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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Essay) 지루한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방법 _ 여의도 빌딩숲 그리기 | 어반스케치

Buddhastudy 2022. 11. 15. 19:46

 

 

 

안 보이던 게 보였다.

십수 년을 다니던 길에

항상 있었으나 없었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씨의 '그 꽃'이라는 시가 이런 순간을 말하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자의 시선으로 살아보기로 했다.

 

오늘 이야기는

일상을 여행처럼 아주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여행자의 시선을 갖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상,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

우리의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맛없게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 아니 대다수에게 일상은

지루함 이라는 단어로 치환되죠.

 

그리고 그럴 것이

반복되는 루틴한 생활 속에서 신선한 재미를 찾는다는 건 언감생심이고

더구나 그 일상을 밥벌이로 전부 싸잡을 때는

더 없이 고구마같이 답답한 단어가 되는 것이죠.

 

그나마 돈 벌고 밥 벌어먹는 일상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라는

요즘 세상에서 무료하고 따분하지만

궂은일... 뭐 별스러운 일 없다면

아 그나마 우리의 일상에 치어ㄹㅆ으

다행인 거죠.

위로가 되나요?

 

국어사전에는 없는 일상의 반대말

여행旅行

여행은 그나마 일상의 루틴을 벗어나

별일 있는 순간으로

꾸역꾸역하게 만들어 내는

인간이 만들어낸 획기적이고 창조적인 본능이면서도

달리보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본능적 욕구 불만의 아우성 일 수도 있겠다

생각해 봅니다.

 

하여튼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어딘가 낯선 곳에 있는 것이며

그때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롭고 의미가 있으며

더 나아가 그곳은 잠시 접어둔

내 일상의 모든 것들을

오징어 쭈구리로 만들어 버리는

아주 괴팍하지만

또 그만큼 신선한 공간이 되기도 하죠.

 

이상해요. 가만히 보면

거긴 또 누군가의 지루한 지루한 일상 공간인데 말이죠.

 

결국은요, 마음의 문제입니다.

어떻게 해야 안 보이던 꽃이 보이는 것일까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보는 겁니다.

 

이건 허세에 쩐 과도한 허풍이며, 파랑새이고, 무지개인 건가요?

그나마 반대로

여행에서 일상처럼 지내자는 트렌드는 점차 증가하는데

여행을 아주 일상처럼 한 달 살아보면서

그곳에 정서와 문화를 완전히 소유하고 오는 것이 바로 이겁니다.

 

우리가 다 알듯이

아등 바등!!

저건 꼭 봐야 해하면서

서로 밀치고 사진 몇 장 찍는 그 순간이

수년을 지내고 보면

아무 의미가 없이 기억조차 울림조차 없었다는 걸

사람들은 조금씩 깨닫고 있다는 것이죠.

 

근데 한 달 살기는 아마 여행이라서 가능할 겁니다.

어쨌거나 지겨운 진짜 일상과 단절된 여행이잖아요.

 

그렇다면 우리의 단내 나는 일상도 여행처럼

여행자의 시선을 가져봅시다.

마음먹기 나름인데

일상을 여행처럼

'몇수십년 살기'를 한번 해보는 거죠.

 

여기에 아주 딱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여행자의 시선을 갖는 아주 획기적인 방법

어떻게 해요? 뭐죠? 뭐죠?

그림입니다.

 

~ 고마해요... 또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이런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근데요 정말 기가 막히게 맞다니까요.

그림을 그리면 이상하게 자세히 봅니다.

의미를 찾게되고, 거기에 의미를 갖다 붙이죠.

그게 역사든 개똥 철학이든 사람이든 날씨든 하루의 기록 일기 이든...

맞잖아요. 다들 경험해 보셨죠?

 

관심 없을 것 같은 허름한 시골 기와집이

어느 날 이만~큼 크게 다가옵니다.

편의점 불빛에 라면 먹는 아저씨가

어느 날 갑자기 정겹게 다가옵니다.

그 사람의 집 앞을 비추던 골목길 외등이

왜 이렇게 정겨워요.

반 고흐의 시선이었다면

밤의 테라스 같은 작품 몇 개를 더 만들고 남았을 거예요.

 

아 그래요 맞아요.

고흐도 맨날 다니던 그 일상의 장면을 그렸습니다.

그렇다니까요, 그 평범한 일상에서요.

 

 

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지금 그리는 이 그림

반 고흐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가) 여행자의 시선으로 맞닥뜨린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와

천천히 그 느낌을 켜켜이 해칭으로 그려 봤습니다.

 

나의 일상은

늘 치열한 무채색 같았습니다.

그저 그런 하루를 버겁게 살아내지만

그 버거움을 생의 치열함으로 가장하고 삽니다.

