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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10억 광년 여행 끝에 만나는 것

Buddhastudy 2022. 5. 5. 19:18

 

 

우주는 깊고 오래 되었습니다.

천체 망원경으로 바라본 깊은 우주에는

수십억 년을 날아온 빛들이 먼지처럼 흩뿌려져 있습니다.

 

작은 점 하나 하나는 별의 무리로 된 은하입니다.

그 은하들이 다시 무리를 이루면 은하단이 되는데

가운데 조금 조밀하게 모여 있는 점들이 바로

10억 광년 거리에 있는 은하단입니다.

 

우리는 이 은하단을 향해 여행을 떠날 겁니다.

빛이 10억 년 동안 날아온 거리를 다시 돌아가 보는 겁니다.

 

여행은 모두 스물다섯 번의 도약으로 진행됩니다.

한 번 도약을 할 때마다 남은 거리가 10분의 1로 줄어듭니다.

여행에 종점에서 우리는 10억 광년 너머의 무언가와 마주하게 될 겁니다.

 

*1억 광년

은하단이 1억 광년 앞에 있습니다.

바로 전의 사진이 10억 년 전의 은하단을 보여주었다면

이 사진은 1억 년 전의 은하단을 보여줍니다.

 

점들이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중입니다.

우주에서 1억 년은 좀처럼 변화가 눈에 띄지 않는 시간입니다.

 

*1000만 광년

은하들이 밝은 점으로 보입니다.

은하는 일반적으로 성단이나 성단 집단을 거느립니다.

저 밝은 점 하나에 수천억 개의 별이 모여 있습니다.

 

*100만 광년

은하들 가운데 하나는 나선 모양의 은하며

나선 은하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은하 형태입니다.

우리가 여행할 이 은하도 아주 평범한 은하들 중 하나이겠죠.

 

*10만 광년

나선 은하가 은하핵을 중심으로 돌고 있습니다.

수천억 개의 별들이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23천만 년에 한 번씩 은하의 중심을 돕니다.

 

별들 가운데 몇몇은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고

몇몇은 더 넓은 궤도로 옮겨가기도 합니다.

 

*1만 광년

은하의 중심에서 약 3만 광년 떨어진 곳입니다.

성운과 빛나는 기체가 어두운 먼지 파편들과 함께 뒤엉켜 있습니다.

별들은 그 뒤에서 조용히 빛을 내고 있습니다.

 

*1000광년

이제 은하의 원반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여기서는 별들의 무리도 하나하나 구분되어 보입니다.

 

만약 이곳에 어떤 생명이 존재한다면

그들이 보는 수천 개의 별들은 대부분 이 사각형 안에 들어있을 겁니다.

사각형 밖의 별들은 눈으로 관측 하기에 너무 희미합니다.

 

*100광년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물질은 이 작은 별들에서 만들어집니다.

수소와 헬륨, 탄소와 철처럼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들이 별들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강력한 핵융합으로 만들어집니다.

 

*10광년

이제부터 멀리 위치한 별들은 거의 고정된 배경처럼 보일 겁니다.

우리 여행의 보폭이 너무 짧아져서

별들이 눈에 띌 만큼 이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1광년

중앙에 위치한 별 하나가 유난히 밝게 빛납니다.

이 별이 유난히 밝은 이유는 단지 가깝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별에서 멀어지면 이 별도 다른 별들처럼 희미한 배경이 되겠죠.

 

*1km

가운데 별이 멀리 있는 별들을 배경삼아

더욱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1000km

, 이 별에도 행성들이 있군요.

아마 수십억 년 전에 이 별을 중심으로

회전하던 먼지와 가스, 얼음 결정 등이

중력에 의해 뭉쳐지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잡았을 겁니다.

행성들은 그 뒤로 수십억 년 동안 이 별을 돌고 있습니다

 

*100km

행성들의 공전 궤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별의 먼 바깥을 크게 도는 행성들도 있고

별 가까이에서 빠르게 도는 행성들도 있습니다.

