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아내가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데, 이혼을 해야 할까요? (2024.06.06.)

Buddhastudy 2024. 6. 13. 18:52

 

 

저는 지금 제 아내에 대한 절망감에 빠져 있습니다.

저는 늘 스스로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동기부여를 합니다.

제 성장 배경에 대해 조금 말씀드리자면

저는 학대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학생 대출을 통해 혼자 힘으로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학대하는 걸 멈춤과 동시에

제 세대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32년 전에 결혼했습니다.

저는 아내가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아내의 삶의 절반은 제가 만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내와 살면서 아내가 아주 커다란 실수를 세 번 한 적이 있었고,

거의 이혼까지 갈 뻔했으나

아내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같이 여행을 할 때는 아주 잘 지냅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상황이 벌어질 때는 모든 것이 흔들립니다.

최근 아내가 술에 취해 어떤 상황이 벌어졌고,

이전에 문제가 되었던 때와 유사한 눈빛과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그 후 저는 300마일을 운전해서 오늘 여기에 왔습니다.

저는 이제 은퇴를 앞둔 58세입니다.

파트너를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기댈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저는 아내를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여기에 오기 전에는 이혼을 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었는데

제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지금 질문자는

아내를 이해하고 용서해 주면서 살고 있다는 관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내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나를 이해해 주고 용서해 주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할까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내가 아내를 용서해 주고,

내가 아내를 위해서 많은 배려를 하고 산다고 생각할수록

질문자의 아내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원망이 커집니다.

 

지금 스스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아내와 이혼하고 헤어지는 것이 자기가 원하는 바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같이 사는 것이 자기가 원하는 바입니까?

 

, 과거에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때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아내를 위해서였습니까?

아니면 자기가 볼 때 그런 흠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이 사는 게 낫겠다는 자기의 판단이었습니까?

 

아내가 이렇게 하면 같이 살겠다거나

아내가 어떻게 하기 때문에 못 살겠다는 관점은

내가 아내에게 늘 끌려다니면서 살게 되는 요인이 됩니다.

 

만약 아내가 술을 먹거나, 바람을 피운다거나, 돈을 낭비한다면,

이러한 조건들은 우선 쉽게 개선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내가 볼 때 단점이 있거나 부족한 점이 있지만

다른 여자와 사는 것과 비교했을 때는

그래도 이 사람과 사는 것이 낫다

이렇게 자기 판단에 의해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도 질문자가 결정을 하면 됩니다.

상대가 이렇게 하면 내가 어떻게 하고

상대가 어떻게 변하면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등의 조건을 붙이면

안 됩니다.

 

지금의 현상을 그대로 인정하고도

같이 사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면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고,

더 이상은 못 살겠고

혼자 살거나 다른 사람과 같이 사는 게 낫겠다 싶으면

이혼을 하는 게 낫습니다.

질문자의 아내가 큰 실수를 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실수인지 여기서 말할 수 있습니까?

 

...

 

그렇다면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구체적인 사례가 어떠하든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선택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남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게 됩니다.

 

그것이 결혼 문제이든, 이혼 문제이든,

어떤 상황이나 결정을 두고 망설일 때는

항상 내가 지금 이해관계를 따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상대의 문제로 돌리지 말고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관점에서 결정을 해야

그 결과에 대해서 내가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지금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모르니까

하나의 예를 들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아내에게 이성 문제가 있다고 해봅시다.

이럴 때는 두 가지를 주의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내가 의심을 하는 경우입니다.

이걸 우리는 주로 의부증 또는 의처증이라고 말합니다.

이럴 때 내입장에서는

나의 의심이 완전히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생각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의심하는 당사자는

절대 의부증이나 의처증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말하지만

정신과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아내에게 어떤 정신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에 대해 우리는 보편적이라고 하는 윤리도덕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는 동성애자도 있고, 이성애자도 있고,

양성애자도 있고, 무성애자도 있습니다.

, 이성애자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성욕이 제어가 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매우 다양한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각각의 경우를 잘 살피고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서 대응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거나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방식입니다.

 

술과 관련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단순하게 술을 먹으라거나 술을 먹지 말라는 접근은 옳지 않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일반적으로 볼 때는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당사자가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오히려 그것이 그 사람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술을 마시는 것이

오히려 그 사람을 살게 해주는 거예요.

