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형성된 것들은 소멸하기 마련이다.
방일하지 말고
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
-열반경
깨달음의 지도가
드디어 실천과 수행편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처음 깨달음의 지도를 계획하면서
1) 의식수준과 깨달음
2) 세계와 존재
3) 존재와 인식
4) 실천과 수행으로
시리즈의 순서를 정했던 것은
목표가 뭔지를 정하고
우리 생각의 틀을 점검한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물론 비교적 내용이 제한된 것부터
우선 정리해 보고자 한 것도 이유였습니다.
실천과 수행이 뒤로 밀린 이유는
서양 철학의 구성 순서가 주로
존재론, 인식론 이후에 윤리학 같은 실행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존재론과 인식론에 해당하는 내용은
주로 유추적인 명제들인 반면
실천과 수행은 일종의 지침이기 때문에
그 종류나 불량이
앞의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존재론에서
연기법과 우주 창조원리를 보았고
인식론에서는
의식의 변화 과정을 유식론을 통해 이해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매우 넓은 범위를 한꺼번에 헤아린 것은 맞지만
실천과 수행으로 들어오면 그런 정도가 아닙니다.
마치 숲속의 오솔길을 쭉 따라가니
드넓은 평원이 나와버리는 느낌입니다.
서구 철학이
존재와 인식이 부과해서 더 논술하는 것으로는
논리학, 윤리학, 심리학, 미학 정도입니다.
그리고 존재론과 인식론에 비해 이런 영역은
보편적 이야기보다는
특정한 영역을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동양 철학의 유교 같은 경우에는
아예 실천론에 해당하는 인의예지가 거의 전체를 점유하며
불교는 수행을 위해 교서를 한다고 할 정도로
실천에 대한 비중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깨달음 전통의 실천론, 수행론은
우리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범위의 엄청난 지침과 사례로 가득합니다.
그냥 주제어 하나만 들면
시리즈 하나를 채우고 넘쳐날 정도라서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좋은 지침들이 그렇게 많은데
제가 여기서 실천과 수행을 이야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기왕의 깨달음 지도를 그려보겠다고 했으니
발을 딛고 똑바로 걸어갈 수 있는 큰 길은
그려보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리즈 3편에 걸쳐 목적지 이야기만 한 마당에
아무 길도 그려놓지 않고 지도를 마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큰 길을 그려놓으면
작은 갈래 길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
잘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가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그려보려는 길은
켄 윌버가 공저자로 발간한 ilp(Integral Life Practice)같이
포괄적인 수행 체계를 제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본 내용들을 중심으로
의식 수준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이해와 실천의 내용을
키워드 수준으로 정리해 보려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에 맞는 적합한 방법을
스스로 개발해야 하는 처지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시중에 널린 수행 교본을 그대로 쓰기 어렵다면
먼저 수행에 대한 생각의 틀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수행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앞서 우리가 보았던 의식수준, 존재, 인식의 틀을
다시 구성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해와 적용은 지속적으로 순환되는 과정이며
수행은 지속적인 이해와 수행의
상호 피드백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해, 적용, 체험, 향상된 이해를 통해
범위를 확장하고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사실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가능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실천입니다.
수행에는 수많은 키워드가 있습니다.
전통마다 같거나 다르고, 스승마다 같거나 다릅니다.
아주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수행자에게는 하늘과 땅의 차이입니다.
한번 예를 들어볼까요?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기독교 신자는 믿음이라고 할 겁니다.
불교 신자는 하심이라고 하겠죠.
자, 믿음은 불교의 발심과 어떻게 다르고
하심은 기독교의 순복과 어떻게 다를까요?
말의 문제에 앞서서
수행의 키워드가 이렇다는 것을 우리는 이해해야 합니다.
