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명상 체계는
대부분 약 천 년이나 그 이상으로 오래된 것이다.
반면에 성장의 지도를 발견한 것은 백 년밖에 안 된다.
그래서 깨달음이나 깨우침, 모든 존재의 궁극적 바탕에 대한 인식
순수한 깨어남 같은 아주 높은 의식 상태를 경험한 사람도
성장의 단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 [켄 윌버의 통합명상]
켄 윌버를 알고 모르고는 개의치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다만 이 사람의 이론 중에서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을 가지고 와서
의식수준에 대해 이해하고자 합니다.
인용한 첫 문구에서 보았듯
켄 윌버는 의식의 성장과 발달을
깨달음과 연계한 전무후무한 심리학자일 듯합니다.
우리는 바로 그것, 의식의 성장의 지도를 이해하고 싶은 겁니다.
켄 윌버를 인용하면서
그에 대해 모른 척하기도 어려워서 간단하게 공유하자면
학문적인 식견을 갖춘 학자로
뛰어난 저술을 통해
서구의 심리학을 동양의 깨달음과 통합한 분입니다.
깨달음의 언어로 학문을 탐구하고 정렬한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켄 윌버의 사상체계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은 저서와 연구회와 인터넷에 널린 글들로 대신해도 됩니다.
저도 한국어로 번역된 대부분의 저서를 읽었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해서
제가 추릴 수 있는 한계를 훌쩍 넘어버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로 하죠.
윌버 이론을 풀기 위해서는
그 시작을 홀론(Holon)으로 해야 합니다.
홀론이란
그 자체가 전체이면서
동시에 다른 전체의 부분인 어떤 존재를 말합니다.
좀 어렵죠?
윌버는 이것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어떤 한 혹은 다른 종류의 ‘홀론’이라는 것입니다.
'온우주'가 홀론으로 구성되어 있고
또 홀론은 홀라키(계층구조)적으로 존재합니다.”
이 우주에 있는 그 어떤 것,
그게 무엇이든 어떤 존재는 홀론입니다.
하나의 전체이면서 동시에 다른 전체의 부분입니다.
이해가 되나요?
어렵더라도 그렇게 이해하고 일단 지나가도록 하죠.
모든 홀론들은 ‘홀라키’적으로 존재합니다.
홀라키는 홀론+하이어라키(계층구조)의 의미죠.
홀라키는 ‘완전성의 정도에 대한 서열’이라고 정의됩니다.
여기서 윌버는 조금 더 강하게 홀라키를 강조합니다.
“홀론은 홀라키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같이 겹겹이 둥지화된 질서들로부터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모든 진화적이고 발달적인 패턴은
홀라키화에 의해 진행되고
이것은 전체성과 포괄성이 증가하는 순서에 따른 과정이라는 것이
윌버의 설명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원자, 분자, 세포를 예로 든 설명을 인용해 보죠.
“어떤 것들은 다른 것보다 더 완전하죠.
원자는 분자 안에 담겨 있고
분자는 세포 안에
세포는 유기체 안에 담겨 있습니다.
원자의 완전성은 놀라운 것이지만,
분자는 그 완전성 전부에 더해 자체의 더 복잡한 완전성을 담고 있지요.
그리고 그 분자의 완전성은
그 자체로도 놀랄 만한 것이지만
살아 있는 세포의 완전성 안에 완전히 담겨 있고요.
그렇게 대홀라키 또는 현시(顯示)된 존재의 대둥지까지 올라갑니다.”
하위 수준을 초월하지만 포함한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홀라키적 질서는 우주의식의 원리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열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윌버는 그것을 질서라고 설명하면서
‘서열’이라는 것에 대해 거부하고 그 체계를 무시하고자 하는 발상조차
그 홀라키적 질서의 일부라고 이야기하지요.
등급화를 제거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등급화이고
계층구조를 부인하는 것 자체가 계층구조인 거라고 말이죠.
우리는 의식의 진화, 발전, 단계가
단순히 알아야 할 지식을 체득하고
학년이 높아지는 그런 식이 아니라
‘아래’라고 부를 수 있는 의식수준을 모두 포함하고 초월하게 된다는
놀라운 우주의 질서를 엿듣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모든 진화적이고 발달적인 패턴은
홀라키와야에 의해 진행된다는 켄 윌버 이론 하나를 정리했습니다.
우리 공부에 필요한 두 번째 개념은
[인간의 의식 수준]에 대한 것입니다.
