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제자 사뢰기를
“방금 서울에서 큰 박람회(博覽會)를 개최 중이라 하오니
한 번 관람하고 오심이 어떠하오리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박람회는 곧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여
사·농·공·상의 진보된 정도를 알리는 것이요
또는 견문을 소통하여 민지의 발달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니
참다운 뜻을 가지고 본다면
거기에서도 물론 소득이 많을 것이나
나는 오늘 그대에게 참으로 큰 박람회 하나를 일러 주리니
잘 들어보라.
무릇, 이 박람회는 한없이 넓고 커서
동서 남북 사유(四維) 상하가 다 그 회장이요
천지 만물 그 가운데 한 가지도 출품되지 않은 것이 없으며
개회 기간도 몇 억만 년이든지 항상 여여하나니
이에 비하면 그대의 말한 바
저 서울의 박람회는 한 터럭 끝만도 못 한 것이라 거
기에서 아무리 모든 물품을 구비 진열한다고 할지라도
여기서 보는 저 배산이나 황등 호수는 옮겨다 놓지 못할 것이요
세계에 유명한 금강산은 출품하지 못하였을 것이며
또는 박물관에는 여러 가지 고물을 구하여다 놓았다고 하나
고물 가운데 가장 고물인 이 산하대지를 출품하지는 못하였을 것이요
수족관에는 몇 가지의 어류를 잡아다 놓았고
미곡관에는 몇 가지의 쌀을 실어다 놓았다 하나
그것은 오대양의 많은 수족 가운데 억만 분의 일도 되지 못할 것이며
육대주의 많은 쌀 가운데 태산의 한 모래도 되지 못할 것이요
모든 출품이 모두 이러한 비례로 될 것이니
큰 지견과 너른 안목으로
인조의 그 박람회를 생각할 때에
어찌 옹졸하고 조작스러움을 느끼지 아니 하리요.
그러므로
이 큰 박람회를 발견하여
항상 이와 같은 도량으로 무궁한 박람회를 구경하는 사람은
늘 무궁한 소득이 있을 것이니
보는 대로 얻을 것이요
듣는 대로 얻을 것이라.
그러므로 예로부터 지금까지 모든 부처와 성현들은
다 이 무궁한 박람회를 보아서
이 회장에 진열된 대소 유무의 모든 이치를 본받아
인간의 시비 이해를 지어 나가시므로
조금도 군색함이 없었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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