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 문명 위기를 극복하는 모델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2023.05.08.)

Buddhastudy 2023. 7. 19. 18:27

 

 

 

며칠 전에 스님께서 부탄 왕의 어머니인 BNF 이사장과의 만남에서

현재 인류의 문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붓다 담마를 통해 인류가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다른 종교의 가르침은 대안적인 모델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요?”//

 

 

종교가 아니어도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종교에서도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누구든지 인류가 미래에도 지속 가능하게 살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내면 정말 좋겠습니다.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서 그런 모델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무슬림인들이 마호메트의 가르침에 따라서 그런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처럼 종교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그들 나름대로 인류가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내면 좋겠습니다.

 

저는 부처님의 법이 좋아서 승려가 된 사람이고

부탄은 또 불교국가이기 때문에 제가 불교를 통해서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겁니다.

모든 불교인들이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에 따라서 산다면

환경적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는 개발 모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 제가 다른 나라에 가서는 스님들과 만나서 그런 얘기를 안 하다가

부탄에 가서 그런 얘기를 했을까요?

한국, 태국, 미얀마, 모두 불교 국가들이지만

이미 그 나라들은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닙니다.

 

물질문명의 욕망에 사로잡혀서

물질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생산해서 더 많이 쓰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GNP(국민총생산) 개념이 토대를 이루고 있는 나라들이에요.

 

절도 크게 짓고, 불상도 번쩍번쩍하게 만들고

스님들도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옷을 입고 다닙니다.

물질을 더 많이 소비할수록 더 훌륭하다고 여겨집니다.

 

제가 그런 나라들을 다니면서

저 스님은 참 훌륭한 스님이다하는 분들을 살펴보면

차도 좋고 사는 집도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그런 삶의 방식은 지속 가능한 발전의 모델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이름을 뭐라고 붙이든 그냥 세속적인 삶의 길입니다.

 

부처님은 온갖 것을 다 가진 왕자로 살아봤지만 행복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온갖 것을 다 버리고 마음 하나 깨달아서

밥은 얻어먹고, 옷은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잠은 길거리에서 잤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행복한 삶을 누렸고

그 깨달음을 온갖 것을 다 갖고도 괴로워하는 왕들에게 설해서

그들의 괴로움을 덜어 주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고 해서 꼭 가난해야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는 가르침이라는 뜻입니다.

검소하게 살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신 분이 부처님입니다.

수행자들이 검소하게 살면서도 행복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 꼭 출세를 해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되고

인기가 있어야 되는 게 아니구나.

그렇게 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구나

 

 

그런데 지금 많은 스님들이 부처님한테 기도하면

돈도 많이 벌고 대통령에도 당선될 수 있다는 식으로 가르치잖아요.

그런 가르침으로 어떻게 지속 가능한 발전의 모델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부탄의 전 왕은

물질 지수를 갖고 잘 산다는 평가를 하지 말고

행복 지수를 갖고 잘 산다는 평가를 하는 게

더 맞지 않느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서 GNP(국민총생산)가 아니라 GNH(국민총행복)

즉 행복(Happiness)이라는 개념을 세상에 발표한 거예요.

가난한 지역은 개발을 하되

즉 주택도 개량하고 학교의 시설도 고치고 의료시설도 보완하되

너무 욕망 중심으로 가지는 않는 개발을 해나가자는 겁니다.

 

너무 생활이 불편해도 사람이 살기가 힘듭니다.

부탄에 가서 일주일 살아봤더니

나는 죽어도 여기서는 못 살겠다이렇게 될 정도로

조건이 열악해서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약간 생활이 불편해도 여유가 있고

이런 정도면 살만하다하고 느낄 수 있는 그

런 모델을 개발해보면 어떻겠느냐는 것이 저의 생각이에요.

 

그러려면 물질 지수를 조금 높이는 개발도 필요하지만

많은 스님이 마음 다스리는 법을 배워서

국민들에게 욕망을 추구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지도해 주어야 합니다. 욕망을 지나치게 추구하지 않으면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지역을 부탄에서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 저의 생각이에요.