 

행성들은 애초에 원반 모양으로 회전하면서 생성되었기 때문에

옆에서 보면 거의 같은 평면 위에 있습니다.

 

*10km

별 가까이에서 도는 작은 행성들입니다.

이 정도 거리라면 행성에서 바라보는 별은 눈부시게 빛날 겁니다.

별에서 쏟아지는 빛에너지가 온 행성을 뒤덮고 땅은 열기로 가득합니다.

반대로 별을 등진 쪽은 무척 어두울 겁니다.

행성의 밤하늘은 수천 개의 별이 떠 있고

유성들이 떨어지고

아주 가끔 얼음 혜성이 긴 꼬리를 남기며 지나가는 광경이 연출될 겁니다.

 

*1km

우리 여행의 종점은 이 행성들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별의 크기와 행성과 거리를 고려했을 때

이 행성들 중 하나에는

생명 활동에 적합한 환경이 갖춰져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000km

종점으로 낙점된 행성의 궤도입니다.

행성의 모습은 아직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행성에게도 식구가 하나 딸려 있네요.

 

*100km

행성과 위성은 궤도를 같이 여행 합니다.

서로의 인력이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면서

궤도 운동과 자전 운동이 지금처럼 자리잡았고 지각 운동도 일어났을 겁니다.

위성은 상상 이상으로 행성이 만들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생명 활동에 관여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둘은 가깝고 긴밀하며 오래된 동반자입니다.

 

*10km

행성이 광활한 우주에 떠 있습니다.

한 편으로 외롭고 한 편으로 웅장한 모습입니다.

우주의 한 쪽 구석에 떠 있는 이 행성에게도

누군가의 역사가 존재할까요?

 

*1km

행성은 구름과 대기로 뒤덮여 있습니다.

구름 밑으로는 파란 바다와 갈색 땅이 보입니다.

생명이 태동하고 활동하기에 적합한 환경처럼 보입니다.

 

*1000km

행성의 구름 사이로 작은 반도가 드러납니다.

반도의 대부분은 산으로 뒤덮여 있네요.

산맥의 끝자락에 평야도 보이지만

아직까지 문명의 흔적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100km

지상으로부터 100km

드디어 인공적인 지형이 눈에 들어옵니다.

구불구불한 강이 도시를 관통하고

격자무늬 선들이 거미줄처럼 도로망을 형성합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저 강을 터전 삼아 살던 생명들이

이 도시를 세운 게 분명합니다.

 

*10km

집과 건물, 다리와 공원이 보입니다.

건축물들의 수를 고려했을 때

이 사진 속에만 거의 100만에 가까운 생명들이 살고 있을 겁니다.

그 많은 생명들이 먹고 일하고 누군가와 어울리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겠죠.

아무도 모르던 우주의 한구석에 생명과 문명이 번성하고 있었습니다.

 

*1km

도심의 모습이 자세히 보입니다.

고층 건물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작은 공원들이 군데군데 들어서 있습니다.

 

이동 수단으로 보이는 차량들은

다리를 건너 어디론가 바삐 가고 있습니다.

 

*100m

다리 아래 공원이 우리 여행의 마지막 종점이 되겠습니다.

10억 광년을 날아오면서

처음으로 무언가에 가로막히는 순간입니다.

 

*10m

한 생명이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빛과 푸른 식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도시와 문명이 생기기 전에

그들도 아주 오랫동안 대자연 속에서 살았을 겁니다.

그들도 자신들의 역사를 알아냈을지 궁금합니다.

 

*1m

마침내 이 행성의 생명을 가까이에서 봅니다.

도시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기까지

그들은 수많은 멸종의 위기와 자기 파멸의 위험을 이겨냈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지식을 쌓고 이성의 세계를 구축했겠죠.

그들도 한때는 이 우주가 자신들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라고 여기던 때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있을 겁니다.

 

 

미래에 다가올 새로운 세계

이 깊고 오래된 우주에서

그들의 꿈이 실현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