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어릴 적 부모님이 싸운 기억 때문에 결혼이 망설여져요. (2024.04.09.)

Buddhastudy 2024. 4. 17. 19:55

 

 

저는 이성과의 연애에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 이성과의 연애에서 갈등 상황에 직면하면

어린 시절 제 부모님이 싸우던 기억이 떠올라서

나도 부모님처럼 불행하게 살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듭니다.

그래서 관계를 먼저 끝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저의 이런 경험으로 인해 결혼이 망설여지고

결혼을 아예 하지 않을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릴 때 엄마와 아빠가 자주 싸우는 것을 보았고

그 모습이 너무 싫으니까

질문자의 뇌리에 결혼 생활은

힘든 것이라는 생각이 탁 박힌 거예요.

이것을 트라우마라고 합니다.

 

부모의 불화가 많은 집에서 자라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에

나는 결혼을 안 해야지!’ 이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이 살다 보면

안 해야지!’ 하다가도 이성을 만나 연애를 하게 되고

또 결혼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려다가 갈등이 생기면

겁이 덜컥 나게 되죠.

그래서 자신도 엄마와 아빠처럼 되지 않을까 싶어서

자기가 먼저 도망을 가게 됩니다.

이런 트라우마가 심하면 결혼하기 어렵습니다.

설령 결혼해도 헤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부모가 이혼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나는 결혼하면 헤어지지 말아야지

이렇게 마음을 먹어도

실제로는 이혼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싸우면서도 헤어지지 않은 집에서 자란 사람은

저렇게 싸우면서 사느니 헤어지는 게 낫지. 뭐 때문에 저렇게 사나!’

이렇게 말하면서도

결혼하면 실제로는 잘 헤어지지 않습니다.

 

부모가 헤어지는 것을 경험한 사람은

결혼해도 헤어질 수 있다하는 생각이

무의식에 남아있기 때문에

결국 헤어지는 선택을 하기가 쉽습니다.

 

반면에 부모가 헤어지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저렇게 싸우느니 헤어지는 게 낫다이렇게 생각해도

실제로는 헤어지는 결정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트라우마는 마음의 상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치유하면 괜찮아져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으면

질문자가 우려한 대로 도망을 가든지

결혼해도 싸울 확률이 더 높습니다.

 

그러나 엄마와 아빠도 맨날 싸우면서도 같이 살았고,

질문자도 낳았고, 지금까지 잘살고 있잖아요.

그러니 질문자도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부모님이 자주 싸웠으니 나도 그런 기질이 좀 있다.

그러나 엄마와 아빠가 서로 싸우면서도 잘 살았듯이

나도 싸워가면서도 잘 살 거야

오히려 이렇게 안심을 해야지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옛날에는 이혼하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에

부부 관계가 안 좋아도 헤어지지 못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헤어지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흠이 되지 않기 때문에

관계가 안 좋으면 헤어져도 됩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일단 결혼을 해보고, 관계가 안 좋으면 그때 헤어지면 됩니다.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면

연애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질 거예요.

 

질문자는 엄마와 아빠가 서로 싸우면서도 헤어지지 않는 모습을 늘 봤기 때문에

서로 싸울 때 헤어지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니까

결혼이 자꾸 두려워지는 거예요.

엄마와 아빠가 헤어져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둘이 헤어져도 둘 다 나의 엄마이고 아빠잖아요.

 

물론 나는 결혼을 안 할래

이렇게 입장을 정해도 괜찮아요.

그러나 조금 갈등이 있고 싸우더라도 결혼하는 게 좋겠다면

결혼을 해도 됩니다.

 

우리 둘이 같이 살다가 혹시 원수가 될 것 같으면

그때 헤어지자.

원수가 되는 것보다는 헤어지는 게 나으니까.

그러니 한 번 살아보고 도저히 안 되면 그때 헤어지자.’

이렇게 얘기하고

상대가 동의하면 결혼하면 됩니다.

만약 질문자가 연애만 하고 결혼은 안 하겠다는 입장이라면

상대에게 열어놓고 먼저 얘기하면 됩니다.

 

나는 엄마와 아빠가 자주 싸워서 트라우마가 좀 있어.

그래서 나는 갈등이 일어나면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서 연애만 하려고 하는데

그런 줄 알고 연애만 할래?

아니면 네가 꼭 결혼을 해야 하겠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도 된다.’

이렇게 탁 열어놓고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뭘 못 해요.

상대를 속이는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상대를 속이는 게 더 문제죠.

그러니 상대에게 숨기지 말고 탁 열어놓고 얘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너에 대해서 좀 꺼려지는 이유는

너 때문이 아니고

내 마음에 이런 상처가 있어서 그래.

그래서 우리가 싸울 때는

엄마와 아빠가 싸우던 생각이 나서 겁이 덜컥 나.

나도 노력할 테니

너도 내가 이런 기질이 있는 걸 알아서

가능하면 우리 싸우지 말자.

싸우면 내가 물러서는 마음이 자꾸 생겨.’

이렇게 터놓고 얘기하면 됩니다.

 

상대가 그래도 나를 좋다고 하면 계속 만나고

그게 싫다고 하면 쿨하게 헤어지면 됩니다.

우리가 더 만나봐야 싸우기밖에 더 하겠냐.

지금은 헤어지고 앞으로 인연이 되면 다음에 또 만나자

이렇게 말하면 되거든요.

 

젊은 사람이

그런 일로 전전긍긍하고 살 필요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