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조용히 인사이동을 신청했습니다.
부서 이동 후 잘 적응했고, 직접 계획한 신규 사업도 대박이 났습니다.
그랬더니 갓 승진하셔서 새로 부임한 부장님이
전 부장님과 똑같은 스타일로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기획한 사업도 윗분들이 부러울 정도로 잘 됐지만 진행을 보류시켰습니다.
이직이나 퇴사 혹은 버티기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문제를 회피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이런 조직에서는 벗어나는 게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나는 다른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 얘기를 들어보면 어때요?
그 사람은 아마 질문자가 문제라고 할 겁니다.
신입 사원이 처음 회사에 들어가면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기존에 있던 근무자들은
신입 사원의 성격이 좀 까다롭다고 평가해요.
이렇게 서로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세상에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부부지간에도 갈등이 생기고, 형제지간에도 갈등이 생기고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도 갈등이 생기고
여야 정치에도 갈등이 생기고, 남북 간에도 갈등이 생기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도 갈등이 생깁니다.
갈등이 계속 커지다 보면 상대를 악마화하게 됩니다.
‘나쁜 놈이다’, ‘저런 인간은 죽여도 된다’
이렇게 해서 전쟁이 일어나는 거예요.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죽이는 것을 정당화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하루에 죽는 사람이 매일 1,500명씩 발생한다고 해요.
또 이스라엘의 가자지역 폭격이나 레바논 폭격, 시리아 폭격은
무차별로 사람들을 학살했습니다.
군인이 어떤 건물에 숨으면
그 건물에 어린아이가 있든지, 여성이 있든지, 노인이 있든지 가리지 않고 폭격해서
그 건물에 있는 사람을 다 죽여 버려요.
거기에 게릴라가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 행동을 합리화합니다.
이렇게 해서 지금 세상이 혼란스러운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상황을 볼 때
너무 내 입장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나 혼자 사는 것이라면 괜찮아요.
하지만 남과 같이 살 때는
내가 보는 관점과 상대가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항상 ‘상대가 틀렸다’ 하는 관점이 아닌
‘상대는 나와 다르다’ 하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과 갈등이 생겼을 때는
나와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는 확률이 반반이에요.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나에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수행 삼아서 그 사람을 좀 좋게 보고 넘어가 보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런데 한 사람과 갈등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과 갈등이 생긴다면
나에게 문제가 있을 확률이 75퍼센트로 올라갑니다.
만약 직장에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 세 사람이나 있다면
이제는 나에게 문제가 있을 확률이
대략 90퍼센트라고 봐야 합니다.
그것처럼 처음 부서에서 일을 하다가 문제가 생겼다면
그럴 때는 그 부서의 문제인지 내 문제인지 확률은 반반입니다.
그러나 부서를 옮겼는데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을 확률은 50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줄어듭니다.
반대로 나에게 문제가 있을 확률은 50퍼센트에서 75퍼센트로 늘어나게 됩니다.
만약 한 번 더 부서 이동을 했는데
거기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때는 나에게 문제가 있을 확률이 8분의 7이 됩니다.
약 87.5퍼센트가 되는 거예요.
이건 스님이 단순히 하는 말이 아니고
수학적 확률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질문자는 부서 이동을 한 번 해본 것이니까
직장을 그만두느니 안 두느니 하는 고민을 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지금은 나에게 문제가 있을 확률이 조금 높아졌기 때문에,
질문자가 한번 현재의 상황을 수용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억울해하지 말고 그냥 ‘알았습니다’ 이렇게 수용을 해보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 상황을 한번 넘어가 보는 거예요.
만약 또 부서 이동을 했는데
그곳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는 어떻게 하겠어요?
이런 일이 부처님 당시에도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어떤 나라에 갔는데
그 나라에서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법문을 못 듣게 금지를 했어요.
부처님과 제자들이 걸식을 나가도 사람들이
음식 공양을 못하게 했어요.
부처님 같은 분도 이런 일을 당했습니다.
그때 아난존자가 부처님께 이렇게 말했어요.
‘부처님, 사람들이 우리를 환영하지 않으니 다른 나라로 가시지요.’
당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처님을 존경하고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환영했어요.
그러니 이렇게 환영받지 못하는 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난존자의 생각이었어요.
아난존자의 생각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취하는 삶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아난존자에게 물으셨어요.
‘아난다여,
만일 다른 나라에 갔는데
그 나라에서도 우리를 환영하지 않고 배척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러면 또 다른 나라로 가면 됩니다.’
‘그 나라에서도 혹시 환영하지 않고 배척하면 어떡하겠느냐?’
‘그러면 다시 다른 나라로 가면 됩니다.’
아난존자가 이렇게 답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난다여, 너는 무엇을 잘못해서 그렇게 쫓겨 다니느냐.’
부처님은 아난존자에게
‘그들의 행위에 구애받지 마라. 그것이 진정한 자유다’ 하는 말씀을 하신 거예요.
내가 보기 싫어서 옮겨 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쫓겨 다니는 것과 같다는 말씀을 하신 겁니다.
이렇듯 내가 진정으로 내 인생의 주인이라면
그냥 웃으면서 한 번 있어보는 거예요.
처음 문제가 생겼을 때
한번 직장을 옮겨서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직장을 옮겨서 잘 해결된 것 같았는데
그 직장에서 또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다시 직장을 옮기거나 그만두어야 해요.
그런데 다른 직장으로 옮겨서도 또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겠느냐는 거예요.
그러니 이번에는 그냥 한번 지켜보는 겁니다.
그들의 비판을 한번 받아들여 보는 거예요.
내 주장을 하지 말고, 상대가 내 기획을 보류했다면
‘예, 알겠습니다’ 하고 수용해 보는 겁니다.
