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거쳐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이 전화 통화만 한 것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지지율이 20% 대로 추락한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한중관계, 대북관계 등 외교 안보 전략을 어떻게 진단하시는지요?
또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10%에서 20%로 높아졌다는 뜻이지
지금 당장 전쟁이 일어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긴장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거예요.
여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중립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확실하게 자기편에 서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안보는 미국과 관계를 돈독히 하고,
경제는 중국과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인구가 14억인 데다
여러 가지로 우리나라와 상호 보완적인 면이 많아서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국익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런 기조 속에서 한중관계는
최근 20년간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그런데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은 우리에게 확실하게 미국 편에 서서
안보적으로 중국에 반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미국이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에 가입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한국 독자로 협력은 하겠지만
한미일 협력 체제에서는 발을 빼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미국으로 기울어져 중국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났을 때 미국은
‘누가 친구인가? 미국은 확실하게 한국 편을 들어주지 않느냐?
중국은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한다면서
한국 편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것 아니냐?’라고 압박을 가했어요.
박근혜 정부는 초기에는 중국에 좀 기울었습니다.
그래서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박 대통령이 초대되어
중국 지도부와 함께 천안문에 올라가
중국 인민해방군의 사열을 받는 대우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미국이 엄청나게 불편한 기색을 보였고
결국 박 정부 말기에는 미국에 편향되어
사드 배치를 단행했고 중국과 갈등이 심화됐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지 않겠으니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면서
중국을 달래고 무마했지요.
그러나 미국 트럼프 정부가 바이든 정부로 바뀌면서
문재인 정부 말기에는
미국과 밀착해서 안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현 윤석렬 정부는 더 분명하게 미국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러시아를 자극하고 대만 문제를 거론해 중국까지 자극하는 등
한미동맹,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한발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결과 중국과의 갈등은 점점 심해질 위험에 처해 있었습니다.
둘째,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경제 제재를 풀기 위해 미국과 직접 협상하려 했지만
진전이 없었어요.
그래서 살길을 찾기 위해
그동안 소원하게 지낸 러시아에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틈을 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복구하는 데 북한 노동자를 보내거나
남한이 월남 파병을 보냈듯이 의용군을 보낼 의향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한미동맹과 같은 군사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요.
그동안 북한은 어떤 나라와도 군사동맹을 맺지 않고 자주적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남한을 보고는 한미동맹을 맺어
미국의 하수인 노릇을 한다고 비난을 했죠.
그런 북한도 군사동맹을 맺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또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점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에요.
사방이 봉쇄되고 뚫려 있는 곳은 중국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도 그동안 북한에 대해 봉쇄 조치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가 충돌하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유엔제재를 위반하더라도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 제재에 반대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제재가 다시 허술해질 위험이 있어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동맹이나 협력관계를 강화하게 되면
한반도는 남북갈등 뿐만 아니라
미·일, 중·러의 주변 강대국 편 가르기에 휩쓸리게 됩니다.
이렇게 한반도가 국제적인 세력 충돌의 최전선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셋째, 대만해협에서 긴장도 고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만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해서 주한미군이 참전하면
중국은 사전 방어를 명목으로 주한미군을 공격할 수 있겠죠?
한국에 주둔하던 미군을 대만에 파병했으니까
중국은 한국을 공격할 수 있고
그러면 우리도 중국에 맞대응할 수밖에 없게 되어
한중간에도 군사 분쟁이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만약 북한이 작은 도발이라도 하면
상부의 허락을 일일이 기다리지 말고
현장에서 바로 맞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지금 제일 위험한 행동은 북한에 전단을 날리는 겁니다.
전단에 북한을 비난하거나 남한을 선전하는 내용을 적어서 날리는데요
북한은 그 전단에 코로나바이러스 균을 넣어서 보냈기 때문에
북한에 코로나가 확산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 말에는 엄청난 의미가 있어요.
만약 이 행동을 계속한다면 보내는 지점을 타격하겠다는 겁니다.
그럼, 우리나라도 즉각 받아쳐서
북한의 발사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통령이 사전에 승인을 해둔 것입니다.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국지전이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거예요.
이처럼 한반도는
국제적으로 패권 충돌의 최전선이 되어 점점 압박받을 뿐만 아니라
남북 간에도 사소한 마찰이 포격전으로 비화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태입니다.
아무리 국방을 튼튼히 하고 첨단 신무기를 수입해 와도
막상 전쟁이 나면 이길지는 몰라도 피해는 엄청나게 클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나지 않잖아요.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으면 장기전이 되고
수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에서도 전쟁의 위험이 고조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건 아니지만, 갈수록 위험이 커지고 있어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왔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은 건
제가 볼 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중요 정치인이 방한했으니
한미동맹 차원에서 만나서 접대하는 건 의미가 있지요.
만나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는
대통령이 휴가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통령도 휴가 중에는 아무도 안 만납니다.
