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퇴근 후 공부하는 남편이 얄미워요. (2023.05.03.)

Buddhastudy 2024. 1. 31. 20:06

 

 

제가 평소에 눈물이 없는 편인데

요즘 밤에 혼자 있을 때 분한 마음이 들어서 가끔 울어요.

남편은 결혼하기 전 대학생 때와 똑같이 지내요.

벌써 몇 년째 회사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자격증 공부만 하고 있어요.

저 사람은 결혼 전처럼 사는 데

내 처지는 왜 이런가 싶어서 남편이 너무 얄미워요.

그래도 법문 듣고 마음을 돌이켜서

아이들 아빠로서 고마운 점도 많으니 잘 지내보려고 합니다.

다정하게 대하다가도

저도 모르게 소 닭 보듯 할 때도 있고

너무 차갑게 대할 때도 있어요.

제 마음과 다르게 행동이 들쑥날쑥하니까 제 스스로도 이상합니다.

어떻게 수행을 해야 될지 질문드립니다//

 

 

결혼을 할 때 누가 시켜서 억지로 했습니까?

스스로 선택해서 했습니까?

 

(제가 정말 신중하게 고민해서 선택했습니다.

연애도 오래 했고요.)

 

본인 스스로 남편을 결정한 거예요?

아니면 누가 강제적으로 맺어준 거예요?

 

(제가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자기가 한 결정을 후회하고 있습니까?

 

(그때는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했어요.

남편을 4년 동안 열심히 지켜보고 신중하게 결혼을 했는데도

실제로 결혼해서 보니까 제가 남편을 잘 몰랐구나 싶어요.)

 

그럼 4년 만에 그 사람이 바뀐 걸까요?

아니면 원래 그런 성격이었는데 질문자가 그걸 몰랐던 걸까요?

 

잘 모르고 결혼을 결정했다면 자기 책임이에요, 그 사람 책임이에요?

 

본인 책임인데, 그 사람을 원망하고 미워하면 어떻게 해요?

 

...

 

결혼을 해서 함께 가정을 꾸렸는데

아직도 네가 잘났느니, 내가 잘났느니 하면서 서로 경쟁해요?

남편이 직장을 안 다니면서 공부만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 회사 다니면서 여가 시간에 가정의 발전을 위해서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은

잘한다고 칭찬할 만한 일이지 욕할 일은 아니잖아요.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안정적인 수입원을 마련해 놓으려고 자격증 공부를 하는 건

어떻게 보면 가상한 일이에요.

어디 놀러 다니거나 술 마시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부부가 경쟁관계도 아닌데 그걸 왜 질투하나요?

 

(그런데 남편과 저 둘 중에 누가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지 계속 계산하게 돼요.)

 

결혼생활이 누구한테 이익인지 계산해 보니

질문자가 손해라는 결론이 나온다는 거예요?

 

남편에게 미운 마음이 들 때

티를 내고 안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먼저 남편이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과

질문자가 집안일하는 것을 계산해야 하는 일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게 계산할 일이 아니면

미워할 이유가 없으니까 티를 낼 일도 없습니다.

계산을 하면

내가 손해라고 생각되니까 미워질 수밖에 없어요.

미워질 수밖에 없는데

안 미워하려고 하니까 힘이 드는 거잖아요.

 

여기서 잘 생각해봐야 해요.

남편이 공부하는 것은 미워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내가 참아야 할 일인가?

아니면 공부하는 남편을 미워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인가?’

 

이 본질을 꿰뚫어 봐야 합니다.

질문자가 집안일을 혼자서 하다 보면

질문자 입장에서는 가끔 남편에 대해서 얄미운 생각이 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요즘 직장생활이 불안정하니까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

틈나는 대로 자격증 공부를 하는 거잖아요.

 

그런 남편의 마음이 이해되면

차라도 한 잔 끓여주고 공부하느라 고생한다고

등이라도 두드려주고 싶어 지겠죠.

질문자가 이렇게 좋은 마음을 내면

남편한테 좋을까요, 질문자가 마음이 편할까요?