좋은 말을 늘어놓은 지하철 광고판이 아니라면
우리는 자신이 실천해야 할
수행의 큰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무턱대고 좋은 말 들을 때마다 내용을 바꿀 수도 없을 것이고
귀를 닫고 하던 것만 계속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핵심적인 작동 원리로 변화하지 않는 실천의 중심이 있어야 하고
이 중심을 기반으로
많고도 다양한 수행법을 유연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거나 보류하는
스스로의 기준이 있어야
헷갈리거나 헤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켄 윌버의 ILP는
윌버의 세계관을 그대로 반영해
일상적인 수행이 가능하도록 만든 모듈들입니다.
예를 들어
육체, 정신, 영의 영역을 나누고
발달 라인을 계통별로 조합해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감탄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이것 역시 전개된 내용들을 내 것으로 조직하지 않으면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ILP가 제시하고자 하는 방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개인적으로 특화된 수행 모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만큼 실천에 대한 자기중심이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구도자들이 만나는 것은
수행법의 종류나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라
그것이 어지러울 정도로 넘쳐나고
꾸준히 실행해서 효과를 체험하기까지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겁니다.
간단하면 수행의 방법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을 것이고
쉬우면 그걸 수행이라고 할 이유도 없겠죠.
그래서 깨달음 지도에서는
어렵지만 꼭 해야 하는 것과
쉽지만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이야기할 것들에 대해
실천과 수행 첫 영상에서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큰 종교 전통별로
수행법을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각 종교가 지향하는 바는 조금 다른 것 같지만
깨달음 전통의 시각으로 보면
그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힌두이즘의 요가 유형으로 본다면
불교는 즈나나, 지혜수행이고
유교는 까르마, 즉 행위수행이며
기독교는 박티, 헌신수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여러 전통의 수행도
참고로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다음은 전통적 수행관을
현대적 시각에 맞게 재정리하는 기회를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는 켄 윌버를 적극 활용해
영성 지능과 발달 라인에 대해 명확한 이해를 하도록 합니다.
전통 수행법은
모두 의식발달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대에 개발된 것이어서
의식발달이라는 현대 심리학의 발견에 기초해
실천과 수행법을 재조명하면
상당히 체계적인 수행관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지나나, 카르마, 박티 요가를 망라하고
종교적 전통의 지침을 종합해
깨달음의 지도가 그려보는 수행의 체계를 펼쳐보겠습니다.
앞에서 보았듯
이해와 적용, 체험과 향상된 이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중심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쉽지는 않지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 정도면 된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시리즈를 이끌어왔는지
결론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특별 주제들입니다.
원래 깨달음 지도 시리즈는
의식 수준, 존재론, 인식론, 실천론의 4가지 지류에 대해
각각 9편의 기본 동영상을 만들어 판을 깔고
그 이상의 것은 부각되는 주제가 있거나
추가하고 보완해야 할 이야기가 생기면
계속 이어가는 형식을 고려했는데요.
실천수행 시리즈는
이미 몇 가지 특별 주제들이 잡혀 있습니다.
그 주제 중 하나는
에고, 자아에 대한 탐구입니다.
우리가 현대적 언어로 에고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아마도 프로이트 이후일 텐데요.
서구 심리학에서도 정신 병리적인 연구는 이루어졌지만
불교의 아견, 아만, 아애, 아치 같은 식의 포괄적인 연구는
아직 미미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우리는
도대체 에고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또 하나의 주제는
수행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람 사이의 인연에 대한 탐구입니다.
수행이란 자기가 해야 하는 것입니다만
깨달음의 길은 한편으로는 혼자서는 가기 힘든 길입니다.
우리는 이 길을 가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맞이하고, 수용하고, 헤쳐나가야 합니다.
단순한 개인적인 관계는 물론
모임이나 단체 생활을 통해 실천하는 방식과 원리에 대해 탐구해 보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실천 수행 시리즈는 물론이고
의식수준, 존재론, 인식론을 비롯해
모든 깨달음 지도 시리즈는
이제 계속 업데이트되는 주제들로 채워질 겁니다.
계획된 시리즈를 모두 끝내면
계획하지 않은 주제와 이야기들을
계속 발굴하고 탐험할 계획입니다.
--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는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
-누가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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