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심리학이 아닌 한 학자의 인생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논문보다 더 큰 깨달음을 준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듀크대 교수 댄 애리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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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쓴 베스트셀러 책들이 많아요.
상식 밖의 경제학 원제는 Predictably Irrational 인데, 개인적으로는 한글 책 제목이 조금 아쉬워요.
인간은 비합리적인데 이 비합리성에 예측 가능한 패턴이 있다는 내용이에요.
요즘 핫한 책은 부의 감각.
월드베스트 행동경제학자 중 한 명이에요.
1991년 텔아비브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에
7년 만에 박사 2개, 석사 학위 한 개를 수집한 욕심쟁이 모범생 수재구나
이거 알려드리려고 학위를 나열한 건 아니에요.
고등학교 3학년 때 그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게 되면
그의 학문적 업적, 아니 인생이 그냥 기적이라고 느끼실 거예요.
그 당시 애리얼리는 한 청소년 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했는데
어떤 행사를 위해서 fir inscription = 불로 쓴 글귀 같은 걸 준비하고 있었어요.
한 매체에서 그가 직접 밝힌 사고 당시 상황은 이래요.
“그날 친구와 함께 있었다.
몇 년 동안 늘 하던 대로 화약 가루를 섞은 다음에
숟가락으로 조금 떴는데 갑자기 꽝하고 폭발해 버렸다.
왜 그렇게 됐는지 아직도 모른다.
엄청난 빛이 터졌고 뒤로 확 물러났다.
방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고 온몸에 불이 붙었다.
친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불을 끈 후에
내 손을 보았는데 새하얬다.
다친 것 같지도 않게 말이다.
사실 피부 세포는 다 죽은 거였다.
좀 이따 구급차가 왔다.“
전신 3도 화상을 입었대요.
피부 70%가 탄 거예요.
그런데 살아남았고, 지옥 같은 3년의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죠.
2009년 테드 강연에서 그가 입원 시절 겪었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상처 부위에서 거즈를 떼어내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대요.
제발 천천히 부드럽게 붕대를 제거해달라고 애원했지만
간호자들은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어요.
”얘야, 그렇게 하면 두 시간 내내 아파.
과감하게 떼어내야 고생이 덜한 거야.
우리가 전문가란다.“
두 시간에 걸쳐 거즈를 살살 제거하는 것
VS.
한 시간 안에 재빠르게 거즈를 떼어내는 것
환자를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연구자가 된 후에, 애리얼리는 실험을 통해 간호사들이 틀렸고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냈어요.
통증 감각에 중요한 것은 지속 기간이 아니라
강도라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어요.
고통이 가장 심한 얼굴 부위부터 시작해서
그래도 견딜 만한 다리 부위로 처치를 끝냈을 때,
또 중간에 잠시 쉬는 시간을 줄 때
환자들이 덜 괴로워한다는 것도 몰랐고요.
처음엔, 피할 수 없는 치료과정을 겪는 환자들의 괴로움을 덜어주고 싶어서
애리얼리는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곧 연구 주제를 넓혀서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실수가
어떤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배경을 알고 그의 논문을 읽으면
마음이 숙연해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지난 20여 년 동안 그가 쌓은 연구 업적이 워낙 대단한 것이어서
저는 애리얼리가 이젠 건강한 줄 알았어요.
아니더라고요.
수십 년이 지났지만 화상으로 인한 그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었어요.
제가 어느 날 유난히도 글이 쓰기 싫어서
인터넷에서 놀고 있다가 우연히 애리얼리 기사를 읽게 되었는데요
2012년 무렵, 그러니까 사고 후에 25년도 더 지난 시점에 그가 이런 말을 했어요.
”글을 한 두 페이지 쓰고 나면 통증이 찾아온다.
하루에 쓸 수 있는 글의 분량과 다음 날 견뎌내야 하는 고통의 크기를 매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진심이 담긴 수많은 편지가 내게 오지만 일일이 답장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메일 자동 응답 메시지를 이렇게 작성해 놓기도 했대요.
”보내주신 메일에 제가 답장을 못 할 가능성이 많아요.
그런데 속상해하시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제 손이 잘 움직이지 않아서 그래요.
타자를 할 땐 엄청난 고통을 느끼곤 합니다.“
-댄 애리얼리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이분과 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정말 의미 없는 일이죠.
하지만 누군가, 글을 더 쓰고 싶어도
곧 찾아올 고통 때문에 망설일 때, 몸이 멀쩡한 나는 뭘 하고 있는 것인가.
그 한 페이지 글을 쓰기 싫어서 미루고 있다니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 이번 주엔
테드에 있는 그의 강연들을 들어보시거나
그의 책을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늘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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