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09)

즉문즉설_법륜스님(제162회) 아버지의 수발

Buddhastudy 2011. 6. 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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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이 빚쟁이한테 시달리고, 병도 나고, 그래서 빚쟁이한테 아버지대신 빌기도 하고 병수발도 하고, 경찰서 법원출입도 하고 하니까. 힘들겠죠. 제가 생각해도 힘들겠어요. 그런데 어떻게 하겠어요. 이게 나한테 주어진 일인데. 그럼 아버지하고 나하고 누가 더 힘들겠나?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빚쟁이에게 시달리고 경찰에 불려 다니는 사람이 힘들겠나? 그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힘들겠나? 물론 도와주는 게 더 힘들 거 같죠?

 

제가 아는 분 중에는 그런 분이 계셨어요. 남편이 풍을 맞아서 거동을 잘 못하고 대소변도 받아내고 그렇게 집에 몇 년간 누워있는데. 경제력이 없으니까. 아내가 밖에 가서 이런저런 일을 해서 집안도 꾸리고 또 남편 병수발도 하고 이렇게 살아가는데. 정말 힘들어 죽겠는데. 거기다 대놓고 남편이 좀만 늦게 들어오면 늦게 들어온다고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내고 뭘 집어 던지고. 그러니까 못살겠다는 거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 이렇게 얘기하는 거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정말 힘듭니까? . 남편이 당신한테 짜증을 낸다고 하는데 당신이 생각할 때는 남편하고 당신하고 누가 더 힘들 거 같아요? 자기가 변을 놔놓고 그걸 못 치워가지고 뭉개고 누워있는 사람이 힘들겠어요? 그걸 치우는 사람이 힘들겠어요? 자기가 오줌을 눠놓고 그 기저귀를 못가는 사람이 힘들겠어요? 기저귀 갈아주는 사람이 힘들겠어요? 변을 깔아뭉개고 하루 종일 누워서 그거 치워줄 사람, 기다리는 사람이 힘들겠어요? 밖에 장사하는 사람이 힘들겠어요? 누가 힘들겠어요?남편이 더 힘들겠습니다.

 

힘든 사람이 짜증내겠어요? 덜 힘든 사람이 짜증내겠어요? 힘든 사람이 짜증내겠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생각할 때는 남편이 왜 짜증을 내느냐? 내가 다 가서 책임지고 병수발하고 하는데. 짜증을 내도 내가 내지. 자기는 가만 누워있으면서 자기가 왜 큰소리 치냐 이거야. 그러나 잘 살펴보면 그 보살핌을 받는 남편이 더 힘들다. 그러니까 남편이 짜증내는 게 진리다. 그게 당연하다 이 말이오. 만약에 그게 싫으면 그럼 입장을 바꿔서 해본다면 어느 게 낫겠어요?

 

여러분들 병원에 누워서 대소변을 깔아뭉개고 누워있는 게 낫겠어요? 그거 치워주는 사람이 되는 게 낫겠어요?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자기만 생각하면 항상 괴롭고 불만이 태산 같은데.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자기가 처한 조건이 참 좋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만약에 당신이 지금 이렇게 도망을 가서 이런 남편을 두고 도망을 가서 얼마 있다 남편이 죽었다 하면 당신 후회되겠소? 안 되겠소? 후회되겠습니다. 당신 아이들 보기 민망하겠소? 안하겠소? 민망합니다. 일가친척 가족보기는 어떻겠어? 지 혼자 살라고 도망을 갔다.

 

그러니까 지금 잠시 내 눈앞에 보이는 이 어려움을 피하려고 하다가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삽니다. 그러니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누워있는 사람이 더 힘들다는 것을 생각을 해서 짜증을 내더라도 아이고 제가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그 대소변을 깔아뭉개고 있기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이러면서 오히려 사과를 하면서 병수발을 하십시오. 그렇게 해서 명이 다하면 그때 당신 자유로워집니다. 애들 보는 앞에서도 재혼을 해도 떳떳하다 이거야. 스님이 되도 떳떳하고. 혼자 살아도 떳떳하고. 일가친척 누구 보는 데서도 누구도 나한테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니 기도를 이렇게 하십시오. 아이고 누워있는 당신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이렇게만 기도라 하라고. 그래서 그 분이 그 얘기 듣고 마음을 딱 바꾸어 가지고 그렇게 했어요. 늘 신세타령하던 분이 밖에 가서 노동을 이것저것 하면서도 즐겁게 하고, 가능하면 일찍 들어가고, 일 때문에 늦게 들어가면 가서 사과부터하고. 누워있는 사람은 왜 늦게 들어왔는지 알 수 있어요? 몰라요? 몰라. 놀고 들어왔는지, 일하다 들어왔는지, 그건 모른다 말이오. 누워있는 사람은. 누워있는 사람은 몇 시까지 들어오느냐? 안 들어오느냐? 이것만 생각하지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란 말이오.

