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아뇨, 저도 이제 그 병을 잘 알아요.”
- 고 임세원 교수
스스로 고백했던 바... 그 역시 ‘마음의 감기’를 겪은 환자였습니다.
어느 날 견딜 수 없는 허리 통증과 함께 찾아온 ‘우울증’...
“선생님은 이 병을 몰라요...
나는 그제야 환자들이 했던 이 말의 의미를 뼛속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임세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는 뒤늦게 환자들이 했던 그 말을 떠올렸습니다.
우울증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전문가였지만 환자가 느끼는 감정엔 무지했던 의사.
진정한 치료는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나는 부러지지는 않겠다고
보다 정확히는 스스로를 부러뜨리지는 않겠다고 다짐한다.”
-임세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호되게 앓아보았기에 환자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었고, 위험의 순간에 타인을 먼저 챙긴 그 마음 또한 바로 거기에서 연유하였을 것입니다.
의료진에 대한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황망한 사건에 대한 대책은 쏟아지고 있죠.
그러나 해를 넘어가며 전해진 비극적인 소식은 역설적으로 올 한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 어떤 곳이 되어야 할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의사는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의 시구를 좋아했습니다.
자신의 책 첫 머리에 인용한 문구도 바로 이것이었지요.
절망의 마음 대신 어떻게든 답을 찾고자 했던 짧은 여정.
그의 시간은 이제 멈춰 서게 되었지만
길고 두꺼운 한 해는 우리 앞에 여전히 남아있고, 그가 남긴 질문과 과제 또한 우리 앞에 남아있습니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어쩌면 이 말은 그의 생명을 앗아간 그의 환자는 물론이고, 세상 모든 이들에게 그가 해주고 싶었던 말은 아닐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무거운 마음으로 사족을 하나 답니다.
오전 내내 우리는 한 생명의 안위에 대해서 걱정했습니다.
미디어는 어쩔 수 없이 그의 행방을 중계방송 하듯이 쫓았지만 돌아온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도 이것이 아닐까...
그가 쏟아냈던 말들이 진실인가 아닌가와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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