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설특집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꾸 생각나요. 죽음 이후에도 삶이 있을까요?

얼마 전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 실감이 안 나요.

아직 곁에 계신 것 같은데

바쁘다는 핑계로 아버지와 제대로 시간을 보낸 기억이 없어요//

 

네...

그러니까 질문자는 살아있을 때도 아빠 생각 안 하고 자기 생각만 했고

아빠가 돌아가시고도 지금 자기 생각만 하는 거요.

‘자기 보고 싶은 거, 자기 사랑했다고 말 안 한 거’

이렇게 자기 생각밖에 할 줄 모르잖아요.

 

살아있을 때도 내 생각만 했고

돌아가신 뒤에도 또 내 생각밖에 할 줄 모르는 거요.

이거는 아빠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얘기에요.

어떻게 생각해요?

 

자기가 이렇게 운다고 아빠에게 좋은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아빠에게 좋은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보고 싶어 한다고 아빠에게 좋은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자기 보고 싶은 거, 자기 못한 거...

자기 생각만 하고 있다는 거요.

이거 자체는 아빠하고 아주 관계없는 일 아닐까요?

 

아빠가 살아계실 때도 자기 살기 바쁘고, 자기 생각만 하고 살다가

아빠가 돌아가셨다니까 또 자기 생각만 하는 거요.

아무런 변화가 없어요.

아빠하고는 아무 관계없는 일 아닐까요?

 

자기가 정말 아빠의 돌아가심을 통해서 뭔가 배운 게 있다면

살아계실 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 더 해드리든지, 한번 방문을 해드리든지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돌아가신 뒤에 그 생각 만 번 하면 뭐해요?

 

그러면 여기서 교훈을 얻었다면

‘아, 남편한테 한 번 더 사랑한다고 말해줘야 하겠다’

‘아이들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줘야 하겠다’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줘야 하겠다’

‘엄마를 한 번 더 찾아 봬야 하겠다’

 

이 사건을 통해서 내가 교훈을 얻었다면 배움이 있다면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거 아니오.

 

지금 자기는 아무 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자긴 또 자기 생각에 빠져서 곁에 있는 사람을 또 소홀히 하고 있다는 거요.

지금 자기 뭘 해야 할 거 같아요?

아빠가 뭘 하느냐?

어떻게.. 한 번 봤으면 좋겠다.

이게 지금 중요한 거예요?

 

아, 인생이라는 건 이런 거구나.

영원히 있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소홀히 했는데,

어느 날 이런 일이 일어나고 보니까 인생이 영원한 게 아니구나.

살아있을 때 내가 한 번이라도 방문하고, 한 번이라도 사랑한다고 말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니까 이제는 내 가까이 있는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하는 게 지금 중요하다는 거예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아이들, 남편, 다른 분에게 표현해야 하겠구나.

이 교훈을 얻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그것이 아빠가 나에게 준 선물이 되는 거죠.

아빠가 돌아가심으로써 아빠가 나에게

참 큰 선물을 줬다.

인생의 소중한 선물을 줬구나,

이럴 때, 자기가 아빠로부터 선물을 받은 사람이 되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