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가족들한테 끊임없이 신경 쓰다 보니 너무 힘듭니다. (2024.03.25.)

Buddhastudy 2024. 4. 3. 20:04

 

 

저는 50대 주부 직장인으로 타이틀이 다섯 개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남편의 아내, 두 남매의 엄마, 친정아버지의 장녀, 시어머니의 큰며느리

그리고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족들한테 끊임없이 신경 쓰는 저를 보면서

하루하루가 에너지를 뺏기는 것 같고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자녀는 남매가 있는데, 큰딸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간간이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경제적인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결혼에 대해서 좀 물어보면

집을 사기가 어려워 비혼주의로 살겠다고 합니다.

둘째 아들은 취업 준비 중인데 자기 계발이라고 하면서

좋아하는 축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답답합니다.

또 친정아버지는 엄마가 4년 전에 암으로 돌아가시면서 혼자 계세요.

제가 언제쯤 가족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요?//

 

 

. 고민이 많이 되시겠습니다.

생각을 그렇게 하는데 어떻게 고민이 안 되겠어요?

 

저도 고민을 한 번 얘기해 볼까요?

지금 나이가 일흔둘인데

절에서 사니까 아직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돼요.

아침에 일어나면 108배 해야지

이렇게 즉문즉설 해달라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지

외국에서도 강의해 달라고 하지

깊은 산속으로 강을 건너 답사하러 다녀야지

이렇게 고민을 얘기하면 끝이 없어요.

 

누가 그렇게 살라 그랬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으면 스님 생활을 그만두면 되잖아요.

그러면 또

지금까지 스님 생활밖에 안 했는데 앞으로 뭐해요?’라고 말할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의 사고방식으로는 죽을 때까지

그렇게 근심 걱정하다가 죽을 수밖에 없겠어요.

달리 방법이 없고 백약이 무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세상의 추세가 젊은이들의 경우

결혼을 절반 정도밖에 안 합니다.

결혼을 안 하고 사는 경우가

옛날에는 스님이나 수녀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일반인들의 보편적인 추세가 되었어요.

 

어쩌다가 한 명 정도 결혼을 안 해야 걱정을 하는데,

가까운 미래에는 결혼을 안 한 사람이 다수가 될 겁니다.

유럽에서는 동거를 하지만

혼인신고는 안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두 사람이 같이 살면 결혼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혼인신고를 해야 결혼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지금 유럽에서는 동거하는 사람들이

혼인신고를 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자녀도 낳습니다.

자녀로 등록하기 위해서 혼인신고를 해야 되느냐의 여부는

이미 아무 관계가 없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딸이 결혼해서 사는데 혼인신고를 안 했으니

나중에 헤어지면 어떡하나이런 걱정을 합니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면

이 세상 모든 게 다 걱정거리가 돼요.

 

생각을 이렇게 바꿔보세요.

우리 아들은 고등학교를 잘 졸업하고 대학에도 잘 갔다.

스무 살이 넘어서 성년이 되었으니까

이래 살든 저래 살든 이제 너의 인생이니 알아서 살아라.’

 

우리 딸은 벌써 회사 취직까지 했다.

너야 잘 살든 못 살든, 결혼을 하든 안 하든, 그건 네가 알아서 할 일이다.’

 

오히려 엄마한테 와서 결혼이 어쩌고 하면

그건 네 인생이다하고 말해야 합니다.

돈이 없어서 어쩌고 하면

엄마는 네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교육을 시켜주었으니

이미 책무에서 다 벗어났다.

앞으로는 네가 알아서 해라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죽습니다.

부모님 중에 한 분이 돌아가시면 장례를 치러드리면 됩니다.

직장도 계속 다니면 됩니다.

옛날에는 결혼한 여자를 직장에서 안 받아주었는데

요즘에는 받아주니 고맙잖아요.

주부도 하랴, 엄마도 하랴, 직장도 다니랴,

그런 얘기는 내가 굉장히 고생이 많다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스스로 자꾸 갖다 붙여 만드는 핑곗거리에 불과합니다.

 

아직 나이 육십도 안 됐겠다, 건강하겠다, 직장 있겠다, 애들 다 컸겠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천하에 내가 걱정할 게 없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됩니다.