이날도 그렇게 강변북로 위에 있었습니다.

 

서강대교에서 양화대교를 지날 때 쯤 보이는 여의도는

마치 테이블 위에 휴지통(냅킨)처럼 늘 거기 있었고요.

기세만 등등한 대장군처럼 늘어서 있는 빌딩 무리들은

그냥 여기가 여의도 야'라고만 말하고 있는

뭐 이런저런 형용사가 아까운... 나에게는 버거운 시멘트 덩어리였습니다.

 

한껏 내린 소나기가 그치고

퇴근 무렵의 하늘은

아주 순간적으로 눈이 부시게 맑아졌습니다.

 

고은 시인의 내려올 때 와 딱 맞는 순간이었을까요?

서쪽 하늘에 노을이 드리워질 때 쯤, 여의도를 지났습니다.

우아 !!!! 기가 막히네...

너무 이쁜데...”

넘어가는 해의 마지막 타는 빛과

노란 노을을 머금은 빌딩에 토하듯 반사된 빛이

그 순간 내 눈을 눈부시게 했고

그래서 바라본 그 시멘트 덩어리 같았던 여의도의 건물들이

그 순간에 제 눈에는 음악 소리를 표현하는 이퀄라이저 같았고

서점에 겹겹이 쌓아 놓은 책들 같았고

켜켜이, 뭉텅뭉텅 ~ 쌓아져 온 내 인생 같았습니다.

 

아 맞네 맞아.

내 인생이 딱 저 모양의 그래프이고

딱 저만큼의 추억들일 거야...”

 

저게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이라는 정규분포곡선이라면

나는 지금 나이 좀 먹은

오른쪽 하향의 어디쯤이지 않을까 하며

그냥 한번 울적해 봅니다.

 

에이 말도 안 돼, 행복의 가치는 다른 거야.

저게 만약에 함수의 그래프 곡선이라면

난 저기 XY 좌표축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까?

내려갈 일만 남은 위쪽 변곡점도 싫고

올라갈 일만 남은 아래쪽 변곡점도 그건 또 낮은 데 있어서 싫어.

 

헐 ㄹ ㅂ

그냥 일찍선으로 쭉! 가는 건

인생이 아니겠죠.

 

 

평범한 일상에서 개뼉다구 같지만

의미 있었던 의미 부여의 순간

그렇습니다.

그날 막히는 강변북로의 오후 여섯시 삼십분 경

난 식상하기 그지없었던 여의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일상 기억록에 나의 기억으로 간직해 두었습니다.

그렇게 여행자의 시선을 몽글몽글하게

한껏 즐겼던 순간이었습니다.

 

 

여행자의 시선

풀 한 포기 친구 얼굴이 새로운 건

이등병만이 누리는 특권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우리에게 있어야 할

아주 꽤나 든든한 자세가 아닐까요?

 

우리 말이에요.

지금부터 일상의 이 평범하고 소소한 것들에

좀 의미있는 시선을 두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렇게 맨날 내려올 때의 여유만 있겠어요?

그래도 오르는 길에

내려 올일 생각하면 좀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요?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부터 나는 하루 하나의 보이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 보리라.

 

날이 좋아서..

날이 나빠서..

바람이 부니까..

좋은 음악이 귀에 살랑대서

연락 없는 그녀가 흠~~ 미워서

 

그래서 그 순간 아주 찰나에 보이는 것이 있을 때

이걸 그림으로 기록하는 것에 시간을 써 보기로

걸구적 댔고 지저분 했던 다니던 길모퉁이 전봇대에

의미를 부여해 보는 거죠.

 

집에 가는 골목길 어귀의 추억의 문방구

내가 지나가면 개까지던 파란 대문이 인상적인 그 집

그녀와 함께 걸었던 그 골목... 그 외등... 그 불빛 아래

 

이런 몇 장면들이 모이면

어느 순간 내 인생 추억록이 되겠죠.

 

생을 다 하는 날에

어디가 제일 가보고 싶냐는 누군가의 물음이 있다면

난 이 책을 후루룩 넘기면서

생을 되돌아 보는 것을 상상해 봅니다.

 

아직 많이 살 거니까

5만 페이지 정도 되는 일상 여행기...

또는 일상 기억록이 되겠는데요.

 

버킷리스트 하나 생겼습니다.

꼭 완성 시켜야겠어요.

또 하나의 흐뭇한 설렘이 시작됐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자의 시선으로 그림 그리며 산다면

여행 못지않은 일상 속에

설레는 순간은

그리 멀리 있지 않고

비싸지도 않으며

티켓팅이나 숙박 계획을 세우는 번거로움도 없습니다.

 

그냥 여러분이 즐기고 있는 그 순간 !!

바로 그곳입니다 !!

 

들어주시고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