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동체의 청정과 화합을 유지하는 방법. (2024.01.01.)

Buddhastudy 2024. 1. 31. 20:08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는 수행자의 원칙을 적용하되

남은 항상 포용하는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나에게는 뒷말을 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적용하되

남에게는 뒷말도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사라는 관점을 가져야 해요.

 

이렇게 사물을 보면

나 스스로는 자립하는 인간이 되고

도반들과는 서로 협력하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반대로 합니다.

자기한테는

나만 부족하나? 너희도 다 부족한데하면서

유연하게 적용하고,

남한테는 계율에 어긋난 행동이잖아하면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합니다.

 

그래서 수행공동체 안에서

계율이 갈등의 원인이 될 때가 많습니다.

계율을 남에게만 엄격하게 적용하면

공동체를 청정하게 하고 화합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좋은 법을 전하셨지만

불멸 후 200년이 지나서 교단이 분열되었습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교단의 청정과 화합을 뒷받침해야 할 계율에 대한 해석 차이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계율에 대한 해석 차이가 왜 발생했을까요?

계율을 자기에게는 유리하게 적용하고

남에게는 엄격하게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거기에 집착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일을 잘하는 것에 너무 집착하면

일의 성과는 좋을지 몰라도 갈등이 생겨서

대중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결과가 간혹 발생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적용할 때는

항상 중도적 관점을 유지해야 합니다.

 

-첫째, 붓다의 가르침은

오직 나에게만 적용하지

남에게 적용하지 말라는 관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해나간다면

스스로 계율을 지킴으로써 청정성을 유지할 수 있고,

서로 시비하지 않음으로써 화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승가는 청정하고 화합해야 됩니다.

 

양면성을 가지는 두 가지를 반대로 적용하면

분열의 씨앗이 되지만

중도적으로 적용하면 청정과 화합을 동시에 이룰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갖고 수행을 하고

해결책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때 우리의 수행이나 해결책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일치하는지 항상 점검해야 해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맹종해서도 안 되지만

우리가 현실에 맞게끔 적용한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부합하는지 항상 점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승불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롭게 일어난 대승불교가

소승불교보다 더 세속적으로 변화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처럼

우리의 실천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을 반영해서 새로움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현실을 반영했다는 것은

세속을 끌고 들어왔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세속화되고 부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늘 유의해야 합니다.

 

법을 배우면 법을 고집하지 말고

현실에 맞는지를 점검해야 하고,

현실에서 어떤 경험을 얻으면

다시 법과 맞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야 형식주의에도 빠지지 않고, 주관주의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이것도 역시 중도를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법이 아닌 것에 의지하지 말고 법에 의지하라.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나에게 의지하라

 

법에 의지하라는 것과 나에게 의지하라는 것은

어쩌면 정반대의 행위처럼 들리지만,

법에 의지하라는 것은 주관주의에 빠지지 말라는 의미이고

나에게 의지하라는 것은 전통이라는 형식주의에 얽매이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항상 양쪽을 다 점검하면서 정진을 해나가야 됩니다.

여러분들 사이에 분쟁이 생겼을 때는

대부분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를 미워해서 흠을 잡으려고 하다 보면

계율 중에 어긴 게 없는지를 찾게 됩니다.

반대로 상대가 형식주의에 빠지지 않았는지

꼬투리를 잡기도 하죠.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기 전에 수바드라가

세상에 많은 사문들이 각기 다른 가르침을 설파했는데,

누구의 말이 옳습니까?’ 하고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대해 나는 다 알고 있다.

마음속에 시기와 질투와 거짓과 욕망이 있으면

어떤 말을 해도 신뢰하기가 어렵다.’

 

그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상태가 어떠냐 하는 것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말을 하지 않으시고

출가해서 지난 50년 동안 부지런히 수행 정진을 했다고 강조하면서

여덟 가지 바른길을 제시했습니다.

 

그래서 너무 말이나 형식을 따지기보다는

그때 내 마음을 살펴야 합니다.

시비하는 마음을 내어서

그 근거로 계율을 따지고 있지 않은지를 봐야 해요.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다 보면 약점을 잡게 됩니다.

그래서 도반들 사이에서 시비하는 마음이 들었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내려놓을 수 있는 자세를 가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