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철의 여인인데
왜 구리로 만들었나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그는 언제부터인가 알츠하이머를 앓기 시작해서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가족들 몰래 외출을 나갔다가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은 치매 노인.
그의 노년은 영화로도 제작돼서 시선을 모았지요.
질병은 강인함을 무너뜨렸고, 가족과 주변인들은 신화가 된 여인을 더는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 철저한 은둔생활을 결정했습니다.
“이제 나는 내 인생 황혼기로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1944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은 자신의 질병을 공식적으로 알렸습니다.
피해갈 수 없었던 질병은 알츠하이머.
그의 대응은 은둔이 아닌 드러냄이었습니다.
“내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이 병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이 유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는 알츠하이머 연구를 후원하는 재단과 연구소를 만들었고, 이 질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고자 했습니다.
그의 병명도 같은 이름이라고 했습니다.
“민주주의 아버지가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식과 같은 민주주의를 했다.”
하루에 열 번 넘게 이를 닦고, 조금 전 일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스스로 칭한 바
“민주주의의 아버지...”
그는 오늘도 재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알츠하이머에다가 독감도 추가됐죠.
1995년 12월 3일...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저는 그날 아침의 뉴스 진행자였습니다.
동도 트기 전의 시린 새벽에 합천 고향집에서 안양교도소까지 압송되던 날...
그는 단호하고도 당당했던 얼굴을 내보였습니다.
그 전날의 이른바 골목 성명 후에 고향으로 내려가 버린 전직 대통령 전두환...
그때도 그는 당당했죠.
하긴,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고 하던 때도 그는 당당해 보였습니다.
차라리 지금도 그렇게 당당했다면
대처의 길도, 레이건의 길도 걷지 못했던 그가 내세운 이유...
알츠하이머란 얼마나 초라한가...
독감이란 얼마나 더 구차한가...
하루에 열 번 넘게 이를 닦는다는 그에게 동정을 보내기에는 우리의 지난 현대사가 너무나 아팠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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