 

제가 관심을 갖는 주제는 꼭 부탄을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이런 개발이 가능하다면

우리 인류에게도 미래에 하나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삶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부탄에 와서 한 달 살아보고 이렇게 느끼게 되는 거죠.

 

사람이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물 좋겠다, 공기 좋겠다, 여유 있겠다,

생활이 조금 불편한 정도만 감수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겠네!’

 

이렇게 되면

자기 나라에 돌아가서도 검소한 삶을 전파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탄 사람들이 맨날 남한테 찾아가서

우리는 가난하니까 좀 도와주세요이렇게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됩니다하면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질지수로 등수를 매길 경우

부탄은 늘 뒤쪽에서 몇 번째가 됩니다.

그러나 행복지수로 등수를 매기면 부탄은 항상 선두에 있는 국가가 되는 거예요.

이런 나라를 건설하는 희망을 가져보면 좋겠다고

제가 부탄의 지도자들에게 제안을 한 겁니다.

 

이런 새로운 개발 방식은 누구든지 만들 수 있어요.

이것은 무슨 이념도 아닙니다.

정토회도 인류가 처한 위기를 붓다의 근본 가르침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지금 여러 가지 운동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부처님의 가르침이 실현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보기 위해 지난 30년 동안 노력했는데

현재 정토회 회원들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실현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한 지역 전체를 이렇게 개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하나의 군()을 이런 모델로 개발하겠다고 할 때

그 군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를 할 수 있을까요?

 

가령 아파트 단지에서 여름에 에어컨의 온도를 28도 아래로는 못 내린다고 정하고

겨울에는 15도 위로는 난방을 못한다고 정한다고 합시다.

 

이렇게 원칙을 정한 후

모두가 내복을 입고 살고

이 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은 쓰레기를 밖으로 배출하면 안 되고

어기면 벌금을 내도록 하는 거죠.

대신에 아파트 가격은 좀 싸게 하는 겁니다.

이런 꿈을 실현해보고 싶은 생각을 저는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거든요.

이렇게 모두가 검소한 방식으로 살면 소비를 줄이는 삶이 가능해집니다.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대중교통을 타면

어디든지 저렴한 비용으로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제도가

얼마 전에 시행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개인 승용차를 가질 필요가 없게 되죠.

교통비가 적게 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국가 정책들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대신에 전체 국민의 교통 지원비로

정부가 2조원을 보조해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2조원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교통량을 줄이게 되고

그로 인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이 바뀌어야 합니다.

 

아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곧 기후 위기가 오고, 전쟁이 나고, 물가가 폭등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우리나라도 안전한 나라가 아니에요.

한국과 미국, 일본이 힘을 합해서 우크라이나에 군사적인 지원을 하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힘을 합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신무기가 북한에 도입되기라도 한다면

한반도에는 정말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시리아 난민을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여러분들이 난민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그제서야 우리가 어떤 방식의 삶을 지향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될 거예요.

 

작은 종족끼리 살아도 그 안에 갈등과 계급 차별이 생기는데

부탄은 서로 종족이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족 간 갈등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부탄은 지속 가능한 모델 개발을

국가 정책으로 정해서 만들어보려고 하는 마음을 내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제가 찾아가 본 겁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런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부탄은 아직 가난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생활을 개선해 주는 것만 해도

가난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좋은 일이 됩니다.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개발을 통해 그들의 생활은 향상시켜주되

어느 정도의 선에서 만족을 하도록 해야지

개발만을 목적으로 하면 안 됩니다.

그러려면 끊임없는 수행의 가르침과 결합이 되어야 합니다.

 

이미 팀푸(Thimphu)와 같은 도시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많은 젊은이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 곳은 이런 새로운 개발 모델이 될 수가 없겠죠.

그렇다고 북한처럼 모든 것을 폐쇄해놓고 행복하게 지내라고 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인터넷을 포함해서 모든 것이 개방된 상태에서

미국이나 한국에서 3년을 살아보고 나서도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사는 것이 낫겠다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경쟁력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