 

그래서 그 분은 그 이후에 자유로워지셨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거는 지금 연세도 드시고 병도 나시고, 이러는데. 만약에 지금 귀찮다고 팽개치고 외면했다가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외면했다가 일 년 후든, 이 년 후든 아버님 돌아갔다는 얘기 들으면 마음에 걸리겠어요? 안 걸리겠어요? 걸리겠죠. 그래서 부모 돌아가시면 불효자식이 더 많이 우는 거요. 그래서 공연히 그 감당을 못하니까. 묘를 크게 쓴다든지. 제를 크게 지낸다든지. 이런 식으로 문제를 푼다 이거요. 그러니까 죽은 뒤에 진수성찬을 차리는 것보다 살아계실 때 물 한 그릇이라도 제대로 떠다드리는 게 효도다.

 

그러니 살아계실 때 할 수 있을 만큼 하고. 돌아가신 뒤에는 장례도 안 치러도 좋고, 무덤에 안가도 좋고, 제사를 안지내도 좋고. 하니까. 그거는 지금 외면하는 자식들한테 맡기고. 외면한 자식들이 장례치를 때는 또 다 모여서 성대하게 치르자고 합니다. 그러니까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버지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거요.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아버지보다 힘들겠어요? 그리고 또 자식이 이런 어려움에 처하면 부모는 자식대신 빚쟁이한테 빌어줍니까? 안 빌어 줍니까? 빌어주죠. 경찰서 다니고, 뭐 법원에 다니고, 병원에 다니고, 수발하고.

 

부모는 자식한테 빚진 게 없는데도 그렇게 잘하는데. 자식은 아무래도 부모에게 빚진 게 있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형제가 하느냐? 안하느냐? 이건 따질 필요가 없어요. 안하는 건 그들의 문제고 이걸 나누려고 하면 안 돼. 부모가 유산을 나한테 너만 준다 하고 주면 어떻겠어요? 아닙니다. 나눠 갖겠습니다. 이런 사람 있어요? 빚은 너만 준다 하면 아닙니다. 나눠 가져야 됩니다. 이래. 빚을 복이라고 생각하고 저한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하는데 까지 하세요.

 

어차피 내가 못하는 일은 못한다. 내가 대신 빚을 갚아 줄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그 빚쟁이한테 그저 고개 숙이고 빌면 되잖아. 또 빚 준 사람은 답답겠어요? 안 답답겠어요? 답답겠죠. 그러니까 본인한테 안 되니까 아들한테 딸한테 가서도 막 성을 내야 될 거 아니오. 화풀이를 좀 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저한테 화풀이 좀 하십시오. 이렇게. 그런 마음으로 좀 빌기도 하고. 하는데 까지 해 주십시오. 그런데 이럴 때 문제는 내가 다한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 돼요.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세상 사람이 바란다고 내가 다 해줄 수도 없다.

 

내가 하는 만큼만 하면 되요. 괴로워하지 말고. 다 할라니까 힘에 부치는 거요. 하는 만큼만 하고 못 할 때는 내가 어떻게 다하느냐? 이렇게 하지 말고. 죄송합니다. 이렇게. 죄송하다 하고. 이런 마음으로 하면 그렇게 오래 하지 않고. 해탈할 길이 열린다. 정말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런 것이 좋다. 잘못을 저질러 놓으면 눈을 감고 있을 때는 괜찮은데. 이래 와서 좋은 법문 들으면 잘못한 게 또 되새겨지면서 또 양심의 가책을 받고 그래요. 어디를 가서든지 법문을 떳떳이 들을 수 있으려면 자기가 할 수 있는데 까지 하는 게 좋다.

 

그래서 이렇게 기도하세요. 아버님 감사합니다. 저를 낳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버님께서 안 낳아 주셨으면 제가 어떻게 이 밝은 천지를 보고 이렇게 살 수 있었겠습니까? 정말 고맙습니다. 요렇게만 기도하세요. 하겠다 말겠다 이런 생각은 하지 말고. 그저 감사합니다. 이렇게만 기도를 하면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여기까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