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직장에 적응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2023.12.21.)

Buddhastudy 2024. 1. 25. 20:04

 

저는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병원에서 근무했습니다,

일도 많은 데다 저에게는 병원 분위기가 지나치게 엄격하게 느껴져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직을 여러 번 했고 도저히 병원은 못 다닐 것 같아서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도 해보았습니다.

이런 거 저런 거 해보니까

그래도 간호사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병원에서 일을 하려고 하는데요,

막상 다시 마음을 먹으니까

힘들었던 병원 생활이 자꾸 떠오르고 두려움이 생깁니다.

스님의 말씀대로

저도 한 직장을 꾸준히 3년은 다녀서

하기 싫은 마음을 내려놓고 자유로워지고 싶거든요.

그래서 간호사로서 자긍심도 갖고 전문성도 갖추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이 두려움을 떨치고 병원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선후배 위계가 좀 엄격한 직업군이 있어요.

예를 들어

판사가 선후임 관계를 엄격하게 따질까요, 검사가 엄격하게 따질까요?

검사가 더 엄격합니다.

판사도 다 위아래가 있습니다.

 

먼저 들어온 사람, 나중에 들어온 사람,

직책이 높은 사람, 직책이 낮은 사람 사이에

위계질서가 있지만

검사하고 비교한다면 판사는 자유로운 편입니다.

 

초임 검사들은 말이 검사지

자기 결정권이 하나도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서기처럼 실무를 담당하는 수준이라 할 만큼

위아래가 엄격하다고 합니다.

 

그럼 일반 직장하고 군대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엄격하겠습니까?

군대가 더 엄격합니다.

군대 중에서도 육군이 엄격하겠어요, 공군이 엄격하겠어요?

육군이 더 엄격합니다.

여러분은 어디가 제일 엄격하다고 알고 있습니까?

해병대겠지요.

 

이렇게 직군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릅니다.

의사도 자유로운 것 같지만

중세시대 도제제도처럼

인턴이니 레지던트를 하면서 스승 옆에서 계속 배우고 실습해야 하잖아요.

 

좋게 말하면 제자고

나쁘게 말하면 머슴살이 수준이에요.

옆에서 계속 심부름하면서 배워야 하는 겁니다.

또 똑같이 병원에서 근무를 해도

의사와 간호사도 상하 관계가 엄격하지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도 그렇습니다.

이렇듯 다른 직업군에 비해

직장 내 상하 관계가 엄격한 직업군이 있습니다.

 

의료계는 생명이 달린 문제를 다루다 보니

상하 위계가 비교적 엄격한 편입니다.

그러니까 의사에 비해 간호사는 자신이 차별받는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차별이 없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군대에서 선배한테 아주 엄격하게 배우면

자기도 아랫사람한테 똑같이 하게 되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모진 시어머니 밑에서 자란 며느리가

모진 시어머니가 된다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집단 안에서 차별받은 사람은

그 자신도 아랫사람을 차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약간 모순이잖아요.

지금 고령인 여성들은 자랄 때

여자라고 오빠들에 비해 차별을 받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그 여성들은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아야 하잖아요.

그렇게 차별을 받고 자랐는데도

딸보다 아들을 선호하는 할머니가 많습니다.

물론 요즘은 이런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없어져가고 있기는 합니다.

이런 것을 카르마라고 합니다.

 

간호사는 비교적 위계가 엄격한 직업군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간호사가 수천수만 명이고

그런 속에서도 다 살고 있잖아요.

 

그게 옳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유독 질문자가 적응을 못한다면

질문자가 이런 직업군에 안 맞는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질문자가 불안도가 높고, 정신력이 좀 약하기 때문에

못 견디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러면 첫째, 그만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차별이 정당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그 직업군에는 그런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데

나는 그것이 싫다면 선택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선택을 했다면 그런 문화에 적응해야 합니다.

 

그런 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저항을 해야겠지요.

적응하는 게 쉬울까요, 저항하는 게 쉬울까요?

적응하는 게 쉽습니다.

