많은 첨단 기술들이 20세기 우주개발의 산물입니다.

탄소섬유나 수많은 신소재는 우주복과 장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내비게이션, 에어백 같은 자동차 안전과 관련된 기술은 거의 우주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주기술이 크게 기여한 분야는 무엇보다 의료 산업입니다.

MRI, CT 장치의 핵심 기술은

아폴로 우주선의 디지털 영상처리를 위해 개발된 기술입니다.

 

라식 수술 장비, 심장박동 조절장치, 비접촉 체온계 등도

우주개발 과정에서 탄생한 기술입니다.

장거리 화성여행은 달탐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할 겁니다.

덕분에 생명연장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완전히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결과가 낙관적이지는 않겠지만 파급효과는 확실히 있을 겁니다.

어쩌면 인간이 정말로 화성에 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21세기 우주시대를 이끌어가는 상징적인 질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