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THATch

[IAMTHATch] 연기 30송

Buddhastudy 2025. 1. 1. 20:00

 

 

연기 30송은

세친의 유식 30송을 본떠 만든

연기법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문장입니다.

 

1

겉으로 형상을 지닌 모든 만물이

서로 연하여 생겨나고 사라짐을 본다.

 

 

2

가장 쉽게는 그 어떠한 형상도 영원하지 않아 변하니

이것을 무상이라 하며

그 본질은 연하여 있기에

그 자체로 영원할 수 없으니

그것이 이른바 자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보이는 형상이 그러할진데

보이지 않는 감각되지 않는 세상은 어떠할 것인가?

현대 과학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미시세계에는 형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사건과 관계의 흐름만이 있으니

이것이 무상의 본 모습이다.

 

 

4

그렇다면 왜 무상한 것인가?

왜 만물이 변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시작될 수 없다.

그것은 애초에 형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사건으로 순간순간 변하고 있는 것이 본질이다.

 

 

5

무상의 진실은 곧 나타남과 사라짐의 진실이다.

나타난 것은 사라지는데

애초에 나타나 사라지는 것은

극미의 시간에서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니

그것을 공이라 한다.

 

 

6

그렇다면 분명 존재하지 않는 만물이

왜 이토록 분명히 인지되는 것인가?

그것이 바로 마음이다.

일체가 유심의 환영이니

마음이 그려내는 만물이 펼쳐지고 있다.

 

 

7

펼쳐지는 만물은 또한 어떤가?

그것은 하나의 마음에서 나타나는 것이라

형상은 요란하나

사실상 연하여서만 나타나니

나타나는 그 무엇이든 사실상 하나의 마음이다.

이것을 상즉이라 한다.

 

 

8

그리하여 상즉은 드러남의 진실이고

무상은 사라짐의 진실이며

유심은 목격자의 진실이다.

 

 

9

이것을 화엄에서는 세 가지 구절로 풀었으니 인용해 본다.

-법에 걸림 없는 지혜로는

모든 사물이 비어 있는 성품을 알고

-뜻에 걸림 없는 지혜로는

모든 사물의 나고 사라짐을 알고

-말에 걸림 없는 지혜로는

모든 말의 환영과 같은 성품을 알지니

 

 

10

인간의 이해로는

시공에 만물이 펼쳐져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바로 그 시공과 만물이 유심이니

실상은 그 전부가 하나의 단일한 사건이다.

 

11

하나의 사건에 무한한 조건들이 연쇄되어

마치 무슨 일이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이

세계의 실상이니

이것을 연기의 법계라고 한다.

 

12

인간의 인지로 분별한 만상은

사실상 이름을 지어 부르는 허상에 불과하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또한 물상의 원리를 알 수 없기에

원시적 혼돈에서 벗어날 수 없어

명언종자로 만물을 이르게 되었다.

 

 

13

이름을 지어 부르고 나니

마치 만물이 실체를 획득한 듯한 착각에 빠져

분별의 주체인 자아의식과

허상에 대한 집착이 생겨나 고통이 시작되었다.

 

 

14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긴 고통을 없애려면

착각과 집착의 대상에 대한 실상을 알아야 하기에

설해진 것이 연기법이다.

 

 

15

이제 구도자는 실상을 배우며

우주의 흐름을 거꾸로 올라가

모든 분별이 있기 전의 하나인 실재를 찾아야 하는데

그 방편으로 연기법이 제시된 것이다.

 

 

16

연기법은 여러 수준과 비유로 설해지지만

텅 빈 공을 대척으로 설정한 대승의 논법이

수행자들에게 가장 명확한 정견을 제시한다.

 

 

17

삼법인인 제행무상, 제법무아, 일체개고가

가장 기본적인 연기를 설하고 있으며

이것은 결론에 가깝다.

만상은 끊임없이 변하여 실체가 없으며

실체가 없는 것에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며

이 실상을 모르는 데서 고통이 생겨난다.

 

 

18

반야경은 공의 입장에 서서 오온개공을 말하니

모든 견문각지가 조건과 인연에 의지해 일어나는 것이라

실체라 할 수 있는 것은 없음을 말한다.

 

 

19

화엄경은 존재의 입장에 서서 상즉상입을 말하니

하나의 마음이 경계가 없이 무수한 법계를 이루어

스스로를 드러내고

드러난 만상이 서로 연하여 존재함을 말한다.

 

 

20

유식론은 마음의 입장에서 유식무경을 말하니

모든 형상은 마음이 드러난 것에

마음이 이름을 붙여 이르는 것이라

실상은 오직 의식일 뿐임을 말한다.

 

 

21

이토록 명확한 실상을 왜 인간은 알지 못하는가?

그것은 업생의 윤회로 시작된 탐진이

증애의 업장을 그치지 않기 때문이며

이 고집이 세상을 거꾸로 보게 하는

전도몽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22

그렇다면 어떻게 실상을 알 수 있는가?

망상을 그치고 업의 수레바퀴를 멈추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분별되는 세상은 물론

분별하는 자기까지도

모두 연기된 허상임을 명백히 보아야 한다.

 

 

23

그것과 더불어 분별을 고집하는 오온의 작용과

에고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해 거듭나고

오래된 습관의 성향을 바꾸어

자신의 윤회를 멈추게 해야 한다.

 

 

24

그대의 일상의 낱낱은

무한한 전 우주의 모든 조건으로만 일어나며

그래서 그대의 아주 작은 생각 하나, 행동 하나도

전 우주의 파동을 일으킨다.

이것을 기억하는 것이 실천론적 상즉이다.

 

 

25

일체의 파동은 순간순간 사라지는 무상이라

또한 실체가 없으며 존재하지 않는 것인데

있는 듯 보이는 것이 유심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사연이

업으로 상속되어 저절로 굴러가는 것을

스스로 주인공이라 여겨 마력에 빠진 것이

윤회의 진실이니

이것이 실천론적 유심입니다.

 

 

26

그대의 오온, 색수상행식이 무엇인가?

분별, 감정, 충동, 행위, 없음으로 이어지는

습관화된 견문각지와 반사작용이다.

여기서 연기를 못 보면 어디서 연기의 진실을 찾겠는가?

순간순간 그대에게 일어나는 사건의 접점이 전 우주다.

전 우주를 부인하려면

일상을 낱낱이 부정하라.

 

 

27

전 우주가 드러나는 조건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드러나자마자 사라진다는 것이다.

전체는 상즉이라서 무상함으로써만 발현되니

무상함으로 전 우주가 끊임없이 부인되고 있음을 직접 보라.

붙잡을 것이 있는가?

 

 

28

순간순간 전 우주가 드러나는데

순간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니

전 우주가 텅 비어 있다.

그런데 텅 빈 전 우주를 보고 듣고 느끼는

이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대는 도대체 무엇인가?

 

 

29

한 포기 풀에 137억 년이 모두 담겨 있고

그 풀 한 포기가 없으면 그대도 없다.

일 미진 중 함 시방, 일념 즉시 무량 겁이니

시공이 이렇다는 말을 듣고 아는 그대는 무엇인가?

 

 

30

그대가 여기 쓰인 말들을 듣고 알았다고 한다면

그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점만 명심하라.

그대가 모름을 기억하는 한, 지옥은 면할 수 있다.

그러니 명심하라.

안다는 그대가 사라지면

그대로가 상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