 

부부지간에도 마찬가지예요.

두 사람이 싸우다가 남편이 그릇을 던져서 깼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 일을 두고

어떻게 그릇을 던질 수 있느냐

이렇게만 바라봅니다.

 

그러나 남편의 입장에서는

화가 너무 나서 아내를 때리고 싶은데 차마 때릴 수 없기 때문에

아내가 아끼는 그릇을 깨트리는 것입니다.

아내를 때리는 것을 그릇을 깨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는 거예요.

 

이때 한 생각을 바꿔서

남편이 화가 나서 나를 때리고 싶은데,

그래도 차마 나를 못 때리겠으니 대신 그릇을 깼구나. 고마운 일이다

이렇게 바라보면

인식의 전환이 확 일어납니다.

 

이처럼 움켜쥐고 있는 생각을 바꿔야 변화가 일어납니다.

지금 질문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예시를 통해서 이 원리를 살펴보는 거예요.

 

이런 사례들처럼 질문자도

자신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함께

아내에 대해 보다 깊은 연구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충분히 살핀 다음에 결정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질문자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는

질문자의 경우에

자기가 학대 받은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내가 타인에게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자꾸 좋은 사람이 되겠다하는 표현을

반복하는 거예요. 질문자는

지금 아내에게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아내의 입장에서 볼 때는

질문자가 잘해주는 면도 있지만

그것이 굉장한 속박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로부터 탈출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아내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질문자가 자기를 조금 더 살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여러 가지 정황이 있겠지만

제가 지금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직관적으로 판단을 해보면

이건 질문자의 아내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한 의처증입니다.

 

사람은 설령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친절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고,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일반적인 경우인데

지금 그걸로 시비를 한다면

우선 의처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의처증이 아닌데도 그렇게 한다면

정말로 마음이 좁은 거예요.

그런 걸로 시비하는 쫌생이 같은 사람과 누가 살고 싶어 하겠어요?

그런 건 조선시대에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요즘 세상에 누가 결혼했다는 이유 하나로

다른 사람 앞에서 웃지도 못하고

친절하게도 못하는 속박 속에서 살 수 있겠습니까?

 

질문자가 아무리 아내를 좋아한다고 해도

상대가 싫다는데도 계속 접근을 하면

경찰을 불러서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 현재의 법입니다.

 

...

 

지금 질문자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전형적인 의처증 증상으로 보입니다.

 

...

 

의처증의 핵심 증상 중 하나는

당사자 스스로 의처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매우 힘들어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부분은 다 정상인데

이것만 비정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수용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자기 스스로

, 내가 상대방을 너무 의심하나이렇게 생각할 수 있으면

그건 벌써 의처증이 아니에요.

스스로 의심이 심하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그걸 병이라고 하는 거예요.

 

일반적인 정신 질환은 본인 스스로도

내가 문제가 좀 있나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본인이 그런 증상이 있다는 걸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치료 중에서도

의처증과 의부증 치료가 가장 어렵습니다.

일단 자신에게 그런 병의 증상이 있다는 걸

도저히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질문자의 주장처럼

본인이 의처증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그런 아내와 같이 살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당장 이혼을 하세요.

 

그런데 질문자가 지금 이혼을 못하면서

계속 아내를 문제 삼는다면

그것 자체가 의처증이라는 걸 알려주는 겁니다.

 

저는 오늘 강연장에서 질문자를 처음 만났고

질문자의 아내에 대해서는 얼굴도 모르는 상황에서

질문자의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만약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욱 확실하겠지만

제가 질문자의 이야기만 듣고도

금방 이렇게 의처증이라는 판단을 내리잖아요.

 

...

 

그러니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고 치료를 받으세요.

치료를 받은 다음에 이혼을 하든지 무슨 결정을 내려야지,

지금 당장 이혼을 하면

나중에 정신 차리고 나서 후회를 할 수가 있습니다.

 

스님에 대한 신뢰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선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고 치료부터 받으세요.

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300마일이나 달려온 거 아니겠어요?

 

오늘 스님 이야기를 듣고,

병원에 가서 검진과 치료를 받는 게

질문자의 인생에

새로운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