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아픈 부모님을 저 혼자 돌보는데 오빠들에게 화가 납니다. (2024.03.17.)

Buddhastudy 2024. 3. 27. 20:05

 

 

제 질문은 오빠들과의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부모님이 아프셔서 제가 부모님을 돌보는 일을 하기 시작한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오빠들과 사이가 좋았습니다.

6개월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빠들에게 화가 많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화를 내려놓으려고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다시 화를 내게 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편안해지면 좋겠어요.

그들이 저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하지만

지금은 그들과 관계에서 편안한 기분을 갖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돌보는 일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를 돌보는 것은

자연 생태계의 관점에서 볼 때 의무 사항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부모를 돌보는 것을 의무 사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의무를 다하는데

오빠는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하고 화가 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을 헤치는 일은

하면 안 되는 금기사항에 속합니다.

그러나 남을 돕는 일은

하면 좋은 일이지만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사항에 들어갑니다.

 

부모가 어린 자식을 돌보는 것은

자연생태계를 봐도 의무 사항에 해당합니다.

개와 고양이도 자기 새끼를 돌봅니다.

그러나 자연 생태계에서는

새끼가 자라서 성체가 되면

어미든 자식이든 별개의 존재가 됩니다.

 

부모가 늙었다고 해서

자식이 부모를 돌보는 것은 자연현상에서는 없습니다.

성인은 자기 인생을 자기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부모를 돌보거나

어려움에 처한 다른 사람을 돌볼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동물들이 하지 않는 일을 인간은 하기 때문에

이것을 선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선한 일은 권유를 할 수는 있지만

의무사항은 아닙니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거나 부모를 돌보는 것은

하면 좋은 일또는 선한 일이라고 칭찬하지만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쁘다고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질문자는 늙고 병든 부모를 돌보는 좋은 일을 하고 있지만

오빠는 그런 일을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오빠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내가 부모를 돌보고 싶으면 돌보고

돌보고 싶지 않으면 돌보지 않으면 되지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대신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권유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하고 안 하고는 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질문자는

지금 오빠들에 대해

너는 왜 좋은 일을 안 하니? 너는 나쁜 사람이야!’ 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화가 나는 겁니다.

 

좋은 일은 하면 좋고

남에게 권유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하지 않는다고 나쁜 사람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앞에서 본 영상처럼 JTS

원주민들과 장애 아동을 위해 학교를 지었는데

그 일을 위해 기부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기부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것처럼 오빠들도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이렇게 관점을 바꾸어서

오빠들을 미워하지 않으면 화날 일도 없습니다.

오빠에게도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식이 부모를 돌보는 것을 좋게 생각하는 문화를 갖고 있으니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을 자꾸 나쁘게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주위에 대다수의 사람이 교회를 다니면

교회를 안 다니는 사람은 믿음이 없다고 나쁘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교회를 안 다닌다고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화가 나는 이유는

내가 옳다하는 생각을 붙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관점이 서로 다를 뿐이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괜찮을 것 같아요.

더 질문하실 게 있나요?

 

...

 

대화하든 안 하든 그것은 내 자유입니다.

내가 미워하는 마음이 있어서 대화를 안 한다면

내 마음에 찌꺼기가 남아서 내가 불편합니다.

한편으로는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오빠가 부모님을 돌보지 않으니까 대화하기가 싫은 거죠.

 

대화해야 한다’, ‘대화하기 싫다

이 두 가지 마음이 갈등을 하니까

질문자의 마음이 불편한 겁니다.

이것은 오빠의 문제가 아니에요.

질문자에게 두 가지 마음이 있어서

지금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오빠와 대화하든 안 하든 그것은

질문자의 자유이기 때문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여기에서도

형제간에는 대화해야 한다하는 전제가 깔려있는데

현실은 오빠가 얄미우니까 대화하기가 싫은 겁니다.

이런 모순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거예요.

 

우선 오빠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서

오빠를 미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다음에 오빠와 대화하고 안 하고는 질문자의 자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