 

저항하려면 정신력이 더 강해야 합니다.

그 집단에서 나가버리면 저항하기 어렵습니다.

밖에서 하는 소리는 별로 힘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선을 하고 싶다면

먼저 병원에 적응을 하고 난 후에

주변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동조자가 많이 생기는 거예요.

 

적응도 못하면서 계속 고쳐야 한다고 얘기하면

사람들이 신뢰를 잘 안 합니다.

왕따 되기가 쉽다는 얘기예요.

 

적응을 못하면 일단 스스로 위축이 되어 자꾸 혼자 놀게 되고

그런 사람이 저항까지 하면

집단 왕따를 당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간호사 사회에서 직업인으로 잘 지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술을 갖추고 봉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업 문화에 적응할 힘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적응하거나 개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 방법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런 위계질서의 문화가 적은 곳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나라로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두 번째, 한국에서는 이런 문화를 당장 개선하기 어렵습니다.

질문자가 민감한 성향이라면

이런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는 방법이 있어요.

-세 번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기도하면서 3년을 한번 버텨보는 겁니다.

남을 탓하지 말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내 병 치료하고 있는 거다’, ‘내 약한 정신력을 키우는 중이다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런 차원으로 생각한다면

월급을 적게 준다’, ‘일을 많이 시킨다이런 걸 따지면 안 됩니다.

그냥 뭐든지 일을 많이 주면 좋다고 생각하면 돼요.

 

여러분은 돈을 많이 준다고 하면 좋아하면서

일을 많이 준다고 하면 싫어합니다.

저는 돈은 많이 안 줘도 일을 많이 주면 좋아해요.

예를 들어

밭을 매 보면 풀이 많은 고랑이 있고, 적은 고랑이 있습니다.

그럼 보통 사람들은 풀이 적은 고랑을 좋아하니까 풀이 적은 고랑을 맡으면

줄을 잘 섰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풀이 많은 고랑을 맡으면

복 받았다고 합니다.

 

그처럼 일이 많은 것을 거부하지 말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요청하는 일을 다 한번 해보세요.

야근을 많이 시키면 문제지만

근무 시간 안에 주어진 일이야

적으면 뭐 하고 많으면 뭐 하겠어요.

어차피 시간이 지나야 끝나는 거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간호 업무는 문화도 문화지만

매일 아픈 사람을 보는 직업이기 때문에

일 자체가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돈을 좀 더 많이 받는 거예요.

 

하지만 질문자가 건설 노동현장에 가서 일을 해보니까

대우나 월급 측면에서 간호사가 더 낫겠다고 생각해서 돌아왔다고 했잖아요.

그럼, 이제 기꺼이 불편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막상 돌아오려니 두렵다는 생각이 들면

먼저 정신과 검진과 치료를 받아보고 복귀하는 게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년은 수행 삼아 다닌다는 관점으로 해보고

잘 안되면 선배들한테 연락해 보거나 검색해 봐서

미국이나 캐나다로 가도 됩니다.

지금 선진국에서는 다 간호사 부족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겉에서 보면 좋아 보이지만 간호사가 일종의 3D 업종이에요.

환자들 돌보는데 굉장히 일이 많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지쳐서 나가떨어집니다.

 

하지만 질문자가 지금 간호 기술을 익혔고, 그 직업을 갖는 게 효과적이라면

적응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럴 때 혼자 힘으로 용쓰지 마세요.

다시 간호사를 하려고 하니 두려움이 생긴다는 것은

질문자에게 아직 트라우마가 남았다는 거예요.

또 질문자에게 심리 불안이 있는 겁니다.

 

그러니 먼저 정신과 치료를 받고 복귀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의사가 괜찮은 상태라고 진단한다면

수행을 함께 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108배 절을 하면서

이 과제를 참고 견디려고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내는 겁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매일 아침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받아들이는 기도문을 외면서

절을 하고 출근하는 거예요.

 

오후가 되면 조금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계속 그렇게 아침마다 반복하면

적응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