내가 보기에 좋은 제안을 했지만 상대가 거절한다면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한번 해보는 거예요.
‘왜 좋은 아이디어를 실행 안 합니까?’ 하고 문제 제기를 하지 말고요.
항상 그래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번에는 한번 그렇게 받아들여 보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한번 보세요.
그래야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괴로워하지 않고 능히 그것을 받아낼 수가 있습니다.
진정한 자유란
인간관계에서 이런 갈등이 안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갈등이 생기더라도
그에 대해 크게 구애받지 않을 때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직장은 위계질서가 있는 곳이잖아요.
합리적이냐 불합리적이냐를 떠나서
어쨌든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는 구조인데
제가 그 구조에 잘 안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직장을 나가 프리랜서를 하거나
혼자 일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어요.)
직장이라고 반드시 윗사람의 명령을 들어야만 되는 것은 아니에요.
문제 제기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직장에 들어가서 처음 그 사람을 만났는데
첫 만남 때부터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 번 받아주고, 두 번까지도 받아주고, 세 번째에 문제 제기를 했을 때
내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거든요.
‘당신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난번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이러는 것은 조금 과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문제 제기를 해야
내 주장에 설득력이 생깁니다.
(제가 사실 거의 2년 동안 참았습니다.
두세 번 제안을 거절당한 다음에
조용히 인사이동을 신청해서 부서 이동을 하게 된 겁니다.)
/내가 참았다는 말은 내가 옳다는 얘기예요.
그러니까 힘이 드는 거예요.
내가 옳은 것이 아니라
상대와 내가 서로 다른 거예요./
예를 들어,
나는 상대가 싫지만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틀린 게 아니고
다만 그 사람의 감정이 내 감정과 다른 것입니다.
질문자가 회사에 2년 동안 있으면서
여러 번 제안을 했고, 거절을 당해서 부서 이동을 신청한 것은 잘한 일이에요.
그러나 새로운 부서에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예전 부서에서와 똑같은 일이 생겼다고 해서
본인이 이런 사회에 맞지 않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요.
아직 두 번밖에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내가 잘못했는지 상대가 잘못했는지
아직 결론을 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한번 상대를 수용해 보라는 거예요.
나를 돌아보면서 상대가 뭐라고 하든 그냥
‘알겠습니다’ 하고 한번 해보라는 겁니다.
그렇게 몇 번을 거듭했는데도 여전히 회사와 안 맞다면
그때는 그만둬도 돼요.
질문자는 아직 사회 초년생이잖아요?
그러니 수행을 하는 차원에서 최소한 3년은 더 해보면 좋겠습니다.
만약 신체적으로 괴롭히거나 폭력을 행사한다면
고발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면서
‘쟤는 잘못 건드리면 고발하는 애다’ 이렇게 말하는 정도라면
그 정도는 감내할 만합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질문자에게 더 조심스럽게 행동할 테니까 좋은 일이지요.
만약 어떤 오해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시간이 조금 지나면 풀릴 수도 있는 문제예요.
그래서 지금 회사를 그만두는 결정을 하는 건
질문자가 나중에 지금을 돌아보았을 때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제가 보기에 질문자의 심리 상태가 지금은 좀 위축되어 있어요.
약간은 대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이 회사에 대해 반발심이 생기지 않을 때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좋든 싫든 그만두는 것은 나의 자유예요.
그러나 그만두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노력을 해보고 그만두어야
나중에 후회가 적습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보지 않고 그만둬 버리면
나중에 ‘그때 조금 더 견디어 볼 걸’, ‘그때 이렇게 해볼 걸’ 하고
후회를 하게 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가 말한 일은
회사를 그만둘 정도의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만약 본인이 심리적으로 좀 힘들다면
오히려 심리 치료를 받으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
조금 무던한 마음을 갖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직장 상사가
막 트집을 잡아서 화가 날 때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왜 트집이라고 생각해요?
상대는 지적을 해주는 것입니다.
상대가 내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트집이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생각이에요.
지적을 하면
‘알겠습니다. 고치겠습니다’
이렇게 받아들이면 돼요.
....
그렇게 생각하면 질문자는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결혼생활도 어렵고요.
상대방이란 언제든지 내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어요.
(스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분의 어떤 면을 보고
‘저 사람은 문제 있다’ 이렇게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게 다 그렇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잘 알아들었네요.
그 사람이 열 마디 말을 하면
나는 ‘네’ 하고 한 마디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의 입이 아프지 내 입이 아프지 않잖아요.
그렇게 간단하게 대답하면 끝나는데
말을 많이 하면서 변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 나를 못 믿나’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거울에 물건이 비치듯이
그냥 상대가 말하는 대로 한번 대꾸를 해보세요.
그 사람이 나를 화나게 만든다고 생각하면
질문자만 손해예요.
지금 질문자는 본인이 괴롭기 때문에
회사를 포기할 생각을 하고 있잖아요.
질문자는 직장 상사에게 밀리고 있는 겁니다.
자기 고집을 부리니까 밀리는 거예요.
자기 고집을 버리고, 그냥 상대가 말하면
그대로 대꾸하면 돼요.
보류하겠다면
‘알겠습니다. 뭘 고칠까요?’ 하고 물어보고,
새로 작성해 오라고 하면
‘알겠습니다’ 하고 새로 작성해 가면 돼요.
수행 삼아 이렇게 한번 해보라는 겁니다.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야
앞으로 사회생활도 할 수 있고
결혼생활도 원만하게 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자기 생각만 고집하면
앞으로 여러 인간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꼭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남의 눈의 티끌을 보고, 파고들 듯이 따지는 것은
인생살이를 굉장히 피곤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질문자는
‘이런 상사와도 한번 같이 잘 지내본다’ 하는
목표를 갖고 지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행 삼아 그렇게 해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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