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들은 당당했습니다.
“생각으로도 다른 사람을 간음해본 적 없나?”
-김모 씨 경기도 이천 ㅇㅇ교회 목사/ 14세 중학생 강제추행
“당신은 그러면 얼마나 깨끗해요?”
-문모 씨 경기도 평택 ㅇㅇ교회 목사/ 13세 미만 아동 성추행
주장은 모두 하나같았습니다.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
-요한복음 8장 7절
설명이 필요 없는 그 유명한 성경 구절은 이들 목사들에게는 스스로 자신의 죄를 사하는 데에 동원됐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들은 다시 이른바 목회자의 길로 돌아왔지요.
뉴스룸은 지난 이틀 동안 어린아이와 청소년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들이 지금도 절반가까이 목회를 이어나가고 있는 현장을 고발했습니다.
“보듬어 안고 갈 부분...”
“교회는 정교분리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니까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으니까...”
가해 목사 79명 가운데 교단의 징계를 받은 사람은 5명에 불과했고 교단은 문제를 방치, 또는 묵인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들 모두는 어떤 의미에서는 ‘공범’이었습니다.
“엄벌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2018년 12월 17일
두렵고, 긴장된 목소리로 피해 사실을 고백한 스포츠 스타.
목소리의 떨림 안에는 알고 보니 더욱더 커다란 상처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지난 한 해, 우리가 본의 아니게 학습했던 단어.
‘위계에 의한 성폭력’
국가대표 선수촌은 악몽의 장소가 되었고, 사소한 폭력쯤이야 메달을 위해서 감내해야 한다는 분위기 역시 어린 선수들을 위축시켰을 것입니다.
성폭력이란
‘폭력’이라는 단어 앞에 ‘성’이라는 잔인함이 더해진
아마도 가장 잔혹한 범죄...
또한 거의 예외 없이 2차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 잔혹함은 재생산되고 극대화되지요.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 모두는 자유로울까...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들이
성경 구절을 흉내 낸 자기변명을 무기로
아무렇지도 않게 교회로 돌아온 것처럼...
한 인간을 향한 잔혹함이 완성돼가는 그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어쩌면 금메달이라는 우상에 매몰돼서
범죄자에게 끊임없이 변명거리를 만들어 준 것은 아닐까...
종교인 성범죄에 맞선 언론을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한 아이를 학대하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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