 

남편에게 억지로 좋은 마음을 내라는 게 아니에요.

남편이 자격증 공부를 하는 이유가

질문자를 버리고 혼자만의 이익을 추구하려고 하는 거예요, 공동의 이익을 위한 거예요?

 

우리는 항상 역할 분담을 하고 삽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할 때 보면

채소를 씻는 사람이 있고, 채를 써는 사람이 있고,

밥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공동체에서도 청소하는 사람, 밥하는 사람, 빨래하는 사람

이렇게 업무를 나눕니다.

 

지금 질문자의 가정에서도 남편과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거예요.

남편 역할, 아내 역할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닙니다.

그건 부부가 서로 상의해서 정할 수 있어요.

 

질문자가 공부하는 게 더 좋겠다면,

질문자가 공부를 하고 남편이 집안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역할분담이 불공정하면 서로 대화를 해서 조정해야겠죠.

 

그런데 역할을 나눠서 하고 있는데 남편 보고

자기는 책상에 떡 하니 앉아서 공부만 하고

나만 허드렛일 하라고 하네!’

이렇게 생각하면 질문자만 괴로운 거예요.

남편은 가족 공동의 이익을 위해 공부하는 거잖아요.

 

부부가 같이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기보다

한 사람이 자격증 공부를 하면

다른 누군가는 집안일도 하고 애들도 돌보아야 하잖아요.

미래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지금 남편과 내가 역할 분담을 했다는 관점을 가지면

남편을 미워할 일이 하등 없습니다.

미움이 안 일어나면 참을 필요도 없고 노력할 일도 없어요.

질문자는 지금 공동살림이라는 생각은 없고

결혼을 안 한 사람처럼 생각을 하는 거예요.

 

나는 내 개인 발전을 위해서 아무것도 못 하고

네 뒷바라지나 하고 있다.

너는 네 개인 발전을 위해서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남편이 자격증을 따면 남편에게만 이익이 되고,

질문자에게는 손해만 되는 일이라면 이해가 되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남편이 자격증을 따는 것이

질문자 부부에게 공동의 이익이 된다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미워할 일이 없습니다.

 

질문자도 공동의 이익을 위해 공부하고 싶다면

공부를 하면 되잖아요.

공부하는 것이 좋아 보이면 질문자도 그렇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공부하는 남편을 보고 미워하는 건 잘못됐다는 거예요.

 

제 말의 요지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게 좋아 보여서

내가 하는 건 자유지만

남을 미워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얘기예요.

 

엉망이 되면 어때요.

엉망이 되면 남편이 공부를 안 하고 집안일을 하든지 하겠죠.

질문자도 공부를 하겠다는 것은 자기 자유고 권리라는 거예요.

남편과 대화를 해서 남편이 어떤 자격증 공부를 할 때는 내가 집안일을 하고

내가 어떤 자격증 공부를 할 때는 남편이 집안일을 하는 방법도 있겠죠.

 

그런데 상대를 미워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얘기예요.

상대가 하는 것이 좋아 보이면

질문자도 그렇게 하면 된다는 거예요.

어떻게 생각해요?

 

...

 

안 바뀌어도 괜찮아요.

그런데 안 바뀌면 누가 괴로울까요?

 

제 말의 요지는

남편을 뒷바라지해주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상대방이 공부하는 것을 두고 미워할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남편이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은

자기 개인의 발전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하는 일이라는 거예요.

 

공부하는 남편이 좋아 보여서

질문자도 공부를 하겠다는 것은 자유예요.

자격증 공부하는 남편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보면 미워할 일은 없습니다.

질문자만 집안일을 한다면

남편과 역할을 좀 나누고요.

너무 억지로 참으면서 좋은 일 해야겠다든지, 도와줘야겠다든지 하면서

자신을 괴롭히지 마세요.

대신 아침마다 기도할 때 이렇게 한 번 해보세요.

 

남편은 우리 공동의 이익을 위해 공부를 하는데

제가 미워했습니다.

남편이 자격증 공부하는 것은

미워할 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