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심리학] 버티면 승리할까? 브레이브걸스의 존버 심리학

 

 

오늘의 주제는

희망 아이돌, 브레이브걸스의 존버 심리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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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걸스 요즘 난리 났죠.

4년 전에 발표한 롤린으로 강렬한 역주행 신화를 쓰고 있어요.

꽃다운 20대를 폭망한 아이돌 소리를 들으며 보낸 그녀들의 마음 고생이 어떠했을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헛된 꿈, 이제라도 포기하라는 소리를 아마 숱하게 들었을 거예요.

마지막 앨범이 처참하게 실패로 끝난 후에

브브걸은 지난 2월 어느 날, 결심했대요.

“이제 그만 끝내자”

그리고 바로 다음 날부터 역주행 기적이 시작된 거죠.

유튜버 비디터가 올린 브레이브걸스 롤린 댓글 모음 영상이 그야말로 터져 버린 거예요.

 

군 위문 공연 모습이랑 팬들의 댓글을 재치 있게 편집한 이 영상 보셨나요?

덕분에 각종 음원 차트를 올킬했어요.

 

이 신드롬의 발원지가

국방티비 위문열차라는 걸 부인할 순 없어요.

그러나 팬이 아니더라도, 병사가 아니더라도,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이 역주행 서사를 듣고 있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울컥하게 돼요.

 

그들이 겪은 고생이 아마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그리고 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래서 그런 것 같아요.

 

짧은 공연을 위해서 땅끝마을, 거제도, 심지어 백령도까지

때로는 배 타고 버스 타고 왕복 12기간 이동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좀처럼 뜰 기회를 잡을 수 없었던 브브걸의 모습에 내 모습이 겹쳐집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브브걸 신화는

단순히 벼락 성공을 의미하진 않아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순간에도 한 줄기 빛이 찾아올 수 있다는 희망처럼 느껴져요.

 

“얘들아, 항상 응원해. 포기하지마.

좋은 노래 들려줘서 고마워”

 

가장 절망했던 순간에 브브걸에게 힘이 되어 준 이 한 줄 댓글이

어느 틈에 버텨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어요.

이런 댓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요.

 

“브브걸이 1위를 한 순간, 마치 내가 취업에 성공한 것 같았다.”

“내 노력이 언젠가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힘들지만 버텨보자고 마음 먹었다.”

 

여러분, 버티니까 이런 날이 오네요.

존버는 승리합니다.

브브걸이 외친 이 메시지는 버텨봤자 소용없다에서

버티다보면 될 수도 있다로 사람들의 생각을 옮겨 놓았어요.

 

그래서 이 신드롬이 무척 반갑습니다.

그런데 이 희망적인 전환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브브걸의 존버가 어떤 의미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멤버 유나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언젠가는 때가 오니 포기하지 말라는 막연한 말은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존버와 가장 가까운 개념은

심리학자 안젤라 더크워스가 제시한 그릿으로 열정적 끈기를 말해요.

 

끈기는 지속하는 힘,

열정은 마음의 온도를 이릅니다.

 

존버는 단순히 목표를 버리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게 아니에요.

목표뿐만 아니라 노력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말하죠.

 

브브걸은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도 연습했고요

5분 짜리 공연을 하기 위해서 62차례나 군부대를 방문했어요.

버틴다고 다 존버는 아닙니다.

 

그저 목표를 유지하고 있을 뿐

노력을 거둬들인 상태라면 브브걸의 존버가 아니죠.

심리학자 카스튼 로쉬 연구팀의 조언에 따르면요

이는 목표 포기보다 더 위험합니다.

 

현재의 목표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지도 않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니까요.

때로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유익한 선택이에요.

 

목표에 헌신하는 것은 성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그러나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목표로부터 멀어지기로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능력입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요.

첫째, 목표를 포기하지 못한 채, 노력을 포기하는 거예요.

목표 안에 갇히는 거죠.

 

둘째, 노력은 포기하지 않지만 목표는 포기하는 거예요.

목표에서 자신을 떼어놓으면, 내 노력을 새 희망을 위해서 쓸 수 있잖아요.

하나를 닫으면 다른 하나가 열리죠.

 

존버는 승리할까요?

이걸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브브걸 멤버들은 역주행 역사가 쓰여지기 하루 전날

목표 철회를 결정했어요.

“노력해서 낸 앨범이 바스러지니까 우리가 설 자리가 아닌 것 같았어요.”

 

막막해도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떠날 용기를 내는 것

이 모습 또한 브브걸의 존버가 아닐까요?

 

새로운 삶을 위해 한국사를 공부하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의류업 종사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브브걸에게 기적이 일어나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그녀들은 새로운 희망을 찾고 다시 노력했을 것입니다.

 

존버하는 사람은 노력을 포기한 채 목표 안에 갇힌 사람이 아닙니다.

열정을 품고 장기적인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끈기와

적절한 시점에 목표를 철회하는 용기를 동시에 가진 사람입니다.

 

브브걸처럼

존버는 승리한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늘 여러분을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