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초반 세계 경제의 양대 산맥이었던 영국과 중국
이 둘은 많은 차이가 있었는데, 중국의 최고 강점은 인력!
4억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인구로 1인당 소득이 서양에 비해 낮을지는 몰라도 거대한 시장과 군대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반면, 영국은 1인당 생산성이 매우 높았고 해군이 매우 강했는데요, 그러나 경제력과 군사력 면에서 영국은 중국보다 한 수 아래였습니다.
중국을 견제한 영국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습니다.
인도와 싱가포르 등 중국으로 가는 길에 식량과 보급 물품을 충분히 쌓아둬 중국을 공격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영국은 청나라와 최대한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며, 중국과 교역을 하기로 합니다.
1685년 청나라는 주요 항구에 해관을 설치했습니다.
입항한 선박들은 해관에 등록하고, 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화물에 대한 관세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얼마나 외국 상인들이 중국에 많이 왔는지, 외국 상인하고만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중국 무역업소가 광저우에만 40곳이 넘었죠.
1760년에는 외국인들의 중국 방문 기간, 거주 장소, 그리고 무역을 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규정도 발표했습니다.
한편 서양이 교역할 수 있는 항구는 오직 광저우였는데요,
1792년 영국 국왕 조지 3세는 조지 매카트니 백작을 특사로 보내, 광저우뿐 아니라 저장성의 저우산 등에도 무역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조지 3세는 스스로를 바다의 제왕이라고 칭하는 등 강대한 무력을 지니고 있음을 내비쳤죠.
그러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던 청나라는 이를 들어줄 이유가 없었습니다.
청나라는 생산물이 다양하고 풍부해서 다른 나라 상품이 없어도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고, 차, 질 좋은 도자기, 비단, 그리고 다른 재료를 외국에 팔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중국 사람들은 영국 제품에 거의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에 반발한 영국은 마지막 카드를 꺼냅니다.
바로 아편 밀수출.
당시 영국의 식민지 인도에서는 아편이 재배되었는데, 아편은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아프리카와 인도의 수많은 나라에서는 중국에서 보낸 풍부한 물산에 대한 보답으로 아편을 선물했죠.
아편은 미약이라고 불렸으며, 남성의 정욕을 되찾는다고 알려졌습니다.
명나라 임금들은 아편에 중독된 상태였습니다.
물론 명나라 때까지 아편은 매우 고가의 품목이었고, 민간까지 퍼져나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청나라 강희제의 타이완 정복 이후 아편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죠.
특히 문제가 된 것은 1818년 발명된 파트나 아편이었는데요,
파트나는 영국령 인도에서 생산된 아편 브랜드로 150년 동안 대표적인 아편으로 여겨졌습니다.
영국에 아편 밀수출 작전은 대성공을 거둡니다.
중국의 아편 수입량은 어마어마해졌습니다.
천만 명의 중독자가 생겨났고, 20세기 초에는 4천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마약 수출 덕분에 영국 동인도회사는 막대한 은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은이 유출된 후 중국내 은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결국 1758년 심각한 디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디플레이션으로 실질적인 부채부담이 증가했고, 중국의 토착 금융기관이 파산하고 맙니다.
일부에서는 아편 판매를 허가해 세금을 부과하면 아편 가격이 하락하고 밀매조직도 없어질 거라고 주장했죠.
하지만 아편 중독자 수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결국 아편을 합법화하자는 주장은 기각되고, 전면 규제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지만, 강건하던 만주군 조차 아편에 노출되어 있었기에 전쟁에서 패하고 말았습니다.
영국 정치가와 기업들은 이렇게 목표를 달성했고,
산업혁명을 추진할 자본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국과 중국의 운명을 뒤바꿔 놓은 아편 밀수출!
그 옛날에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중요한 건 군사력만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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