만나지 않으려면 얼마든지 핑계를 댈 수 있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대만을 방문한 후에
방한한 낸시 펠로시 의장을 윤 대통령이 만나면
아무래도 나빠지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가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 통화만 해서
미국에도 섭섭하지 않도록 하고
중국도 너무 자극하지 않았다는 면에서
크게 나쁘지 않은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보수세력은 펠로시 의장이 왔는데
왜 안 만났느냐고 대통령을 비판하고
야당은 만나지 않은 것이 ‘신의 한 수’라며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양쪽 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태도가 다른 거예요.
제가 볼 때는 만나도 안 만나도 괜찮은데, 전화 통화가 적절했다고 봅니다.
현재 남북관계, 한중관계, 한미관계에 관해 이야기했는데요
현 정부는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겠다고 하는데
한미관계는 이미 돈독합니다.
미국은 한미관계를 넘어 한미일 동맹에 적극 참여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군사협력을 하라는 거예요.
한일관계가 안 좋으니까
미국이 한국, 일본과 따로따로 논의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중국은 한미동맹은 용납하지만
한국이 일본과 군사협력을 맺는 것은 매우 경계하고 있어요.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식민 지배를 한 일본과 군사협력을 하면 명분이 덜 서지요.
친일 세력이 하는 짓이라는 비판을 받기 쉽고
여전히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일본과 군사동맹을 체결해 대북 제재에 협력한다고 하면
보수세력은 지지하더라도 진보세력은 용납하지 못할 거예요.
미국에게 우리 처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이 군사적으로 협력하면 좋겠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이 머뭇거리고 있으니까
일본을 동아시아의 주요 협력 파트너로 삼으려고 하고 있어요.
한국은 중국 문제에 대해 망설이지만
일본은 중국과 경쟁하기 때문에
미국 입장을 더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미국으로서는 한국보다 일본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지요.
보수세력은 미국 말을 듣지 않으면 낙동강 오리알이 될 거라며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일본과 군사협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이 터무니없는 건 아니에요.
세계 패권 경쟁에서 어디에 줄을 설 것인가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과거 원과 명의 세력 교체기에
고려는 원의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을 하면서 명나라를 지지하고 결국 왕조가 바뀌었어요.
그때는 명이 이겼으니 결과적으로 잘된 거죠.
조선 중기 명청 교체기에 명나라와의 우호 관계에 치중한 나머지
줄을 잘못 서 청과 적대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병자호란을 초래했고 조선은 청의 속국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조선말, 일본과 청이 경쟁할 때는
조선은 청의 속국이었기 때문에
기득권 세력은 청에 줄을 서고, 개화 세력은 일본에 줄을 서서 서로 싸웠습니다.
결국 일본이 청을 이기게 되니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때도 줄을 잘 못 선 격이죠.
만약 일본이 패망할 시기에
우리가 세계정세를 확실하게 읽고 일본에 격렬히 저항했다면
8·15 해방 후에 대한민국은 바로 독립 국가가 되었을 겁니다.
우리는 해외에서 싸웠지만
미국이나 소련이 주목할 정도로 항쟁하지 못했어요.
결국 미국과 소련이 남북을 분단하고
자기 관할 아래 각각 자기 세력을 내세워 두 개의 정부를 세웠고
지금까지 분단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미국에 줄을 섰다가 중국에 당할지
미국에 줄 서는 것을 망설이다 오히려 중국이 망할 때 불이익을 당할지
예측하기 어렵죠.
보수세력은 기존의 줄을 중시하고
진보세력은 눈치를 보면서 한쪽에만 줄을 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양쪽 다 일리가 있습니다.
어디로 줄을 서는 것이 유리한지는
앞으로의 미·중 패권에서 누가 우위에 서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중국이 세계 패권을 잡고 미국이 밀리면
미국에 줄을 선 남한이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고
북한이 새롭게 부상하게 되는 일도 생기게 되죠.
북한이 소련에 줄을 섰다가 소련이 망하자 어려움을 겪게 되었잖아요?
우리는 미국에 줄을 섰다가 미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하니까
덩달아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의 노력도 있지만 줄을 잘 선 탓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보세력의 주장은 정의로울지 모르나
지난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줄을 잘못 설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일률적으로 어느 것이 옳다고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진보와 보수,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국민 모두 머리를 맞대고 역할 분담을 해야 합니다.
내가 미국에 가깝다면 미국 쪽에 줄을 서기보다
미국을 설득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친중 세력은 중국을 설득하고,
친북세력은 북한을 설득하고,
친일 세력은 일본을 설득한다면
친미, 친중, 친일, 친북 등 무엇을 해도 다 좋겠지요.
그런데 미국에 줄을 서서 국내 정권을 잡으려 하고
일본에 줄을 서서 국내 정권을 잡으려 하고
북한에 줄을 서서 자기 이득을 보려고 하고
중국에 줄을 서서 자기 이익을 챙기려 하면
나라가 분열됩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외세와 결탁하면
결국 나라가 망하게 됩니다.
일본하고 친한가 중국하고 친한가를 문제 삼으면 안 돼요.
그 관계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이냐는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친중 정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는 오히려 미국과 이견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매우 친밀했어요.
그래도 미국의 요구보다 앞서 나가지는 않았습니다.
현 정부는 친미반중의 태도가
국내 보수세력의 지지를 받는 데는 좋을지 몰라도
국가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방식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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