 

그런데도 온갖 역할이라고 갖다 붙여서는

K며느리, K시어머니 하는 말들을 갖다 붙이는데

제가 보기에는 일부러 괴롭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여요.

 

내가 괴로운 원인을 열 개, 스무 개를 찾아서

저한테 와서 질문을 하는데

저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괴롭고 싶다는 얘기이지? 그러면 괴로워해라이렇게 대답합니다.

그것은 괴로워할 일이 아니에요.

그냥 꿈속에서 악몽을 꾸듯이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걱정 안 해도 되는 걸 걱정하고 있는 겁니다.

 

...

 

간단하게 생각이 안 되면 그렇게 복잡하게 사세요.

어떤 사람은 복잡하게 사는 게 잘 안 되어서

간단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간단하게 사는 게 잘 안 되어서

복잡하게 사는 사람도 있거든요.

무겁게 살고 싶어도 그게 안 되어서 가볍게 사는 사람도 있고

가볍게 살고 싶은데 그게 안 되어서 무겁게 사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질문자가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

 

꼭 간단하게 사는 게 좋은가요?

복잡하게 살아도 괜찮아요.

한 가지 일을 8시간 동안 하는 사람이 있고

8시간 동안 다섯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은 저한테

스님, 매일 똑같은 일이 너무 지루하고 힘듭니다하고 말합니다.

다섯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은

스님, 너무너무 힘듭니다. 하루에도 다섯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하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러면 저는 질문에 대해 답을 하지 않고

당신은 하루에 몇 시간 일을 합니까?’ 하고 묻습니다.

그러면 두 사람 모두 ‘8시간이라고 말합니다.

 

한 가지 일을 8시간 동안 하나

다섯 가지 일을 8시간 동안 하나

똑같이 8시간 동안 일하는 거잖아요.

 

밥 먹을 때 젓가락질만 스무 번 하나

숟가락질만 스무 번 하나

젓가락질과 숟가락질을 합쳐서 스무 번 하나

무슨 차이가 있어요?

모두 같은 시간 동안에 하는 일이잖아요.

 

예를 들어

스님에게 즉문즉설을 하려면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안 하고

전부 다른 질문들을 해서 힘들어요하고 대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같은 질문을 하나, 다른 질문을 하나

어쨌든 두 시간 안에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도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은 복잡해서 힘들다고 하고

한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은 단순해서 지루하다고 해요.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한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은 익숙해서 쉽지 않아요?

똑같은 일을 하니까 익숙하잖아요.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은 재미있지 않아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같은 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여행을 갈 때는 여러 번 가본 곳보다

처음 가보는 곳이 좋잖아요.

그런데 왜 사람은 처음 만나는 사람보다는

여러 번 만나는 사람이 좋아요?

 

일도 여러 번 해본 일보다는

처음 하는 게 좋잖아요.

구경은 처음 하는 것을 좋아하면서

일은 왜 처음 하는 걸 싫어해요?

 

구경하듯이 일도 배우면 되잖아요.

사람도 처음 만나면 새로운 사람을 사귈 수 있잖아요.

같은 일을 여러 번 하면 익숙해서 좋잖아요.

길도 아는 길을 가면 익숙해서 좋고

사람도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익숙해서 좋잖아요.

같은 일을 반복하면 익숙해서 좋고, 새로운 일은 배워서 좋고,

이렇게 생각하면 자유롭게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처음 하는 일은 처음이라 어렵고,

반복하는 일은 지루해서 싫고

이렇게 자꾸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자꾸 인생이 복잡해지는 거예요.

 

음식은 처음 먹는 것보다는 자주 먹던 음식이 좋잖아요.

또 어떤 반찬은 처음 먹어서 좋잖아요.

처음 먹을 때는 새로운 맛을 봐서 좋고

늘 먹던 것은 소화가 잘 되어서 좋고

이렇게 어떤 상황에서도 늘 좋은 점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부정적으로 사고하면

항상 부정적인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인생이 힘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긍정적인 것을 찾아보세요.

 

사물에는 항상 이런 면도 있고 좋은 면도 있어요.

그래서 사물을 볼 때는

항상 긍정적인 면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항상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살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하느라 힘들지 않아요?’ 이렇게 물으면

그게 뭐가 힘들어요? 이것저것 하니까 재미있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삶이 저절로 가벼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