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
“남의 호의 믿어도 될까?”입니다.
“나도 심심하지 않고 좋아, 너 피곤해 보이더라.”
꽤 먼 거리인데도 어차피 같은 방향이라며 집까지 데려다주는 동료
“선배님, 아무 일이나 편하게 시켜주세요.”
지난 번에도 굳은 일을 자원하더니
도움을 주겠다고 또 나서는 후배.
“정말 반가워요, 맛있는 식사 대접해 드리고 싶어요.”
오늘 우연히 만난, 너무나 따뜻한 지인의 지인
이런 친절을 마주할 때면 일단 고맙죠.
그런데 고맙기만 한 건 아니에요.
살짝 복잡한 마음이 되기도 해요.
”저 사람, 왜 이렇게 나한테 친절한 거지?“
타인의 성의를 개운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 마음은
어디서 온 걸까요?
우리는 자신이 꽤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그러니까 아마 너도 마찬가지일 거야~’라고 짐작하죠.
인간을 움직이는 건 사적인 이익일 뿐이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물론 우리가 남을 도울 때도 있어요.
남에게 좋은 것을 양보하기도 하죠.
하지만 내 이런 도움행동이 순도 100%의 이타적 행위라고 믿지는 않아요.
”뭔가를 얻는 게 있겠지,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아니면
”더 큰 장기적 이득을 보려고 이러는 걸거야“ 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사람에 대한 안타까운 오해입니다.
이타성은요, 우리 DNA안에 내재된 속성이에요.
”사람은 원래 이기적이야, 교육 받았으니까 그나마 좀 나은 거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지만
사실 우리는 상당히 이타적인 사람들이에요.
때로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인 상황에서도요
내 것만 챙기지 않고, 남의 것도 함께 챙길 줄 알아요.
그것도 꽤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말이에요.
‘남들 눈치 보느라 마지 못해 그러는 거 아니냐?’
이렇게 의심하시나요?
혼자 다 갖고 싶지만 꾹 참고 나눠 갖기를 선택하는 것인지
아니면 너와 나를 위한 윈윈을 기꺼이 선택하는 것인지 궁굼하다면
이 연구를 한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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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제임스 릴링 연구팀의 실험이에요.
두 사람이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했는데 규칙은 다음과 같아요.
두 사람 모두 협력을 선택하면 각각 5$씩 받아요.
그러나 만일 상대가 협력하기로 결정했는데 내가 배신하면
상대는 한 푼도 못 받고 내가 10$을 다 가질 수 있어요.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배신자가 되기로 결정하면
각각 1$씩만 갖게 돼요.
상대방이 협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황에서
나한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죠.
선택 A: 배신한다. 그리고 10$을 다 갖는다.
선택 B: 협력한다. 그리고 5$만 갖는다.
협력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10$ 다 갖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협력을 선택했다면
욕구를 억제하는 능력과 관련된 뇌영역 즉, 외측전전두엽이 활성화 될 거예요.
하지만 그런 반응은 관찰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협력한 사람들의 뇌에서 환하게 불을 켠 영역은
보상시스템, ‘복측선조’였어요.
이 부위는요, 보상이 주어질 때,
예를 들면 불맛이 아주 제대로 입혀진 꽃등심 한 점이 입에서 살살 녹는 순간에
활성화되는 영역이거든요.
상식적인 예측은
받은 금액이 클수록 뇌의 보상 체계가 더 밝게 빛나는 거죠.
하지만 실험의 결과는 그 반대였어요.
배신가자 됨으로써 10$을 다 가졌을 때보다
파트너와 사이 좋게 5$씩 나눠 가지게 됐을 때 더 큰 기쁨을 느낀 거예요.
단 한번의 게임 후에 파트너를 더 이상 만날 일이 없는데도.
즉, 잘해 줄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왔어요.
이타성은 험한 세상, 서로 보듬으며 잘 살아남으라고
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입니다.
혼자 있을 때보다 무리 속에 있을 때, 서로 협력할 때,
우리 생존가능성이 높아지잖아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즐거움을 느낄 줄 알았던 사람들이 살아남았던 것처럼
남을 도울 때 순수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이타적 특성이 강한 사람들이 살아남았어요.
우리는 이런 사람들의 후손입니다.
“너 힘들잖아! 내가 해줄게”
“도움이 되었다니 너무 기쁘네요.”
다른 사람들의 호의를 항상 의심해야 할까요?
남을 도울 때조차도
“내가 뭐라도 얻으니까 이러는 거지”라며
자신의 순수한 의도를 부인해야 할까요?
우리의 착한 마음을 애써 부인하지 말자구요.
우리 안에 있는 이타적 본능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반겨주면 어떨까요?
“그래, 누군가를 도울 때 기분이 좋은 걸 보면
우리는 꽤 이타적인 사람들인가 봐”
이렇게 생각하면 좋겠어요.
늘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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