연구 시기에 따라 변화가 있긴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의식 수준 모델은 [윌버- 콤스 격자]입니다.
윌버 콤스 격자는
심령, 정묘, 원인, 비이원 상태가
원형, 마술, 신화, 이성적 구조에 함입된
약 16개의 영적 경험의
매우 일반적인 유형이라는 격자를 제시합니다.
그림에서 세로축은 의식의 구조이고, 가로축은 상태입니다.
윌번은 의식의 구조와 상태를 구분합니다.
흔히 아스트랄, 코지알, 멘탈 이런 식의 단계를
의식의 수준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처음 보는 분은 낯설 수도 있습니다.
윌버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상태는 의식 수준과 상관없이 낮은 단계에 있더라도
모든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만 체험하는 사람은 그 상태를 자신이 처해 있는
구조적인 단계에 따라 해석할 거라는 겁니다.
어떤 사람이 깊은 절정, 종교, 영성, 명상 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말하자면
정묘한 빛이나 원인의 공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그들은 준비된 만큼의 발달 단계를 도구로 해서
그 경험을 해석한다.
의식의 수준에 해당하는 의식의 단계는
역동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
윌버는 이것을 구조라고 부릅니다.
구조란 좀 어려운 용어이긴 합니다.
비유하자면 세포 조직의 부분 부분들이 계속 교체되지만
세포 그 자체는 그대로 남아있는데
그것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안전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역동적이고 전일적인 패턴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하나의 의식 수준에 있는 사람은
그런 수준의 전형적인 방식으로 이해하고 행동한다는 것이죠.
쉽게 말해서
저학년이라는 단계에서는
숫자와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이해하고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데
이것이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학년 단계에서 방정식을 풀 수 있게 되면
이 사람에게는 사측 연산에 더해서
함수와 미지수의 개념이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의식 수준과 관련해 이해해야 할 것은
상태와 구조인데
이것이 의식의 수준이 발달해서 진보하는 것의 실제 내용을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윌버의 설명을 인용해 보죠.
“아무리 심오하다 하더라도
모든 절정 경험은 그저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무상한 상태다.
더 높은 발달이 일어나려면
이 일시적인 상태가 지속적인 특성으로 바뀌어야 한다.
더 높은 발달은
변성 상태를 어느 정도 영원한 실현으로 바꾸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달리 말하면
진화의 상위 영역에서는
의식의 일시적 상태에서만 가능했던 초개인적인 잠재성이
점점 더 의식의 지속적인 구조로 전환된다.”
일시적인 상태가 지속적인 특성으로 전환되면서
일시적인 잠재력이
마음의 지속적인 윤곽으로 자리 잡고
그 단계의 구조를 제대로 실현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이 확고한 특성을 바탕으로
상위 단계의 구조를 습득하고, 이해하고, 지속화하는 과정을 계속 밟아 나가는 것을
진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조의 구체적인 내용은
발달라인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됩니다.
발달라인은 개인 발달의 지류를 말하는데
인지, 정서, 욕구, 성, 창의성, 심미안
도덕성, 자기정체성, 세계관, 영성 같은 발달의 영역을 말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 공부하려면
켄 윌버의 통합명상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초개인적 수준을 향해 갈수록
모든 영역의 발달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달 라인은 개인 의식수준, 깨달음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됩니다.
이 내용도 앞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이 밖에도 켄 윌버의 인테그럴 맵을 설명하는 4분면도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꽤 큰 주제입니다.
이것도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간단하게 켄 윌버의 의식단계에 대해 알아본 이유는 역시
깨달음이 결국은
의식 수준의 성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깨달음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손에 잡기 쉬운 모양의 형태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의식 수준]이라는 개념을 가져왔고,
의식 수준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가장 방대한 연구 성과를 가지고 있는 켄 윌버의 핵심 주장
그 개념들을 이해해 보고자 한 것입니다.
아쉬운 대로 캔 윌버의 홀라키, 의식의 단계, 상태와 구조, 발달 라인의 개념을 통해서
깨달음을 향하는 진화 과정이
의식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존재의 발달 과정이라는 점을 보았습니다.
이 정도의 이해를 기반으로
우리의 지도를 그리기 위한 진도를 더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켄 윌버의 지도는
전 인류의 전 역사를 아우르는 정밀지도라서
필요하다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하도록 하죠.
--
마치 로키산맥 위를 비행할 때
지도가 정확할수록
추락 위험이 줄어드는 것처럼
통합지도를 사용하면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는 것이다.
-켄 윌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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